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골탈태 선언한 우버의 여전한 운전자 기만 (2/5)
우버는 과연 운전자 편에서 생각할 의향이 있을까?
2016년 초 우버에서 운전자를 모집하고 운전자들이 더 많이 운전할 수 있도록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일을 하는 직원 100여 명은 자체 투표를 통해 담당 부서의 이름을 “공급 확대(supply growth)”에서 “운전자 성장(driver growth)”으로 바꿨습니다.
회사 안팎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소리가 나오던 차였습니다. 앞선 2015년 내내 우버 경영진은 우버 플랫폼을 떠나는 운전자들의 비율을 낮추려 애썼습니다.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는데 비해 운전자를 그에 맞춰 충원하는 데는 여러 어려움이 따랐고, 여기에 적지 않은 운전자들이 우버를 떠나면서 회사의 성장세마저 주춤하는 위기가 찾아온 겁니다.
“회사가 운전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아이디어 좀 내보세요.”
우버 경영진은 다양한 심층 면접과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하며 직원들을 계속 닦달했습니다.
플랫폼 제공자인 우버 측과 개인 사업자로서 플랫폼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잦았습니다. 우버에 25%에 가까운 수수료를 내고 남는 돈으로 영업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고 수익을 내는 운전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건 ‘빈 차 운행’입니다. 차량이 적당히 부족해 공급이 수요에 좀 못 미쳐야 쉬지 않고 손님을 태우면서 돈도 벌 수 있습니다. 반면 우버 입장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은 차량 부족입니다. 모든 고객이 차를 부르면 5분 안에 탑승할 수 있을 만큼 적정 수의 대기 차량을 유지하는 게 우버의 목표입니다.
특히 공급이 수요에 크게 못 미칠 때 미리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이용 요금이 일시적으로 오르는 “추가 요금(surge)” 상황을 대하는 태도에서 우버 측과 운전자들은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요금이 오르면 운전자가 더 유입돼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만, 자연히 가격이 높아지니 고객이 줄어듭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모든 운송 업계를 장악하려는 우버의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니다. 우버의 다니엘 그라프 부회장은 이를 솔직히 인정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요금이 오르지 않는 게 낫습니다. 그래야 더 많은 고객이 우버를 이용하니까요.”
지난 몇 년간 우버 측이 운전자에게 보낸 메시지의 대부분은 운전자를 어느 시간대에 어느 지역에 가도록 유도하는 식이었는데,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물론 공급 부족을 해소하거나 예방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우버는 각 도시 지국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실험을 해보라고 적극적으로 장려하기도 했습니다.
“문자, 이메일, 각종 알림 등,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와요. ‘아침 출근 시간입니다. 어디어디가 지금 고객 수요가 가장 높습니다. 그리로 가세요.’ 뭐, 이런 메시지요. 언제나, 꾸준히 운전자를 특정 방향으로 보내려 유도하죠.”
시카고에서 우버를 운전하는 에드 프란첸의 말입니다.
여성이 보낸 메시지로 보이면 응답률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남자 직원이 여자인 척 메시지를 보낸 적도 있었습니다. 2014년과 2015년에 우버 댈러스 지국에서 일했던 존 파커는 말합니다.
“예를 들어 ‘공연이 끝날 시간이 다 됐네요, 공연장 근처에 곧 손님들이 많이 나올 것 같아요.’ 같은 메시지를 보내면서 같은 메시지라도 발신자명에 로라 같은 (여자) 이름을 쓰는 겁니다. 운전자 가운데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거든요.”
우버 측은 운전자들의 응답률을 높이고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회사에서 보내는 메시지를 여성이 보내는 것처럼 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버 운전을 하려고 차를 장기 대여할 때 우버가 보증을 서주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차량 분납금과 우버에 내는 수수료를 제하고 비용까지 빼고 난 뒤 수익을 내려면 일주일에 무려 50~60시간이나 운전해야 하는 가혹한 규정도 원성을 샀습니다. 우버 관계자들은 운전자들의 불만이 쌓이다 어느 순간 경쟁 업체인 리프트로 운전자들이 대거 옮겨가는 역풍을 맞지 않을까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뜩이나 리프트의 플랫폼 운영 규정은 (우버보다) 훨씬 운전자 친화적이라는 평판이 자자했습니다.
