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생명체의 필연성을 말해주는 두 권의 책(2/2)
2019년 2월 12일  |  By:   |  과학  |  No Comment

인간의 본성

어쨌든 인간이 바퀴와 도로를 발명하기 위해서는 인간에게 지능이 먼저 생겨야 할겁니다. 이 책은 이제 시선을 인간에게 돌려 인간이 어떻게 이런 특별한 지적 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묻습니다. 나는 평소 인간과 동물의 마음이 얼마나 유사한지에 관해 종종 말해왔기 때문에, 이 책이 말해주는 인간 지성의 특별함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밀러는 인간 본성이 가진 독특함에 대한 최신 연구들을 말할 때 원래 그가 어떤 입장이었는지를 잊게 할 정도로 각 주장에 거리를 두며 겸손한 태도를 취합니다. 나는 최근 보스톤 공립 도서관에서 주최한 인간 본성의 진화에 대한 패널 토의에서 밀러와 함께 패널로 참석했습니다. 밀러는 “우연한 종(The Accidental Species)”의 저자인 헨리 지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했습니다. “상을 주는 사람이 제일 빨리 행사장에 도착하는 법이죠.”

하지만 적어도 인간만이 인간의 특별함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점 만으로도 인간은 매우 특별한 종입니다. 다른 어떤 종도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 동물들에게 수화를 이용해 많은 내용을 가르쳐 보았지만, 어떤 종도 그런 수준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칼 세이건이 “우주가 스스로를 파악하는 방법”이라 칭한 심사숙고(contemplation)와 내관(introspection)은 단순히 인간 중심의 관점 이상의 방법입니다. 밀러는 이 사실을 말하며 진화의 나무를 이용해 이렇게 표현합니다. “오직 하나의 가지(branch)만이 자신이 속한 그 나무 전체를 다시 그릴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가진 생명체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밀러는 단순히 우리가 정말 특별한 존재인지를 물으며 즐기는 것을 넘어, 정말 우리가 다른 많은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불가능한 확률을 뚫고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묻습니다. 굴드는 우리가 “진화의 역사를 백만 번 되돌린다 해도” 인간 비슷한 존재가 다시 태어날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지만, 밀러는 굴드의 질문을 인간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우리와 같은 수준의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탄생했을 수 있을지로 바꾼 뒤, 그렇다고 답하며 이를 지지하는 강력한 논증을 펼칩니다.

거울을 이용한 자기 인식 실험은 기본적인 메타인지 능력을 테스트하는 실험으로 다양한 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자신의 관점을 가지거나,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은 다양한 종에게서 나타나며, 언어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소리나 손짓으로 추상적인 개념을 주고 받는 경우 역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동물들은 자신의 기분과 상대의 기분을 정말로 이해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지구에 단세포 생물이 탄생한 뒤 다세포 생물의 등장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25억 년 입니다. 이 때부터 뇌를 가진 척추동물이 탄생하는데는 그보다 오분의 일인 5억년 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렇게 인간의 수준까지 진화했습니다. 즉, 단세포 생물에서 다세포 생물로의 진화는, 뇌가 없는 생명체가 상대성 이론을 발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는 뜻입니다. 인간이 다른 영장류에서 분리되어 진화한 것은 겨우 7백만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한 평범한 영장류에서 바버라 맥클린톡이나 닐 디그래스 타이슨 같은 이가 태어나게 만드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밀러는 로버트 라이트의 말을 인용해, 굴드와 헨리 지 같은 이들이 “인내심을 가지기를” 부탁합니다.

‘인간의 본성’의 시작부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유인원 조상으로부터 진화했다는 과학적 주장인 진화론의 핵심에 대한 간략한 설명입니다. 그는 펜실베니아 도버에서 있었던 “지적 설계 공판”에서 진화론을 지지하는 핵심 증인으로 참석한 경험을 바탕으로 창조론자들과의 논쟁을 계속했으며, 이를 통해 더욱 정교해진 논리를 보여줍니다. 마지막 장에서 밀러는 과감하게 자유의지와 결정론을 다룹니다. 예측가능한대로, 과학자들이 자유의지 개념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이 시대의 분위기에 맞게 밀러는 이 장에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그러나 밀러는 우리 우주와 인간의 경험이 완전히 결정론적이라는 주장은 과학의 발전 그 자체를 위협할 것이며 인간이 우주를 관찰하고 조사하고 묘사하는 과정에서 이룩한 모든 위대한 진보가 실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는, 이미 많은 과학적 근거에 의해 반박한 주장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곧, 스티븐 호킹이 말한 것처럼 밀러 역시 그런 결론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도를 넘어 자기모순적이라는 것입니다.

