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아름다움에 대한 선호 / 마이클 J 라이언
아름다움은 관찰자의 눈 속에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아름다움이 어떤 절대적인 것이라, 그러니까 비욘세나 조지 클루니는 그 존재 자체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면, 마이클 J 라이언은 당신이 틀렸다고 말할겁니다. 그는 이 사랑스럽고 내용이 풍부한 책에서 아름다움이란 그저 우리가 가치를 부여한 것이고, 수시로 바뀌는 것이며, 우리 뇌가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아름다움은 말 그대로 관찰자의 눈 속에 있습니다. 아름다움은 관찰자가 그 대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할때만 아름다울 뿐입니다. 곧 아름다움이란 관찰되는 순간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모든 수컷과 암컷이 있는 생물체는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신경계와, 또 아름다움으로 인식되는 특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말이 혹시 순환논법, 혹은 닭과 달걀의 문제로 들린다면, 당신은 이 내용을 잘 이해한 것입니다. 성선택은 일상의 성적 매력 뿐 아니라 자연에서 발견되는 가장 기이한 형태, 현상, 행동을 모두 설명하는 복잡하고 반직관적인 이론입니다. 150년 전 이 이론을 가장 처음 떠올린 다윈 조차도 이 문제를 확실하게 마무리짓지 못했으며, 때문에 이를 발전시킨 라이언의 이 책 또한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성선택이 어떻게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라이언의 첫 번째 과제일 뿐입니다. 그의 두 번째 과제는 이 주제를 이미 설명했던 두 권의 뛰어난 책과 겨루는 것입니다. 첫번째 책은 물론 찰스 다윈의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입니다. 다윈의 이 책은 아주 인상적이지만 아쉽게도 불완전합니다.
두 번째 책은 지난 해 출간되어 수많은 찬사를 받은 예일대의 조류학자 리차드 O. 프럼의 “아름다움의 진화”로 라이언이 사실상 맞대결을 벌이는 책입니다. 라이언의 책은 정말 이 책들에 비교할만 할까요? 이 책의 독자들, 곧 사실상 프럼의 책을 읽은 이들은 라이언의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요?
다행히도, 나를 포함한 프럼의 책을 읽은 이들 중 아마 대부분은 라이언의 책 또한 충분히 즐겁게 읽을 것입니다. 두 책에 나오는 내용은 거의 겹치지 않으며, 서로를 놀라울 정도로 보완할 뿐 아니라 자신들이 설명하는 성선택이 자연 선택만큼이나 중요하며 강력한 힘을 가진다는 사실을 설득력있게 보여줍니다. 나는 이 두 권을 모두 읽을 것을 권합니다.
프럼, 라이언, 그리고 다른 여러 진화 생물학자들은 성적인 아름다움이 다음의 세 가지 과정 중 하나를 통해 진화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뇌가 적합성에 관계 있거나 아니면 적합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어떤 특성을 선호하도록 진화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뇌의 선호가 이미 존재하며, 어떤 특성이 이 이미 존재하는 뇌의 선호를 자극하도록 진화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 이미 존재하는 뇌의 선호가 바로 동물이 느끼는 아름다움인 셈입니다. 마지막 과정은 어떤 특성이 뇌의 선호와 같이 공진화하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의 공진화란 한 특성에 대한 인식, 곧 예를 들어 붉은색 부리에 대한 미묘한 선호가 점점 더 이성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도록 바뀌어, 부리의 진화와 이에대한 선호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마치 주식시장에서, 특정한 주식이 인기가 있다는 그 사실 때문에 인기를 끌게 되는 그런 현상과 비슷합니다. 단지 이 과정이 수천년에 걸쳐 일어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라이언의 책 첫 삼분의 일은 그가 지난 수십년 동안 연구한 개구리의 성행동과 뇌-우선 모델에 대한 것입니다. 뇌-우선 모델이란 뇌에 특정한 선호가 먼저 있었고, 이 선호를 자극하는 특성이 성선택에 의해 점점 더 진화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런 뇌의 편향이 자연 선택이 아니라 그저 우연한 계기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그의 주 연구대상이었던 퉁가라 개구리는 귀에 두 개의 공간이 있으며 각각은 수컷의 짝을 찾는 울음소리인 와인-척-척 (저-고-고)의 와인과 척의 주파수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퉁가라의 귀가 이 와인-척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일까요? 아니면 퉁가라의 울음소리가 원래 귀의 형태에 맞게 진화한 것일까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라이언은 중앙 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 사는, 퉁가라 개구리와 가까운 개구리 여덟 종의 귀 구조를 연구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퉁가라 개구리처럼 귀에 두 개의 공간이 있었고 이는 이들이 모두 같은 조상을 가졌을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들 여덟 종의 울음소리에는 ‘와인’은 낮은 주파수의 공간과 일치한 반면, 높은 주파수의 공간에 일치하는 소리는 없었습니다. 라이언은 이를 통해 퉁가라의 귀 속 높은 주파수 공간은 이들이 척 소리를 내기 전부터 있었다고 결론내립니다.
반면, 프럼은 그의 연구주제인 새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동적인 공진화에 더 주목합니다. 우연이건, 의도된 것이건 두 책은 마치 한 팀 처럼 성선택의 여러 측면을 번갈아 파고듭니다. 또한 그들은 성선택이 자연 선택 만큼이나 강력한 자연의 진화 동인이라는 다윈의 주장에 대한 새로운 근거들을 내놓습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진화 과학자들은 성선택을 진짜 독립적인 진화의 원이이라기보다는 “진짜” 자연 선택에는 비할 수 없는 특이한 현상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다윈 이래 적합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들은 아름다움을 “적합성을 나타내는 신호”, 곧 화려한 꼬리를 가지고도 충분히 험한 세상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여유를 상징하는 신호로 보았습니다. 이는 어쨌든 생존이 번식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즉, 살아남지 못하면 번식도 할 수 없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단지 라이언과 플럼은 생존을 오히려 부차적인 것으로 봅니다. 곧, 살아남기 위해 성관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성관계를 가지기 위해 산다는 것입니다. 생존은 유전자를 후대로 뿌리는 행동을 하기위해 필요한 조건일 뿐입니다.
어쩌면 두 주장은 같은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에서 이를 구별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특히 진화론이 두 성 중 한 성의 결정, 행동, 생물학적 능력이 진화에 있어 더 중요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느냐의 관점에서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프럼은 자신의 책에서, 다윈의 동료들이 그의 성선택 이론에 대해 “암컷의 변덕이 가지는 극도의 불안정성”에 진화의 동력을 너무 많이 부여했다고 비판했다는 사실을 써 놓았습니다. 프럼은 다른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아직도 이와 비슷한 성차별주의적 감정이 이 분야의 논쟁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피비린내나는 논쟁의 현장에서 라이언의 뇌-우선 모델은 임의의 아름다움이 적합성보다 더 선호되는 성선택의 분명한 예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개구리 이야기 이후 라이언은 책의 나머지 절반을 흥미로운, 하지만 때로 조금은 불편한 방식으로 아름다움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풀어 놓습니다.
이 책은 감각에 관한 세 챕터(“시각적 아름다움”, “성관계의 소리”, “유혹적인 후각”)와 인간에 대한 두 챕터, 곧 술집의 카우보이 이야기에서 시작하며 여성과 남성의 변덕스런 취향을 설명하는 “불안정한 취향”과 “포르노에서 발견되는 숨겨진 취향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당신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될겁니다. 바로 인식의 진화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언다크, David Hob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