생물학에서 개체(individual)란 도대체 무엇을 말할까요? 정보이론이 답이 될 수 있습니다(2/2)
(Jordana Cepelewicz, 퀀타)
우리가 모르는 생명체들
개체를 인식하는 이 새로운 방법에는 다양한 장점이 있습니다. 특정한 유전자 네트웍이나 신호를 전달하는 분자가 세포 수준에서 개체처럼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암은 그저 어떤 세포가 다른 세포들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개체성을 획득하고자 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크라카우어와 켐페스는 이러한 접근법을 생명의 기원에 대한 연구에 적용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행성은 다양하고 복잡한 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여기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은 매우 거대한 조합 공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켐페스는 말합니다. “이 모든 다양한 조건 하에서… 우리는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생명의 기원이 가능할지에 분명 놀라게될 것입니다.” 그는 이런 다양한 생명의 기원설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일반적인 원칙이나 내재된 속성을 크라카우어의 기준을 이용해 찾고 싶어 합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아는 모든 생명체가 공통적으로 가진 어떤 특성에 주목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체는 특정한 생명의 기원을 가진 것이며, 특정한 진화적 경로를 따른 것입니다. 이는 생명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을 하기에 용이한 방법이 아닙니다.” 켐페스의 말입니다. 그는 이 방식으로는 스타니스와프 렘이 1961년 소설 솔라리스에서 표현한 지성을 가진 플라즈마 대양과 같은, 인류의 이해를 넘어서는 태양계 바깥의 생명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말합니다.
이렇게 개체의 정의를 넓힐 경우, 새로운 종류의 생명체를 발견하는 것 이상을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서로 다른 경계 조건이 어떻게 개체의 개체성과 이들이 주위 환경과 가지는 관계에 영향을 주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의 생태계는 어느 정도의 “개체성”을 가지고 있을까요? 특정한 종이 그 생태계에서 사라지거나, 혹은 치명적인 환경의 변화가 있을때 그 개체성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어떤 유기체의 경계를 그 피부가 아니라 일부 환경을 포함시킬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요? 이러한 질문은 우리가 환경을 보존하는 방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유기체 사이에, 종 사이에, 물리적 환경 사이에 존재하는 의존성의 정도에 대한 이해를 깊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 한 시스템이 가진 개체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들에 대해 알게 될 경우, 우리는 다세포 생물의 출현과 같은 진화적 사건에 대한 지식 또한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나는 근본적인 양을 정의함으로써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던 역학적 과정을 보게 만들며, 생각하지 못했던 생물학적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켐페스는 온도를 정의하고 이해함으로써 물리학에서 새로운 이론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을 언급합니다.
개체성의 유지
개체성을 이론적으로 연구하는 다른 과학자들이 모두 크라카우어와 플랙의 이론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맥길 대학의 람스테드는 크라카우어와 플랙의 방식이 어떤 종류의 시스템에도 적용가능하다는 사실이 곧 이 방식의 우수성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는 산타페 그룹이 정보 이론을 출발점으로 삼은 것에는 동의하지만, 여기에 생물학적 개체를 허리케인과 같은 비생물 개체와 구별할 수 있는, 어떤 정보의 흐름에 기반한 추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람스테드는 또한 이들의 접근법은 한 개체가 자신의 경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에 대한 고려가 빠져있다고 말합니다. “유기체는 그저 개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은 자신이 개체화 되는데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크라카우어와 플랙이 사용한 종류의 정보는 유기체가 “알 수 없는” 종류의 정보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한 유기체가 이들이 정의한 방식의 정보를 이용해 자신의 존재를 유지한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람스테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UCL의 저명한 뇌과학자인 칼 프리스톤과 함께 프리스톤의 생물학적 자기 조직화에 대한 “자유 에너지 원리”를 중심으로 이론을 만들고 있습니다. 람스테드는 이 접근 방식이 크라카우어와 플랙의 방식의 장점을 가지면서도 또한 생물학적 개체가 자신의 개체성을 어떻게 유지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 에너지 원리란 모든 자기 조직화된 시스템은 자신의 환경을 예측하는 것처럼, 또 그러한 예측의 오차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처럼 보일것이라 가정합니다. 유기체의 경우 이 원리는 그 유기체가 자신의 예측에 대해 끊임없이 자신의 감각과 지각 경험을 측정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말은 한 유기체의 행동을 그 유기체의 주위 환경 구조에 대한 예측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예측의 충실성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행동함으로써, 그 유기체는 자신을 주위 환경과 구분된 개체로 정의하게 됩니다.
고대의 프랙탈 형태
산타페 연구진의 이론은 아직 “주요 개념 증명”의 수준, 곧 “거친 야생의 생물학 분야에 어느 정도 합리적인 질서를 부여할 가능성이 있는 기획안” 정도라 할 수 있다고 라우비클러는 말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또한 아직 자신들이 이런 개념들을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유용한 알고리듬을 개발하지 못했음을 인정합니다.
생물학자들 중에는 이미 자신만의 방식으로 개체성에 대한 유용한 정보이론적 접근을 한 이도 있습니다. 그들의 결과는 크라카우어와 플랙, 람스테드의 이론적 접근이 훗날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줍니다.
에섹스 대학의 연구원인 제니퍼 호얄 커틸은 에디아카라기에 번성한 유기체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극히 오래 전에 존재한 생명체와 화석을 연구하는 것은 마치 지구에서 우주생물학을 연구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 또한 이들의 개체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과 동료들이 제시한 해결책이 크라카우어와 플랙의 접근과 관계 있다고 말합니다. 곧, 정보가 어떻게 유지되는지에 주목했다는 것입니다.
바닷속 바닥에 붙은 줄기에서 방사상의 프랙탈 구조로 2미터 가까이 자라는, 양치식물과 비슷한 형태인 레인지오모프에 대한 연구는 이런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이 레인지오모프를 깃털펜과 비슷하게 생긴 무척추동물인 바다 조름(sea pen)으로 분류했습니다. 바다 조름은 실제로 각각의 촉수를 가진 폴립들이 뭉친 군체이며, 레인지오모프 역시 같은 특징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약 10년 전, 과학자들은 레인지오모프가 하나의 개체로써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습니다.
그 연구는 정보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호얄 커틸은 나무의 나이테가 성장 기록이 되는 것처럼 이들의 프랙탈 형태가 성장의 기록을 나타내는지 보았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과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성장 기록은 레인지오모프의 환경에 대한 정보, 곧 그들 주변 해수의 유기 탄소 농도와 같은 것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그 정보가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통해 호얄 커틸과 그녀의 동료들은 레인지오모프가 어떻게 자신의 형태를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가설을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비록 이들이 산타페 연구팀의 정의상 군집이 아닌 내부적 힘과 외부의 힘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는 유기체였음에도, 환경은 이들의 발달을 이끄는 비계와 같은 역할을 했으며 그 크기와 형태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발견했습니다. 크라카우어와 플랙의 표현을 빌어 호얄 커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가장 오래된 생명체라 할 수 있는 이들로부터도 고유의, 유기적인 개체성과 환경의 영향을 모두 추적할 수 있었습니다.”
정보의 흐름을 분석해 대상을 분류하는 이론적, 혹은 실험적 시도야말로 “생물학의 새로운 영역이 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고 호얄 커틸은 말합니다.
라우비아처도 여기에 동의합니다. “생명과학 혹은 생물학이 더 나은 과학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종류의 연구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