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와 에너지 원의 확대(1/3)
초록: 지구와 생명체의 역사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생명체로 대표되는 다섯 시대로 나눌 수 있다. 그 시대는 각각 지화학적(geochemical) 에너지, 태양광, 산소, 고기, 그리고 불이다. 지화학적 에너지와 태양광은 지구가 만들어진 때부터 존재했지만 산소, 근육, 불은 진화에 의해 사용가능해진 에너지이다. 새로운 에너지 시대에도 기존의 에너지는 계속 사용할 수 있었고, 따라서 생태계의 다양성과 복잡성은 점점 더 증가해왔다. 에너지 원의 확대는 지구의 환경을 변화시켰으며, 이 변화는 다시 새로운 진화가 일어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에너지라는 창을 통해 지구와 생명체의 역사에서 하나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외계의 생명체 또한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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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는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에너지는 생물학에서 세포나 유기체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계적 움직임과 화학적 반응의 동력이다. 지구 역사에서 유기체가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은 환경의 변화를 만들었다. 생명체는 점점 더 다양한 에너지를 활용해왔다. 생명의 진화는 지구 환경을 미생물만 살 수 있는 무산소(anoxic) 세계에서 토양에는 광물이 풍부하며 온갖 다양한 생명체가 살게된 오늘날의 모습으로 바꾸었다. 이 논문에서 나는 이러한 에너지원의 변화가 어떤 생물학적, 지질학적 변화와 함께 일어났는지를 살펴보고 이 사실이 다른 외계의 생명체들에 어떤 시사점을 두는지를 알아보았다.
태초에
지구가 처음 탄생하던 45.6억년 전, 생명체는 지화학적 에너지와 태양광의 두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었다. 태양광은 지구가 태양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얻게된 에너지지만 지화학적 에너지는 지구가 가진 고유한 에너지이다. 지화학적 에너지란 물이 현무암이나 다른 암반과 반응하며 생기는 에너지를 말한다. 오늘날에도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반응은 수소, 황화수소, 메탄 등의 화합물을 만든다. 이 화합물은 산화하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며 유기체는 이 에너지를 화합결합의 형태로 저장할 수 있다. 이러한 지화학적 에너지는 지표면 근처에서만 발생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며, 지구 표면 깊숙한, 태양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발생했다.
생명체는 처음부터 완전한 형태로 등장했다기 보다는, 이러한 지화학적 에너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무생물이 생물로 바뀌게 되었을 것으로 여러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이 생명체는 후에 태양광을 이용하는 능력을 얻게 된다. 계통발생학과 생화학적 증거는 모두 지구 최초의 생명체가 수소와 이산화탄소가 반응해 아세트산염과 메탄, 물을 내어 놓는 환경에서 태어난 화학자가영양생물(chemoautotrophs)임을 암시한다. 이러한 무생물에서 생명체로의 변화가 암반이 거의 남지 않게된 37억년 이전에 일어났을 것임을 암시하는 증거가 점점 더 쌓이고 있다.
첫번째 에너지 시대: 지화학적 에너지
생화학적 분석 결과는 초기 자가영양생물이 적당한 환경적 조건에서 죽은 세포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쉽게 종속영양생물(heterotrophic)의 형태를 띄었을 것임을 말해준다. 지구의 역사에서 이 시기에는 산소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태계는 혐기성(anaerobic)이었다.
초기 생태계는 한 종류의 생명체가 만든 부산물이 다른 생명체의 영양소가 되는 미생물 매트(microbial mat)로 빠르게 분화해갔다. 각각의 층이 다른 신진대사 특성을 가지는 여러 층의 유기체 군이 만들어졌다. 이런 혐기성 생태계는 성장 속도가 느리며 다른 유기체를 사냥하고 이를 소화하는 방식으로는 충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움직이는 포식자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이러한 초기 환경에서 진화의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바이러스다. 바이러스는 세포를 분해시키는 죽음의 사자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종속영양생물에 유기 탄소를 공급하는 역할 또한 맡았다. 또한 이들은 한 생물의 유전자를 다른 생물에 전달했으며 이는 진화 혁명을 촉발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오늘날의 생태계에 존재하는 공진화의 압력은 거의 없거나(예를 들어 포식자나 기생 생물같은) 아니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성선택과 같은).
지화학적 에너지의 원천 주변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한편, 지화학적 모델은 이 당시 생태계의 생산성이 오늘날의 생태계보다 천분의 일에서 백만분의 일 밖에 되지 않음을 말해준다.
원시 지구에서 암반은 충분히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초기 생명체가 지구 환경에 끼친 영향은 불확실하다. 생명체는 필연적으로 환경의 변화를 초래하며 생명지구화학적 순환을 이루었을 것이지만, 생태계의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그 효과는 크지 않았을 것이다.
두번째 에너지 시대: 태양광
지구의 역사에서 어느 순간이 되면 – 아마 37억년 전 정도 – 유기체는 태양광에서 에너지를 얻어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게 된다. 오늘날 다양한 방법으로 광합성을 하는 몇 종류의 박테리아들이 존재한다. 이중 산소 광합성 방법만 부산물로 산소를 내어 놓으며 다른 무산소 광합성 과정은 그렇지 않다. 유전적 증거와 화석 증거, 생화학적 증거들은 초기에 두 종류의 무산소 광합성이 먼저 진화했을 것임을 암시한다.
