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세제개편안은 정말로 ‘역대급 부자감세’일까?
2017년 12월 7일  |  By:   |  경제, 세계  |  No Comment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개편안을 가리켜 민주당은 부자들에게 엄청난 절세 혜택을 안겨다 준 감세안, 근래 미국 조세제도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세제라며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공화당은 중산층도 상당한 세금 감면 혜택을 받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제개편안을 가리켜 “미국인들은 대단하고 엄청나며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됐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과연 누구 말이 옳을까요? 이에 대한 답을 찾고자 저희는 지난 50년간 가장 큰 감세로 기록된 세금 관련 법안 10개를 모아 직접 비교해봤습니다. 서로 공정하게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를 모으기부터 쉽지 않은 과제였지만, 어쨌든 저희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 예전과 지금의 세제안을 제대로 비교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 그렇지만 여전히 공화당의 이번 1조 4천억 달러 규모의 감세를 역사상 가장 큰 감세안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엄밀히 말하면 지난 10년 사이에도 이번보다 더 큰 감세 정책이 시행됐다.
  • 이번 공화당의 세제안이 지난 50년간 시행한 그 어떤 세금 제도보다 역진세 효과가 큰, 이른바 ‘부자감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주장을 단정적으로 펴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하다. 앞서 돈을 많이 벌수록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 역진세 효과가 컸던 감세안의 예로는 부시 정권의 감세안을 들 수 있다.
  • 전체적인 역진세 효과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이번 공화당 세제안이 중산층에 심각한 부담을 지우고 타격을 입히는 계획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미국 하원과 상원은 각기 다른 세제개편안을 마련해 각자 의회의 표결을 거쳤고, 이제 서로의 안을 맞춰보며 조율을 거쳐 최종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제개편안을 보내 재가를 받고 입법을 공표하는 게 목표입니다.

세금 신고를 하는 개개인과 소득 과표 구간에 따른 각 집단이 바뀐 세제에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상하 양원의 개편안을 토대로 차례차례 비교해보면 승자와 패자를 나눠볼 수 있습니다. 특정 정당과는 관계가 없는 기구인 세금정책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먼저 소득 계층과 관계없이 앞으로 세금 부담은 누구나 다 줄어듭니다. 세금을 덜 내는 건 같은데, 얼마만큼 덜 내게 되느냐에서 소득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즉, 상원이 낸 세제개편안은 감세분의 절반 이상을 연소득이 20만 달러가 넘는 사람들에게 안겨줍니다. 하원을 통과한 세제개편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원래 부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기 때문에 세제개편안은 으레 이런 식으로 소득이 높은 이들에게 더 큰 혜택을 주는 걸까요? 트럼프 대통령 전에 이전 정권의 세제개편안은 어땠는지 살펴보면 이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자료를 모을 수 있는 한계 때문에 1968년 이후 세제개편안이 시행된 뒤 2년간 어떤 효과가 났는지를 비교해 분석할 수 있었는데, 이번 트럼프 감세안을 역사상 가장 과격한 감세안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어떤 기준으로 분석하더라도 트럼프 감세안을 대표적인 감세안 열 손가락 안에는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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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안이 통과된 뒤 첫 2년간 감세 효과로 전체 GDP의 얼마만큼이나 세수가 줄어드는지 정리한 그래프. 이번에 공화당이 발의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할 감세안은 역사상 손에 꼽히는 대규모 감세안이 될 전망입니다. (자료: 미국 재무부 제리 템팔스키)

위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는 과거 주요 감세안에서는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리처드 닉슨 행정부와 지미 카터 행정부에 가장 중요했던 과제는 높은 인플레이션의 효과를 차단하고 경제를 관리하는 일이었습니다. 물가가 빠르게 뛰는 만큼 임금도 덩달아 가파르게 오르면서 사람들이 세금을 낼 때 전보다 높은 과표 구간에 들게 됐습니다. 하지만 물가가 오른 만큼 소득이 늘어났기 때문에 사람들의 구매력이나 가처분소득, 세금을 매길 만한 자산은 별로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행한 닉슨, 카터 정부의 감세안은 쉽게 말해 “딱히 더 번 것도 없는데 인플레이션 탓에 늘어난 세금 부담을 다시 줄여주는” 성격이 짙었습니다. 자연히 감세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건 중산층이었고, 세금을 낼 만한 소득을 올리지 못하는 저소득층도 다시 과세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특히 1977년 발표한 카터 행정부의 세제개편안은 누진세 효과가 상당히 컸는데,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상당히 감면한 반면, 부자들이 내는 세금은 거의 줄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 감세분의 상당 부분이 중산층에게 돌아갔고, 이듬해 보완해 발표한 세제안을 보면 이런 누진세 성격이 더욱 강하게 나타납니다.

실질적으로나 이념적으로 이번 트럼프 감세안에 견주어 비교하기 가장 좋은 것이 1981년 레이건 행정부에서 시행한 “경제회복 위한 세금법”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과표 구간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의 세금 부담을 줄였습니다. 특히 상속세율을 대폭 낮추는 등 기업의 투자를 장려한다는 명분으로 각종 세금을 깎아줬습니다. 심지어 중산층과 중상층에 혜택이 다소 쏠린 레이건 행정부의 감세안도 그 혜택은 전체 인구가 고루 나눠 가진 편에 속합니다.

