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오피스에서 일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
작년 5월 어느 오후, 토론토 시내의 실내 공사가 한창인 한 건물 4층에서 안전모를 쓴 삐쩍 마른 20대 청년은 내게 앞날을 내다보라고 말했다. 제러드는 프리랜서들이 자리를 대여하고 수제 맥주를 마시며 서로 어울리고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게 하는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WeWork)에서 일하는 이였다. 그는 그 공간이 끝내주는 곳이 될 것이라 말했다. “벽돌과 전등이 그대로 드러난 모던한 스타일입니다.”
제러드는 그 공간이 미적으로 뛰어날 뿐 아니라 어떤 이상적인 공동체가 될 것이며, 환상적인 동료들을 만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창업자와 젊은 창작자들이 있으며, 이미 입주하기로 한 데킬라 회사는 매주 화요일 데킬라를 돌릴 것이라 말했다. 그는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위워크 앱을 열어 이제 내 동료가 될 사람들이 올린 수많은 포스팅을 보여주었다. “다른 공유 오피스 서비스를 사용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 그쪽도 나쁘지는 않아요.” 제러드는 뜸을 두고 말했다. 위워크가 그저 훨씬 낫다는 것이다. “우리는 당신 이름을 알고, 당신 생일을 기억할 뿐 아니라 당신 개의 생일까지 기억합니다.” 나는 개가 없지만, 그 마음 씀씀이에는 감사를 표했다. 나는 책상을 하나 계약했다.
위워크는 2010년 아담 노이만과 미구엘 맥켈비가 뉴욕에 첫 공유 오피스를 열면서 시작했다. 이제 이들은 보고타에서 텔아비브에 이르는 전 세계 59개 도시에 274개의 공유 오피스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중 네 번째로 큰 규모이며, 우버, 에어비앤비, 스페이스X의 뒤를 이어 20조 원의 기업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위워크는 건물을 빌려 21세기에 맞는 인테리어를 한 후 책상 혹은 사무실 단위로 빌려준다. 캐나다에는 다섯 곳이 있으며 가장 처음 생긴 토론토 오피스의 경우 “핫 데스크”라는 공용 테이블, 혹은 소파의 한 자리는 한 달에 55만 원에 시작하고 지정 책상은 77만 원, 개인용 사무실은 110만 원에서 시작한다. 이제 위워크와 비슷한 여남은 개의 회사들이 생겨 서로 경쟁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창의적이고 서로 비슷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분위기, 그리고 커피를 강조한다.
업워크와 프리랜서 유니온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노동자 중 삼 분의 일 이상이 프리랜서로, 그 수는 5천5백만 명에 달한다. 회계프로그램인 퀵북의 조사를 보면 캐나다의 노동력 중 프리랜서를 포함한 자영업자의 비율이 2020년에는 45%에 달하게 된다. 위워크는 풍부한 자금과 힙스터-자본주의적 미적 감각을 바탕으로 이 새로운 화이트칼라 시대의 기본 사무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들은 이 젊은 창업자들이 과거의 회색 칸막이 사무공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곧,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사무실을 원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개성이란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맥주와 다른 여러 가지 특징들을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3개월 뒤 나와 동료는 위워크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사무실은 힙스터 호텔의 로비처럼 보였다. 입구 옆 벽면에는 낙서가 그려져 있었고, 6층 네온 등에는 드레이크의 팔에 새겨진 기도하는 손 아이콘이 그려져 있었다. 신선한 패이스트리가 준비되어 있었고 레몬과 오이가 들어간 생수와 마이크로 로스팅된 커피를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공용 공간에는 긴 나무 테이블이 있었고 사적인 전화를 걸 수 있는 부스와 대화를 나누는 소파, 그리고 간단한 간식을 조리할 수 있는 조리 공간이 있었다. 위층에는 유리 벽으로 나뉜 작은 사무실이 있고 여러 스타트업과 회사들이 이 공간을 쓰고 있었다. (캐나다 왕립은행도 새로운 고객과 아이디어를 얻을 목적인지 한 층 전체를 쓰고 있었다.) 마치 개학 첫날 같은 분위기였고, 프리랜서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이 물리적 공동체에 대응되는 가상의 공동체, 위워크 앱에 자신들의 셀카를 올리고 있었다.