태양광은 지표면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었기에 광합성은 지구의 생명체 수를 크게 늘였다. 원시 지구 모델은 무산소 광합성이 초기 생태계의 생산성을 크게 높였음을 말해준다. 미생물 생태계 또한 더 다양해졌을 것이다. 이 시기 광종속영양생물(photoheterotrophy) 또한 진화했을 것이다. 이들은 탄소 고정 없이 – 곧 유기 탄소를 여전히 필요로 하지만 – 태양광을 ATP 로 바꾸어 에너지 종속성을 덜었다.
이 시기, 생명체가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게 증가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진 석회암, 역주)와 호상 철광층(banded iron formation)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대기 중 메탄의 양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때 태양의 밝기는 지금보다 70% 에 지나지 않았지만 기후는 온화했던 것으로 보인다. 메탄과 메탄이 광화학반응을 통해 만들어내는 에탄은 온실 가스이며 따라서 유기체가 만들어내는 메탄은 초기 지구가 빙하기에 접어들지 않게 보호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곧 이 시기 가장 치명적인 사건, 곧 지구 역사상 생물학적으로나 지질학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이는 바로 산소 광합성의 진화이며 남조류(cyanobacteria)라는 새로운 생명체의 등장이다.
남조류와 대기의 산소 급증
초기 대기에 존재하던 미미한 산소는 물 분자가 태양광이나 방사선에 의해 분해되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비생물적 과정은 생물적 과정에 비해 훨씬 비효율적이다. 남조류나 이와 비슷한 생물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지구 대기에는 산소가 축적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조류는 이 일을 해냈다. 24억 5천만 년에서 23억 2천만 년 전 사이에 지구 대기의 산소 농도는 오르기 시작했다. 이는 산소급증사건(Great Oxydation Event)이라 불린다. 오늘날 21%에 이르는 산소 농도는 이 사건 이전에는 오늘날에 비해 10만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약 20억년 전이 되자 산소 농도는 0.1에서 1%까지 올랐다. 이후 산소 농도 변화의 역사는 복잡하고 아직 충분히 알려져있지 않지만 어쨌건 지구 대기는 처음으로 적당한 양의 산소를 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바다에 산소가 완전히 녹게 되기까지는 다시 18억년이 더 필요하다.)
초기 지구 역사의 수많은 사건 중 산소급증사건은 가장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지구 역사에서 이 사건은 분명한 전기로 작용하며 이 시기의 화학적 변화 또한 다양한 지질학적 증거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그러나 언제 남조류가 처음 진화했는지는 매우 불확실하며, 그 시기의 불확실한 정도는 거의 10억년에 이른다. 하지만 유전적 증거와 화석 증거, 그리고 지화학적 증거는 남조류가 적어도 산소급증사건보다 3억년 전에는 진화했을 것임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즉 남조류가 산소급증사건보다 그렇게 오래 전에 진화했다면 왜 산소가 대기중에 쌓이는데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린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또한 다양한 가설이 제시되었다. 결론은 이것이 행성 수준의 화학적 문제라는 것이다. 초기 지구의 대기와 바다는 산소가 쉽게 반응하는 수소, 메탄, 제1가 철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산소가 만들어질때마다 이들 원소는 산소와 반응해 산소를 없앴을 것이다. 이들 원소가 모두 소진되기 전까지는 산소는 대기에 축적될 수 없었다.
그러나 산소급증사건 이전에 남조류는 이미 미생물 생태계의 생산성과 복잡성을 증가시켰다. 종속영양생물이 다양해졌으며 때로 여러 종류의 광합성 유기물을 포함한 스트로마톨라이트와 현대적 미생물 매트가 등장한 것이다. 게다가 제1가 철이나 황화수소가 아닌 물에 포함된 수소에서 전자를 꺼낼 수 있게 되면서 남조류는 서식지의 한계를 크게 넓힐 수 있었다. 남조류는 어쩌면 육지로 올라온 최초의 유기체일 수 있으며 암반을 풍화시켜 영양소를 바다로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효과는 대기 중의 산소가 증가함으로써 일어난 변화와는 비할 수 없다.
산소와 지구환경
산소급증사건은 지구의 환경에 극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첫째, 대기 중 산소의 증가는 오존층을 생성, 육상에 유기체가 진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둘째, 지표면의 광물질 다양성이 증가되어 결국에는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셋째, 대기중의 산소는 다양한 종류의 비생물적 환경을 만들었다. 무산소 혹은 미세산소(micro-oxic) 환경이 먼저 만들어졌고, 대기중의 산소가 늘어나자 산소가 풍부한 환경 또한 만들어졌다. 오늘날 호기성 원시생물은 혐기성 원시생물에 비해 극도의 고염분, 혹은 극한 pH 환경을 견딜 수 있는데 이는 이들이 과거 산소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접근불가능했던 비생물적 환경으로 서식지를 늘였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동시에 산소의 증가로 질산염이나 황산염과 같은 산화제를 활용할 수 있게 되어 화학영양생물(chemotrophic)의 생산성이 증가했다.
넷째, 산소급증사건은 빙하기의 시작과 관련이 있다. 이는 아직 완전히 해결된 문제는 아니지만, 어떤 이들은 이 시기 메탄의 방출량이 감소하면서 메탄이 지구 기후를 온난하게 만들던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산소급증사건이 환경에 끼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지구 화학변화의 주된 구성요소를 바꾸었고, 유기체가 산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네이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