필연성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

‘생명체의 공식’과 ‘인간의 본성’ 두 책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바로 수십 억 년의 시간과 수 조 번의 시도가 가능할 때에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들조차 가능해지는 정도를 넘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흔한 대중 과학서적들은 생명체의 탄생을 거의 불가능한 일로 묘사하며, 그 중에서도 인간의 존재를 가장 특별한 사건으로 묘사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두 권의 책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생명의 탄생과 인간의 존재가 그렇게 특별한 일은 아니라는 동일한 결론을 말해줍니다. 이 세상의 수많은 신기하고 놀라운 현상이 어쩌면 그렇게 신기하고 놀라운 것만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여러 과학 소설은 외계의 지적 생명체가 두 눈, 열 개의 손가락, 호흡과 식사를 책임지는 하나의 입 등 인간형 외모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가정합니다. 스타트렉의 USS 엔터프라이즈호가 만나는 여러 외계인들은 심지어 서로 결혼해 아이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서구에서 최초로 널리 알려진 외계인일 미스터 스팍의 부모는 서로 다른 종족의 두 외계인입니다. 오늘날 나 처럼 다른 이의 흠집을 찾기 좋아하는 과학자들은 외계의 생명체는 어쩌면 우리가 인식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구의 생명체와는 전혀 다른 형태일 것이라 꾸준히 말해왔습니다. 우리가 친숙하게 느끼는 특성들은 전적으로 임의로 정해진 것이며, 다른 행성의 생명체들은 우리의 감각으로는 인식불가능한 영역에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코켈와 밀러 두 사람은 우리가 만날 외계의 생명체가 지구상의 생명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말합니다. 여러 개의 눈을 가지고, 쌍으로 묶이는 사지가 있으며, 내용물이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내장을 가질 뿐 아니라 신체의 한 쪽 끝에 감각과 지각을 통제하는 부분이 있는 형태는 생존에 매우 유리하며, 바로 이 때문에 지구에서 이런 형태의 다세포 생물이 여러 번 진화하였고, 따라서 외계에서도 그러하리라는 것입니다. 또한, 영양소의 섭취와 생존, 번식이 종에 중요한 만큼 고등한 지능의 발달 또한 필연적인 결과일 겁니다.

과학 소설의 작가들이 어쩌면 옳았을 수 있습니다. 외계의 생명체는 지구의 생명체와 놀랄만큼 유사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나는 내 책 “우리 몸 오류 보고서(Human Errors)”에서 이야기했던 인간의 장점과 단점처럼, 외계의 종들 또한 그들 고유의 형태로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코켈은 심지어 오리지널 스타트렉 시리즈의 가장 훌륭한 이야기 중 하나인 “암흑 속의 악마(Devil in the Dark)”에 등장하는 가장 이질적인 외계 생명체 호르타(Horta)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호르타는 탄소가 아닌 실리콘 기반의 생명체입니다. 그러나 실리콘은 카본과 비슷한 성질을 가짐에도 공유결합의 힘이 훨씩 약해 세포를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복잡한 분자를 만들지 못합니다.

밀러 역시 인간이 가진 이성이라는 지적 능력은 특별한 형태의 것이 아니며, 적어도 수학이 보편적인 만큼 인간의 지적 능력 또한 그렇다고 말합니다. 산수, 대수, 삼각함수, 미적분은 인간이 발명한 것이 아니라, 발견했을 뿐입니다. 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노력에 빚지고 있지만, 그 결과물은 문학이나 예술의 결과물과는 전혀 성격이 다릅니다.

세상을 이루는 과학 법칙들은 인간과 무관하게 성립하며, 때문에 우리는 과학이 인간의 작품 이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과학적 원리는 객관적으로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에 “논리적(logic)” 규칙의 대우를 받습니다. 적어도 이 우주에서는 2 더하기 2를 5로 이해하는 생명체는 탄생할 수 없습니다. 코켈이 설명하는 것처럼 2 더하기 2와 같은 단순한 규칙과 물살을 가르는 돌고래나 땅 속을 돌아다니는 두더쥐의 움직임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둘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이런 환경을 조심스럽게 관찰하는 생명체는 결국에는 그 환경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주위를 관찰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다시 관찰을 통해 자신의 예측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생명체는 점점 더 깊은 이해에 이를 수 있습니다.

코켈은 생명체의 아름다움과 복잡함이 어떻게 단순한 수학적 논리에 의해 만들어지는지를 성공적으로 보여줍니다. 당신이 만약 나처럼 과학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이성, 논리, 호기심의 궁극적인 표현 방식이라는 밀러의 주장에 동의한다면, ‘인간의 본성’과 ‘생명체의 공식’을 매우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그 책이 즐거울 것이라는 사실 또한 이미 결정되어 있을지 모릅니다.

(스켑틱, Nathan H. Lents)

1부로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