다음 몇 주 동안 우리는 매일 출근했고 맥북 에어를 통해 나오는 포르투갈 음악과 올드스쿨 힙합을 들었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랩은 도시적입니다. 위워크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바로 랩이 흔히 이야기하는 것들이 바로 위워크가 추구하는 바와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계속 테이블을 어지르는 동안 위워크 티셔츠를 입은 크루들은 조용히 음료를 채우고 테이블을 닦았다.
협상 컨설턴트인 포티니 이코노모풀러스는 여러 소파 중 하나에 자리 잡았다. 그녀는 여기 공유 오피스에 오기 전에 몇 년을 거리의 카페에서 일했다고 한다. “나는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알고 지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녀의 말이다. 한편 나와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고 이제 성과관리 회사의 대표인 데인 젠슨이 나와 가까운 책상을 쓰고 있었다. “여기는 애플 에어팟의 밀도가 세상에서 제일 높은 곳일 거야.” 어느 오후 그가 주위를 조심스레 둘러보며 한 말이다. 젠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일함으로써 종종 에너지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집에서만 계속 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게을러지지. 사람들이 바쁘게 일하는 그런 장소에 있으면 아무래도 도움이 되거든.”
하지만 이들이 말하던 일의 미래는 여전히, 그냥 평범한 일처럼 보였다. 힙합 음악이 나온다고 해서 이메일 보내기나 엑셀 작업이 덜 지루해지는 것은 아니다. 공유 오피스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차이는 –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 흔히 느끼게 되는 바로 그 느낌인 – 모든 이가 정신없이 자기 일을 처리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을 홍보하는 듯한 그런 느낌을 끊임없이 받게 된다는 것이다. 간단한 파티나 명상 그룹, 그리고 흥미로운 행사처럼 보이지만 실은 교묘한 홍보 행사인 마케팅 세미나와 같은 다양한 행사가 끝없이 열렸다. 위워크 앱에는 매일매일 새로운 요청이 올라왔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알려준다는 한 회사는 자사 제품을 상품으로 내걸고 사업적인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고, 유통기한이 가까워진 음식을 크게 할인해주는 음식 주문 앱을 만드는 이들은 베타 사용자를 찾고 있었다. 위워크에 있는 매 순간 나는 판매대에 놓여 있는 상품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또 미소를 띠고 있지만, 사실은 절박한 이웃 세일즈맨의 타겟 사용자가 된 느낌을 받았다.
위워크 창업자들은 자신들이 세운 회사에 관해 이야기할 때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하듯 거창한 단어들을 사용한다.
생계수단을 넘어 일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세상을 만든다.
그들이 내세운 위워크의 목표다. 물론 사무실을 대여해주는 것만으로는 20조라는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적한 것처럼, 다른 사무실 대여회사인 IWG는 위워크보다 다섯 배 더 많은 사무실을 가지고 있지만, 시장 가치는 1/8에 불과하다. 위워크는 투자자들에게 자신들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서비스로서의 공간”, 혹은 플랫폼, 혹은 문화를 만들겠다고 말하며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이제 그 문화를 전혀 다른 영역으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뉴욕에 위치한 위워크 오피스 중 하나에는 위그로우(WeGrow)라는, 아이들에게 수요와 공급을 가르쳐 다음 세대의 기업가로 키우겠다는 사립학교의 설립이 제안되었다. 위라이브(WeLive)는 뉴욕과 워싱턴 DC에 세워진 기숙사형 아파트다. 이들은 “성공이 금전적 성취가 아니라 자신의 만족에 의해 정의되는 곳”이라는 목표 하에 파도 풀장을 짓고 있으며, 체육관을 열고,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학교를 사들이고 있다.
