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론 물리학자의 암흑 에너지(2/2)
랜들은 퀸즈 지역의 프레쉬 메도우에서 세 딸 중 둘째로 자랐습니다. 랜들의 언니는 정체불명의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때로 아스퍼거 신드롬처럼 놀라운 기억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랜들은 자신을 영화 “레인맨”의 탐 크루즈와 비교했습니다. ) 랜들과 지금 조지아텍의 컴퓨터과학 교수인 그녀의 동생은 맨하탄의 수학 과학 특화 고등학교인 스투이페산트에 진학합니다. 랜들은 아침 일찍 모임을 가지는 수학 동아리에 참석하기위해 해가 뜨기 전에 집을 나설 수 있도록 어머니와 다투었습니다. 그녀는 결국 동아리 최초의 여자 회장이 되었습니다. 열 일곱 살 때 그녀는 웨스팅하우스 과학영재대회에서 복소수의 하나인 완전 가우스 정수(perfect Gaussian integer) 연구로 우승합니다.
내가 그녀에게 그녀의 성공이 큰 언니의 장애와 관계가 있는 것 같은지 물었을 때 랜들은 이메일로 이렇게 답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 열심이었던 이유 중의 하나일지도 모르죠. 내가 가진 재능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했던 것이구요.” 그녀는 자신이 다섯 살때, 말문을 닫았던 일을 기억합니다. 부모님의 한 친구는 – 그녀의 아버지는 영업사원이었고 어머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었습니다 – 이렇게 영특한 아이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고 그녀의 어머니는 그저 그녀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 한다고 답했습니다. 랜들의 답은 다릅니다. “나는 참인 사실들만 말하고 싶었어요.”
어른이 된 랜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일과 참인 사실을 말하는 두 가지 모두를 원하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랜들은 얼핏 같이 일하기 쉽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 그녀는 시끄러운 커피 머신 때문에 동료와 다툰 적이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 하지만 그녀는 또한 물리학을 중학교 이후로 배운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참을성을 가지고 자신의 연구를 설명합니다. 그녀의 책은 일부러 쉬운 설명을 택하지 않습니다. “나도 이게 좀 덜 복잡했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진실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겠습니다.” 그녀가 2012년 힉스 보존 – 아원자 입자로 21세기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 – 에 대한 e북에서 쓴 말입니다.
랜들은 자신이 글을 쓰는 대상이 일반인들이며, 이를 통해 그녀가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주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합니다. 소설가 코맥 맥카시는 그녀의 연구에 관심을 가졌고 그녀의 첫번째 책을 교정해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녀의 글은 사람들을 깨운다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이는 그녀가 과학을 종교와 유사한 것으로, 그리고 물리학을 “일상의 어리석음을 해결해주는 어떤 관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론물리학자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순수한 수학이며, 이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일을 일반인들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종종 비유를 이용합니다. 어떤 물리학자들은 이를 귀찮은 일로 생각하지만, 랜들은 이를 무척 즐깁니다. 그녀는 암흑 물질을 관찰하는 것은 연예인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당신이 조지 클루니를 직접 볼 수 없어도 수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카메라로 누군가를 둘러싸고 있다면 거기에 연예인이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지요.” 암흑 물질은 투명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지만, 다른 물질에 중력을 미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거기에 암흑물질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랜들과 약속을 잡는 것은 사실 (내 생각에는) 조지 클루니와 약속을 잡는 것만큼 어렵습니다. 우리 약속은 몇 번이나 연기되었습니다. 랜들은 실제로도 바쁠 뿐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잘 결정하지 못하며, 이미 결정한 일을 나중에 후회하는 습관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이스트 햄튼의 북 페스티벌에 참석하기위해 와이오밍의 데블스 타워 등산을 중단한 상태였지만 달라스에서 정장 생일파티에서 갑자기 등장한 한 작가의 말을 듣고 나서 그 결정을 후회하는 중이었습니다. 우리가 같이 서핑을 간 날 밤, 내가 랜들의 연구와 좀 더 관련이 있는 일을 제안했을 때 – 나는 해변에서 은하수를 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 우리는 하늘이 무언가를 볼 수 있을만큼 맑을 지를 알기 위해 한 시간 동안 서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나는 랜들이 있던 곳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었고,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구름이 껴 있었습니다.
