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의 시대, 가정에서의 미디어 교육이 중요합니다
2017년 3월 22일  |  By:   |  문화, 세계, 칼럼  |  No Comment

저는 오래전 홀로코스트 강사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어두운 역사를 알려주어 공감 능력을 기르고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가 얼마나 나쁜지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었죠. 하지만 동시에 너무 끔찍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거나 폭력적인 이미지에 둔감해지지 않도록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도 업무의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는데 다섯 살 난 아들은 이미 경찰관이 월터 스캇을 총으로 쏴 쓰러뜨리는 영상을 보고 말았죠. 이 끔찍한 영상에 대해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대화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뉴스는 빛의 속도로 퍼져나갑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든 맥락 없이 편집되거나 걸러지지 않은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이에 대비해야 합니다.

지금 아이를 키우는 부모 세대는 대부분 어릴 때 부모와 함께 신문을 읽거나 뉴스를 시청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아이들은 자신의 전화기와 소셜미디어 계정을 갖게 되는 순간, 아니 인터넷 기기 근처에 접근하게 되는 순간부터 자신만의 네트워크 안에서 뉴스를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가 접하게 되는 뉴스 콘텐츠의 품질은 좋게 말해 “다양”하고, 양적으로는 과거와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입니다. 분별력 있는 뉴스 소비자가 되는 법을 반드시 가르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녀의 디지털 문해력을 길러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정리해봤습니다.

대화하세요: 아이들이 어떤 뉴스를 보고 읽는지 물어보세요. 당신이 접하고 있는 뉴스는 어떤 뉴스인지도 먼저 알려주세요. 귀를 기울인 다음, 맥락과 관점을 제시해주세요. 내가 보고 듣는 뉴스에 관해 부모님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행동하세요: 요즘처럼 나라가 시끄러울 때일수록 초등학생 자녀가 혼자서 뉴스를 보게 하지 마세요. 아이가 뉴스를 소화해낼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세요.

구체적으로 말하세요: 어른끼리 말할 때는 “세상이 망하려나봐”와 같은 말을 하면서 즐거울 수도 있지만, 아이들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나쁜 이야기를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걱정스러운지, 무엇이 문제인지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디서 뉴스를 보는지가 중요합니다: 유튜브나 트위터, 스냅챗은 뉴스 큐레이션 사이트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이런 플랫폼을 통해서 뉴스를 접하고 있다면 부모의 적절한 지도가 더욱 필요합니다.

알고리즘에 대해 알려주세요: 중고교생 자녀에게는 “필터 버블”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세요. 소셜미디어와 검색 엔진에서 내가 검색하는 것과 선호하는 것이 그대로 반영되어, 나의 관점을 강화하는 뉴스만 더 많이 접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세요.

회의주의를 가르치세요: 광고성 기사(sponsored content)가 무엇인지 찾아보도록 하고, 뉴스를 대할 때는 비판적인 사고 회로를 작동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하지만 아이가 가짜 뉴스에 속았다고 해서 스스로 바보라고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건전한 회의주의를 장착할 수 있도록, 그리고 언제나 독자를 속이려는 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알려주세요.

출처 확인은 필수: 아이들에게 언제나 기사를 누가 썼는지를 확인하도록 하고, 출처에 따라 기사의 진실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도록 도와주세요. 가짜 뉴스를 하나 골라 함께 읽으면서, 비판적인 읽기란 무엇인지, 거짓 정보와 악의적인 속임수를 어떻게 걸러낼 수 있는지 차근차근 알려주세요.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게 해보세요: 아이들이 뉴스를 접하고 이해한 경험을 세상과 나눌 수 있도록 격려해주세요. 지역 방송국이나 학교 신문에 글을 써 보내보는 것도 좋은 훈련입니다. 짧은 영상을 아무 설명 없이 공유하는 것과 전문 저널리스트가 쓴 기사가 어떻게 다른지 알게 도와주세요.

제한을 두세요: 자녀가 건강하게 뉴스를 소비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도 부모의 몫입니다. 충격적인 뉴스를 보고 밤에 잠을 못 이룰 정도라면 자기 전에는 뉴스를 보지 말자는 식으로 규칙을 정합시다.

확실히 알기 전까지는 공유하지 않도록: 인터넷 덕분에 소문은 더욱 빨리 확산됩니다. 자녀들에게 어떤 소식을 접하면 출처를 확인하고 팩트체크를 거친 후에 친구들과 공유하는 버릇을 들이라고 알려주세요. 충격적인 소식일수록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점도요.

함께 행동하세요: 자녀가 한 가지 이슈에 큰 관심을 보인다면 가족이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세요. 예를 들어, 자녀의 관심사가 난민 문제라면 난민을 지원하는 지역 자선 단체에 겨울 외투를 기부하는 겁니다. 부모와 자녀가 머리를 한데 맞대고 지역구 의원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됩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아이들에게 뉴스를 보지 말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인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뉴스를 봐야 아이들도 훌륭한 디지털 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습니다. 가짜 뉴스의 시대, 부모의 멘토링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무지를 이기는 것은 언제나 지식이라는 점을 꼭 알려주세요.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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