바로 여기, 멋진 말들로 가득해 보이는 이 목표 속에 한 조각의 진실이 숨어 있다. 위워크는 바로 사람들의 자기만족을 기반으로 한 사업이다. 사실 책상 몇 개와 프렌치 프레스 커피포트만 있으면 누구나 공유 오피스를 열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진정 팔고 있는 것은 혁명적으로 느껴지는 어떤 것의 일부가 된 듯한 고양감이다. 위워크는 오늘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긱 경제의 신화를 팔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평생 한 번도 연금을 받지 못할 불안정한 소득의 프리랜서지만, 적어도 기계의 단순한 부품은 아닙니다. 당신은 예술가이고, 당신 회사의 대표이며, 당신이라는 브랜드의 얼굴입니다. 당신의 작업은 그저 대가를 바라고 하는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라는 존재의 확장입니다. 당신은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고, 바로 그 일을 위해 책상 한 칸에 무려 월 55만 원이나 되는 돈을 기꺼이 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그럴듯한 감정은 오래가지 않는다. 지난 11월 이코노모풀러스는 3개월 동안의 위워크 생활을 끝낼 것이라고 내게 말했다. 그녀는 앱에 글을 올리고, 공용 공간에서 자신을 소개하며, 심지어 파티를 주최하기도 했지만, 자신보다 10년은 어린 이들에게 둘러싸인 37세 여성으로서 자신이 늙었고 그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그녀는 다른 공유 오피스를 찾아보았고 워크하우스(Workhaus)와 베르크스페이스(Verkspace, “북유럽풍 업무공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를 가보았다고 한다. 그 사무실들은 모두 비슷했다. 조리공간이 있었고, 사무실 벽은 유리로 되어 있으며, 벽에는 적당히 안전하면서도 약간은 특이한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그달 말, 그녀는 IWG 소유의 스페이스(Spaces)에 개인 사무실 하나를 얻었다. 그곳은 조금 더 나이 든 사람들을 원하는 듯했고, 입주자들에게 “생각하는 사람들, 이루는 사람들,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하라는, 실리콘밸리식의 과장된 표현을 자기 나름대로 응용하고 있었다. 사실 사무실에서 자기만족을 찾는 것은 좀 과한 욕심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코노모풀러스는 한 번 더 시도해보는 것 같았다.
내가 위워크에서 지내는 마지막 주에 큰 파티가 있었다. 위워크 마르가리타를 마시며 드레이크의 음악에 어색하게 몸을 맡기는 입주자와 손님들로 여섯 층이 가득 찼다. 젊은 금발의 여성 임원이 음악을 멈추고 발판 위에 올라가 자신이 얼마나 위워크의 정신을 사랑하는지 말했다. “이곳은 지루한 일터가 아니라 술집이나 클럽 같아요” 지방 의회에서 일하는 한 친구가 뒤를 이었다. 행사에 음식을 배달하는 사업을 하는 이들이 예쁘게 만 쌀국수가 담긴 작은 컵과 명함을 돌렸다. 그들에게 파티는 또 다른 일이었다. 양배추 거품에 오리 라구 파스타를 먹고 푸드 트럭이라는 이름의 수제 맥주를 마시던 나는 설명하기 힘든 절망감을 느꼈다.
파티 다음 날이 위워크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건물 전체가 숙취 상태에 빠져 있는 듯했다. 열 시 반쯤이었지만,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책상은 여전히 한 쪽 끝으로 치워져 있었다. 나는 레몬이 들어간 생수를 마시고 이메일을 확인했다. 스페인어를 쓰는,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젊은 여자 청소부만이 실제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버려둔 지저분한 머그컵을 조용히 빠르게 집어 올려 식기세척기에 집어넣었다. 그녀의 셔츠에는 위워크의 멋진 슬로건이 박혀 있었다.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세요!”
(왈루스, Nicholas June-Br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