그런데 20년 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단행한 두 차례 대규모 감세안은 이전 세제개편안과 다른 양상을 띠었습니다. 무엇보다 감세의 혜택이 미국에서도 초고소득자, 소득 계층 최상위층에 집중됐다는 점이 큰 차이였습니다. 2001년 감세안은 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대폭 덜어줬고, 2003년 추가로 시행한 세제개편안으로 부자들이 내야 하는 세금은 더 줄었습니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편안의 전주곡과도 같은 사건을 찾으라면 그래서 부시 행정부에서 단행한 두 차례 감세를 꼽아야 할 것입니다.

임기 내내 부자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안겨주기 바빴던 부시 대통령이기에 2008년 경기부양책에 누진제 성격을 도입한 점은 상당히 놀랍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경기부양책의 하나로 연말정산 시 국민에게 대대적으로 세금을 돌려줬는데, 이때 소득에 상관없이 거의 비슷한 금액을 지급했습니다. 그 결과 가처분소득은 실제 인구 분포와 비슷하게 늘어났죠. 정부의 목표는 사람들이 돌려받은 환급금을 바로 필요한 데 써 소비를 진작하고 시중에 돈이 돌아 경기를 살리는 데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연히 세금환급으로 돌려받은 돈을 바로 쓸 확률이 높은 쪽은 원래 돈이 많은 부자보다 경기 침체로 타격을 더 많이 받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이므로 정부는 소득을 따지지 않고 같은 액수를 돌려준 겁니다.

이듬해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경기부양책에도 마찬가지로 세금을 돌려주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누진제 성격이 담겨 있습니다.

지난 50년간 열 손가락에 드는 감세안 가운데 총 네 건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어났습니다. 그 가운데 두 건은 전임 부시 행정부가 입안한 사상 최대 감세안을 부분적으로 연장하거나 영구화한 정치적 타협의 산물입니다. 다른 두 건은 2008년과 2009년 단행한 경기부양책에 비해 누진제 성격이 짙지 않고, 소득 불평등 해소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러나 이미 엄청난 감세를 실행에 옮긴 부시 행정부의 유산 위에서 세운 정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바마 행정부의 세제개편안에는 빈곤층의 세금을 우선 감면하는 데 주력하는 등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담겨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다시 한번 살펴봅시다. 일단 상원을 통과한 감세안부터 살펴보죠. 부시 행정부에서 단행한 두 차례 감세안과 비교해서 보면, 특히 소득을 기준으로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내게 되는 세금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보면 세제개편안의 특징이 뚜렷이 드러납니다.

이 기준에서 보면 과표 구간 중 가장 소득이 적은 사람들은 부시 행정부 감세안 때보다 이번 트럼프 감세안에서 더욱 배제될 전망입니다. 2001년에는 소득이 3만 달러 이하인 사람들이 전체 감세분의 13.8%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상원 세제개편안(1.9%), 하원 세제개편안(2.4%) 모두 거기에 훨씬 못 미칩니다.

물가 상승 때문에 더 높은 과표 구간에 들게 돼 통계가 다르게 잡힌 부분도 있지만, 부자들에게 적용되는 세율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세율보다 훨씬 더 많이, 빠르게 낮아지는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이 기준에서만 보면 부시 감세안이 트럼프 감세안보다 오히려 더 누진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부시 감세안에서는 저소득층의 세율을 먼저, 더 많이 낮춰준 반면, 트럼프 감세안은 거의 모든 사람의 세율을 사실상 일괄적으로 낮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0년간 세제개편이란 이름으로 시행된 감세안 가운데 이번 트럼프 감세안과 2003년 부시 감세안은 아마도 중산층에게 가장 혹독한 부담을 지울 계획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법이 시행되고 1년 뒤에는 두 제도 모두 소득이 10만 달러가 넘는 이들에게 상당한 특혜를 주는 것도 닮았습니다.

제도가 시행된 지 1년 뒤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새로운 세제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그만큼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제도가 정한 세율과 조정한 과표 구간 등만으로 불평등을 완화할 세제라거나 반대로 불평등을 부추기는 악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세금정책센터의 분석을 보면 2003년 부시 감세안이 발효된 뒤 2004년에는 연소득이 50만 달러 이상인 갑부들이 전체 감세분의 24%를 가져갔지만, 2006년이 되면 전체 감세분의 절반이 갑부들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갑니다.

이번 공화당 감세안은 상하원이 제시한 법안 모두 공히 부시 감세안보다 부자들을 더 많이 배려한 세제가 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세금정책센터는 공화당 상원이 낸 법안에 따르면 2025년에 감세분의 무려 68.5%가 연소득 50만 달러 이상인 고소득층에게 흘러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부자를 압도적으로 배려한 세제입니다.

그러나 앞서 여러 차례 강조했듯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기는 힘듭니다. 엄청난 규모의 부시 감세안도 실제 집행 과정에서 여러 가지 견제장치에 걸려 약화되기도 했고, 트럼프 감세안의 효과가 어떠하리라는 전망은 모두 인플레이션 등 불확실성이 다분한 영역입니다. 과거 사례를 분석한 데이터 또한 지금처럼 풍부하지 않기도 하며, 감세와 경제 지표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다만 이런 한계를 감안하고 보더라도 공화당이 올해가 가기 전 통과시킬 것이 확실한 감세안은 불평등을 심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만한 소지가 있는 세금 제도라는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긴 합니다.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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