“한 시간만 빨리 오지 그랬어요.” 그녀가 한 말입니다. 나는 그녀와 텅빈 해변으로 걸어갔습니다. 랜들은 야외에서 걷는 것은 불가피한 죄악이라고 생각하는 양 가능한 한 빠르게 걸었습니다. 해변에는 모닥불이 두어 개 타고 있었고 주차장의 차 한대는 물가를 라이트로 비추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해변은 매우 어두워서 아이들이 낮에 파놓은 구멍에 빠지지 않기 위해 매우 조심했어야 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래밭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랜들은 구름 사이의 위성을 내게 보여주려 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무언가를 가리키자 그녀는 그것이 비행기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하늘을 바라볼 때 당신은 보통 사람이 보는 것과 다른 무언가를 보는지 물었습니다. 나는 하늘이 그저 작은 구멍이 난 검은 종이처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늘은 원래 그렇게 보이죠.” 랜들도 동의했습니다. “인간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지구에서 보이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어요.”
랜들은 내게 때로는 물리학의 모델이 맞아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물론 그냥 그게 다일 수 있지만, 나는 그런걸 믿지 않죠. 하지만 어떨때는, – 이건 저절로 되는 건데 … 모델은 마치 자신의 삶이 있는 듯 행동하죠.” 나는 소설 작가들이 때로, 등장인물이 스스로의 의지로 내용을 만들어간다는, 내가 늘 감동하는 표현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런 점도 있죠. 어떤 가상적인 상황을 가정하면, 우리는 자신을 완전히 잊고, 그렇지 않았다면 드러내지 않을 말 – 즉, 진실 – 을 말하게 됩니다. 나는 대화 중 로리 무어(Lorrie Moore)를 잘못 인용했고, 다음날 랜들에게 로리가 말한 소설의 정의를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소설은 살 수 없는 삶, 어떤 집에 달려있는 이상한 방, 지구를 도는 또다른 과학자들이 모르는 달이다.” 랜달은 내 비유에 부정적으로 답을 보냈습니다. “이론 물리학은 과학이에요. 우리는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지 않아요. 우리가 세우는 가설은 진실일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에요. 우리는 이를 증명할, 혹은 반증할 증거를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요.”
나는 입자 물리학에 새로운 관심이 생겼고, 어머니에게 타임즈가 만든,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가속기인 강입자 충돌장치(LHC) 비디오를 권했습니다. “나도 보고싶구나. 하지만 내가 이해할 수는 없을거야.” 내가 랜들에게 어머니의 말을 전하자 그녀는 여성이 물리학을 두려워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한, 이 분야의 성 불일치(gender discrepancy)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10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물리학 교수 중 여성은 14%에 불과합니다.) “ ‘음 그녀는 물리를 잘하지. 하지만 좀 이상해’ 같은 말이 계속 나온다면 말이죠. 물론 우리는 이상한 사람들이에요.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론 물리학자가 되지 않을거에요. 특히 여자라면 말이죠.” 랜들은 스티븐 호킹의 예를 들며 사람들은 물리학자를 특별한 사람처럼 생각하면서 자신들은 물리를 몰라도 되는 핑계로 삼는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물리학자를 자신과 다른 사람으로 여기면서 만족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그녀가 묵는 펜션의 현관에 같이 앉아 있었습니다. 갈매기가 뒤뜰에서 시끄럽게 울어댔습니다. 랜들은 잠시 일어나 라이트 형제가 날렸을 경비행기가 어떻게 날 수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세탁기 사용법을 알려주기 위해 잠깐 일어났습니다. 그러고나서 우리는 마지막으로 해변으로 내려왔고, 아이들은 인명구조원 의자로 올라가기 위해 달려갔습니다. 랜들은 아이들이 떨어질까봐 그들을 따라 뛰어갔지요. 나는 혹시 아이들이 떨어져 병원에 가게 될 가능성과 지금 이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 고민했습니다. 언젠가 나는 애들에게 “여기 너희들과 같이 있는 사람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란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세 명은 모두 의자 위로 올라갔고 그들 머리 뒤로는 푸른 하늘만이 보였습니다. 나는 땅에서 그들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뉴요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