우버의 CEO 칼라닉은 회사의 사소한 것까지 직접 챙기곤 합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CEO 칼라닉은 한 번 결심한 일은 꼭 해내고 마는 유형의 지도자로, 한 번은 회사가 보내는 알림에 아주 사소한 문제가 있었는데 자기가 더 일찍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부하 직원들을 나무랐을 정도입니다. 우버의 전체 조직 문화에 칼라닉의 성격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그런 우버가 이제는 칼라닉스러운 색깔을 희석하고, 대신 좀 더 리프트스럽게 변화하기 시작한 겁니다. 우버는 먼저 많은 원성을 샀던 장기 대여 보증 프로그램의 몇몇 조항을 고치고, 운전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중에 지나치게 위협적이라고 지적받던 부분을 부드러운 톤으로 고쳤습니다.
이와 동시에 우버는 운전자들이 손님을 태우고 총 25차례 운행하면 계약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데도 그 전에 운전을 그만두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직접 운전자를 격려하는 메시지를 보내보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축하합니다! (계약 보너스까지) 벌써 거의 절반이나 왔습니다.”
얼핏 보면 따뜻한 격려 메시지가 무슨 문제일까 싶지만, 사실 이 메시지도 아주 꼼꼼한 전략의 일환입니다. 앞서 우버에 고용된 데이터 과학자들은 운전자들이 25번 정도 고객을 실어나르고 나면 그 뒤로는 일을 좀처럼 그만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든 25번 운전을 할 때까지만 운전자들을 붙잡아두면 그 뒤로는 상대적으로 그 운전자가 우버를 떠날 걱정은 덜 해도 되는 겁니다.
심리학자들과 비디오게임 개발자들은 오래전부터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사람을 독려하는 것만으로도 실제로 동기 부여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회사의) 목표에 자꾸 노출되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목표를 내면화하게 됩니다. 내면화된 동기 부여는 아주 강력한 행동을 끌어냅니다.”
유명 게임 개발자로 게임에 사실상 강제적인 심리 조작 기술을 적용하는 데 따르는 문제를 오랫동안 경고해 온 첼시 호에는 말합니다. 반면 우버의 아모에도 대변인은 우버의 정책이 문제될 것 없다고 옹호했습니다.
“단지 운전자들이 처음 고객을 태우고 운전했을 때 낯설거나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하기 위한 겁니다. 동시에 현실적인 면도 고려했죠. 운전자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운전이 맞는지 판단하고 결정하면 좋겠습니다.”
운전자를 기분 좋게 할 수 있다는 건 자연히 운전자를 실험 대상으로 대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리프트는 우버보다 앞서 몇 년 전에 비슷한 실험을 했습니다.
2013년에 리프트는 어떻게 해야 바쁜 시간대에 더 많은 운전자들을 도로로 불러낼지 컨설팅 회사에 방법을 찾아보게 했습니다.
당시 리프트 운전자들은 언제 운전을 할지 자신의 계획을 미리 리프트에 자발적으로 알릴 수 있었습니다. 컨설팅 업체는 리프트에 막 등록한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일부 운전자들에게는 한가한 시간대인 화요일 아침 대신 손님이 많은 금요일 시간대에 일을 하면 시간당 15달러 정도를 더 벌 수 있다는 정보를 미리 알려주고, 다른 이들에게는 반대로 원래 계획대로 화요일 아침에 일하면 얼마큼 손해를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알려줬습니다.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메시지보다 손해를 볼지 모른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바쁜 시간대로 더 많은 운전자를 옮기는 데 훨씬 효과가 좋았습니다.
컨설턴트 크리스텐 버만은 2014년 발표에서 이 실험은 행동경제학의 발견에 착안해 고안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행동경제학은 특히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이끄는 인지 과정을 연구합니다. 리프트의 실험에 단초를 제공한 개념은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는 개념으로, 사람들은 무언가를 얻기를 좋아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잃는 것을 훨씬 더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 일을 하면 얼마를 벌 수 있고, 반대로 일을 안 하고 쉬는 쪽을 선택하면 당신이 잃는 셈이나 다름없는 기회비용이 쌓여갑니다. 빨간색으로 쌓여가는 손실액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마음은 자연히 불안하거나 불편해 집니다.
버만은 다만 인터뷰에서 리프트가 끝내 이 손실 회피 기반 전략을 운전자들에게 쓰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리프트는 운전자를 사실상 조종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잠재적인 문제에 엮이지 않기로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