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과학책에 대한 저작권 소멸이 미국의 수학과 과학 발전에 기여했다
1942년 7월 6일,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독일에서 출판된 10만 권 이상의 책에 대한 미국 내 저작권을 행정명령을 통해 몰수했습니다. 미국 내 출판사들에는 독일 출판사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책을 재판해서 판매할 기회(Book Republication Program, BRP)가 생겼습니다. 미국 과학자 대부분이 독일어로 된 책을 읽을 수 있던 당시에 미국 출판업계는 영어로 독일의 중요한 과학 관련 서적을 유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독일의 과학 서적 가격은 평균 25%가 떨어졌고, 더 떨어진 경우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주요 출판사인 스프링거(Springer)가 펴낸 프레데릭 콘래드 바일슈타인의 “유기 화학 편람” 세트는 미국에서 2천 달러에 팔리고 있었는데, 미국 출판사들은 같은 내용을 (재판매를 통해) 400달러에 판매했습니다.
독일 과학책의 미국 내 저작권 소멸은 서적의 가격뿐만 아니라 이 책들이 다른 논문에 인용되는 정도, 미국 대학 도서관에서 이 책들을 소장하는 정도, 미국 특허권, 그리고 미국 내 수학 박사 배출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연구진은 책의 가격이 10% 감소한 것이 이 책들이 다른 논문에 인용되는 정도를 43% 늘렸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수학 분야에서 이러한 경향이 뚜렷했는데, 이는 화학 분야는 장비나 연구실 공간과 같은 다른 요인들도 중요하지만, 수학에서의 지식 형성은 대체로 인적 자본에 의존하기 때문에 책의 중요성이 더 컸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저작권의 소멸로 미국 내 더 많은 대학이 독일 과학책을 도서관에 비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탠퍼드 도서관에서 미국에서 재판된 127개의 독일 과학책 대출 기록을 살펴보면 1941년에 시작된 대출이 1955년에 정점에 이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날짜는 다른 논문들이 이 책들을 인용하는 정도의 흐름과 비슷한 패턴입니다. 박사 학위를 가진 수학자의 수도 증가했습니다. 재판된 독일 과학책을 보유한 도서관에서 40km 안에 위치한 학교에서 1942년 이후 수학 박사 학위자의 수가 매년 0.8명 증가했습니다. 재판된 책이 특허에서 인용되는 정도도 15% 증가했습니다.
스위스 과학자들 역시 이 시기에 화학과 수학 분야에서 뛰어났고 많은 스위스 과학자들이 독일어로 책을 썼습니다. 하지만 스위스는 중립국이었기 때문에 스위스 출판사들은 미국에서 저작권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예일이나 하버드, 그리고 일리노이 대학, 뉴욕이나 시카고의 공립 도서관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 책들에 대한 접근이 어려웠습니다. 1942년 이후 독일 과학 서적과 스위스 과학 서적이 미국 학자들에 의해 인용되는 패턴을 살펴보면 재판이 허용되었던 독일 과학 서적 인용만 많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 참조).
연구진은 이 연구가 지적 재산권을 둘러싼 갈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저작권은 사람들이 책을 출판할 동기를 부여하지만,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지식이 축적되는 분야에서 너무 오래 지속하는 저작권은 오히려 사회적 효용을 낮출 수 있습니다. 이러한 효용의 감소는 특히 과학 분야 출판에서 특히 중요한데 왜냐하면 이 분야에서는 저작권이 사람들이 책을 쓰도록 하는 동기 부여 효과는 대체로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