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civic) 암호화폐의 부상
코미디언 존 올리버는 최근 자신의 “래스트 윅 투나잇”쇼에서 한 코너에서 암호화폐를 다루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상화폐란건 여러분이 돈에 대해 잘 모르는 모든 요소들을 다 모은 뒤 거기에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는 모든 요소들을 덧붙인겁니다.”
암호화폐는 가치를 교환할 수 있는 대안적인 방법입니다. 중앙은행과 같은 중앙화된 기관 없이 회계와 장부의 기록을 위해 암호 기술을 이용합니다. 비트코인은 이 기술이 가장 빨리 응용된 예이지만 사실상 누구나 이 기술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안전한 통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종류의 암호화폐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1,300개 이상의 영리적 암호화폐가 거래되고 있지만, 최근 새로운 종류의 흥미로운 암호화폐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도시가 발행 주체가 된 암호화폐입니다.
새로운 돈으로써의 암호화폐
브리스톨에서 바르셀로나에 이르는 전세계 다양한 도시들이 가상화폐나 진짜화폐 의 형태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시정 참여를 통한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목적으로 “시민 화폐”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보완 화폐(complementary currencies)”, “대안 화폐(alternative currencies)”, 혹은 “사회적 화폐(social currencies)”로 불리는 이들 화폐는 훨씬 오래된 개념이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등장으로 최근 바르셀로나와 버클리는 자신들의 화폐를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시민 암호화폐는 어떻게 작동할까요? 도시는 시 공무원의 임금을 전부 혹은 부분적으로 지역 화폐로 지급합니다. (브리스톨 시장은 봉급 전체를 브리스톨 파운드로 받습니다.) 이 지역 화폐는 국영 화폐와 함께 지역내의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지방세를 낼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론토의 제라드 광장에 있는 성로렌스 시장의 상인들은 토론토 달러를 받습니다. 1 토론토 달러는 1 캐나다 달러와 동일하며, 지역 주민들은 이를 지역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사용되는 1달러 당 10센트는 실업자나 홈리스 구제를 포함한 지역 사업에 쓰여지게 됩니다. 카탈로니아 지역의 산타콜로마 데 그라메네 지역에서 공무원들은 봉급의 일부를 “그라마(grama)”로 받습니다. 이는 지역 경제를 위해 그 지역에서만 사용되는 화폐입니다.
지역 시민화폐를 사용함으로써 도시는 그 중 일부를 지역사회 환경 개선과 지속가능성 문제의 해결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누-스파르파스(Nu-Spaarpas)”는 2000년 로테르담 시에서 시도된 프로젝트로 지속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인 활동 및 상행위에 대해 보상을 주기위해 만들어진 화폐입니다. 소비자들은 “녹색(gree)” 마크나 재활용품을 구매하는 것과 같은 행위에 대해 이 화폐로 보상을 받습니다. 이를 도시 내의 행사 입장권을 사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사용할 수 있으며 이 행사에 참여하는 매장에서는 기념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버클리 역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투자자들이 버클리 시 채권에 해당하는 암호화폐를 살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모은 투자금으로 이들은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건립과 홈리스들이 쉴 곳, 앰뷸런스, 그리고 거리 미화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다른 지역화폐와 마찬가지로, 버클리 코인 역시 여기에 참여하는 사업의 화폐로 쓰일 수 있습니다.
시민 화폐의 홍보
– “안녕하세요, 브리스톨 시민에 의해 만들어진, 브리스톨 시민을 위한 화폐입니다.” 브리스톨 파운드를 홍보하는 브리스톨 시의회의 캐치프레이즈 입니다.
– “모두 함께해요”는 독일 바바리아 지역 로젠하임과 트라운스타인 카운티의 지역화폐인 킴가우어의 모토입니다.
– 프랑스 툴루즈 시는 솔-비올레테라는 지역화폐를 가지고 있으며 “지불수단 이상의 것”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 스위스의 WIR 뱅크, 그리고 스페인 비즈카이아 지역 바스크 카운티의 에키(Ekhi), 산타 콜로마 데 그라메네 지역 카탈란 타운에서 사용하는 그라마(Grama) 등 다양한 예가 있습니다.
영국의 스파이스 타임 크레딧은 일반적으로 평가 기준이 불확실한 봉사 활동에 쓴 시간과 노력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사람들이 서로 교환할 수 있게 만들어 지역사회내의 이타적이고 협력적인 활동을 장려합니다. 개인은 공동체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만큼 타임 크레딧을 얻게 되며 이는 다른 조직이나 공동체 구성원의 같은 시간의 활동을 구매하는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시민 화폐를 통한 시민의 시정 참여 강화
시민 화폐에는 어떤 미래가 있을까요? 바르셀로나와 같은 도시는 이 새로운 화폐를 단순히 지역 내 경제에 쓰게 하는 것을 넘어 시민들의 공공 업무 참여나 민주주의 기여에 대한 보상에도 사용할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미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이들에게 그 시간에 해당하는 만큼 보상을 주고 있으며, 시민 화폐 또한 같은 방식으로 시민들이 공동체에 기여하는 시간과 전문성에 대한 보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론토 달러는 비영리 자선단체에 자원봉사한 복지 대상자들에게 보상으로 주어집니다.
또한 도시의 법령을 정하는데 인터넷을 활용하려는 도시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은 사람들을 이 과정에 참여시킬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드리드와 파리는 “마드리드를 위한 결정(Decide Madrid)”과 “제 생각은 말이죠(Madame La Maire, J’ai Une Idé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집단 지성 법령 제정 플랫폼은 문제를 발견하고 답을 찾으며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등의 법을 정하는 다양한 단계에서 대중의 참여를 필요로 합니다. 시민화폐는 이들에게 줄 수 있는 좋은 보상입니다. 시민들은 이렇게 얻은 시민화폐로 세금을 내거나 주차 요금을 내고 지역 특산물을 살 수 있습니다.
공원의 디자인에 참여하거나 학교의 행사를 돕는 등의 공동체를 위해 봉사에 대한 보상으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코스타리카의 비영리단체인 아이디어랩은 이더리움 기반의, 공공 지도자와 단체를 지원하는 시민화폐인 혁명 토큰(Revolutionary Token)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한 연구는 시정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시민 화폐로 보상을 주었을 때, 그들의 수입, 교육 수준, 연령에 무관하게 그 참여율이 크게 올라갔음을 보였습니다. 시민 화폐는 이들에게 정신적 만족과 같은 내적 보상에 더해 실제로 도움이 되는 외적 보상을 줄 수 있습니다.
실험을 시작하자
물론 봉사활동의 보상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는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어떤 이들은 민주주의에 참여하는 것은 그 자체로 보상이 되며 각자의 의무에 대해 따로 보상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 화폐를 사용함으로써 지역 사회가 얻게되는 이익을 볼 때 이를 시도해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토론에 의견을 내고 참여하거나 주민참여예산제도에 참여하는 일의 가치를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의 문제도 있습니다. 의견의 양과 질, 다양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의회와 시민들이 함께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시 정부는 시민 화폐를 시민들의 민주주의 참여에 사용하는 것을 반드시 고려해보아야 합니다. 점점 더 다양한 암호화폐가 등장하고 있는 지금, 이들을 더 나은 환경을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다면 더욱 멋진 일이 될 것입니다.
(포브스, Beth Simone Nove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