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펀딩] 손톱을 물어뜯는 아이들이 알레르기에 강할 수 있습니다.
신생아들은 세상에 나오기 몇 주 전부터 뱃속에서 손가락을 물고 있지만, 아이가 자라서도 엄지를 빨고 손톱을 계속 물어뜯으면 부모는 여러 가지를 걱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처럼 아이가 미생물에 더 노출될 수 있는 행동이나 습관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새로운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소아과 의사들이 손가락을 빠는 행동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부모들이 이를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들은 손가락을 빠는 아이의 발음이나 치아 건강을 걱정합니다. 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손가락을 빠는 아이들은 친구들의 놀림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4살 이상의 아이가 손가락을 빨면 의사들은 이 습관을 없애는 방법을 부모와 아이에게 알려주기도 합니다.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도 비슷합니다. 그 행동 자체를 꾸짖지 말 것, 무언가 대신할 수 있는 행동을 찾을 것, 그 행동을 하지 않을 때 아이를 칭찬할 것, 장갑을 씌우거나 손가락에 밴드를 붙여 아이가 이를 기억하게 할 것 등의 조언이 마련돼 있습니다.
지난 11일, 페디아트릭스(Pediatrics)지에는 뉴질랜드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장기 연구의 결과로부터 손가락을 빨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이 성장 후 알레르기를 덜 가지게 한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들이 바탕으로 한 자료는 뉴질랜드 해안가의 도시인 듀네딘에서 1972~73년 태어난 아동 1,037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성장을 계속 추적 중인 “듀네딘 다학제적 건강연구(Dunedin Multidisciplinary Health)”의 자료입니다. 이 연구의 주저자인 듀네딘 의대의 스테파니 린치는 이 데이터를 보다가 어쩌면 손가락을 빠는 습관이 알레르기 민감성과 관련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이는 1989년 처음 등장한 위생 가설(hygiene hypothesis)이라는 것으로, 습진, 천식, 알레르기 등 면역질환과 관련된 아토피 병과 어린 시절 다양한 미생물에 노출되는 경험 부족이 관련 있을 수 있다는 가설입니다. 이 가설은 아이가 병균에 적당하게 노출될 때 아이의 면역 체계가 질병에 대항하도록 훈련되며, 또한 알레르기를 덜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자료에는 아이들이 5, 7, 9, 11세일 때 엄지를 빠는지와 손가락을 물어뜯는지를 부모가 기록한 내용과 이 아이들이 13세일 때와 32세가 되었을 때 먼지 진드기, 잔디, 고양이, 개, 말, 곰팡이 등에 대해 받은 알레르기 검사 결과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아이들의 31%는 한 번 이상 “종종” 손톱을 물어뜯거나 엄지를 빠는 아이였습니다.
이를 조사한 결과, 엄지를 빨거나 손톱을 물어뜯은 아이들은 13세와 32세 때 모두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훨씬 낮았습니다. 두 습관을 모두 가진 아이들은 하나만을 가진 아이들보다 알레르기를 더 적게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알레르기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다른 요인들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애완동물, 부모의 알레르기, 모유 수유, 사회경제적 지위 등을 모두 통제했습니다. 그러나 엄지를 빨거나 손가락을 물어뜯은 아이들이 알레르기를 적게 가지고 있었지만, 천식이나 꽃가루 알레르기에 걸릴 가능성에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 연구의 공저자인 듀네딘 의대의 로버트 핸콕스는 질병의 원인과 위험요소를 연구하는 ‘예방 및 사회적 의학’과의 부교수입니다. 그는 이메일에서 “위생 가설이 흥미로운 이유는 최근 몇십 년 사이에 급증한 알레르기 질병의 원인이 생활 습관에 있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생활 환경이 더욱 깨끗해지면서 우리는 많은 이득을 얻었지만, 이를 통해 잃게 된 것도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생 가설은 아직 증명되지도 않은 이론이지만 이번 연구가 위생 가설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 장기 연구에서 원래 천식 알레르기 연구의 책임자인 온타리오 해밀턴 맥마스터대학의 의대 교수이자 이번 연구의 공저자인 말콤 시어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릴 때 여러 가지 외부 환경을 접하는 것은 해롭기보다는 이로운 것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우리 연구는 이런 주장에 한 가지 흥미로운 근거를 추가한 것이죠.”
핸콕스는 하지만 이번 연구가 이런 연관 관계와 관련해 어떠한 기제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어릴 때 미생물에 노출되는 것이 우리를 보호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아직 어떤 미생물이 이로운지, 그리고 어떻게 이들이 면역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지 알지 못합니다.”
물론 다 큰 아이가 계속 엄지를 빨면 치아 건강에도 좋지 않고 이런저런 세균에 감염될 확률도 높아지며, 친구들로부터 놀림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엄지를 빠는 행위를 검토한 논문을 쓴 브롱크스 몬터피오레 아동병원의 발달소아과 의사 린 데이비슨은 아이들은 종종 성장하면서 이런 행동을 알아서 멈추기 때문에 이를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데이비슨은 만약 이런 행동을 좀처럼 멈추지 않는 큰 아이가 걱정되면 아이가 언제, 그리고 왜 엄지를 빨고 손톱을 깨무는지 관찰한 후에 그런 상황이 올 때마다 스펀지 공을 쥐여주는 것과 같은 방법을 써보라고 권고했습니다. “큰 아이라면, 아이에게 직접 손가락을 입에 넣는 대신 어떤 행동을 할지 물어보고 그 행동을 권유할 수 있습니다.”
시어즈는 또 이번 연구의 의의를 덧붙였습니다.
“엄지를 빠는 행위가 몸에 좋다는 사실보다도 이 연구가 종단 연구(longitudinal study)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었다는 사실에 흥분됩니다.” (종단 연구란 같은 사람들을 오랫동안 계속 추적하며 데이터를 모으는 방식을 말합니다)
실제로 연구진이 아이들의 다양한 행동을 구분한 후 수십 년 동안 변화를 보며 성인이 된 후의 면역능력에 어떤 행동이 영향을 끼쳤는지를 찾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로 보입니다. 아마 이 연구는 우리가 아이들의 행동을 보다 새로운 관점으로, 곧 어린 시절이 어떻게 어른이 된 그들의 건강이나 생리학에 영향을 끼치는지와 같은 방식의 관점으로 보게 해 줄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타임스)
* 이 글은 다음 스토리펀딩 7화에 후보로 올랐던 글 가운데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