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세계 각지 페미니즘의 새로운 운동 방식
2016년 6월 22일  |  By:   |  세계, 정치, 칼럼  |  1 comment

색색의 어깨띠, 강렬한 문구의 플래카드와 대규모 행진 –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지난 시대 페미니스트들의 운동 방식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뀐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는 활동가들이 기발하고 새로운 운동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인도 케랄라 주의 공장 화장실에서 사용한 생리대가 나왔다는 이유로 여직원 45명이 알몸 수색을 당한 일이 생기자, 이 지역 활동가들은 즉시 행동을 취했습니다. “사랑의 키스”라는 단체가 해당 기업의 마케팅 책임자에게 생리대(새 것 또는 사용한 것)를 보내는 캠페인을 펼친 것입니다. 이 캠페인의 제목은 “적색 경보(Red Alert)”였습니다.

한편 올초 멕시코시티의 여성 단체 “폭력의 딸들”은 길거리 성추행범에게 맞서는 기발한 방법을 선보였습니다. 길을 가다가 성추행범을 접하면 쫓아가서 색종이 조각 총을 쏘고 스피커를 튼 다음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입니다. 펑크락 장르의 이 주제곡에는 “네가 지금 나한테 한 짓은 성추행이라는 거란다”라는 가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구촌 여성들은 여성의 몸이 성적이고 위험한 것이라는 의식을 주입시키고 젠더 선입견을 강화하는 학교의 복장 지침에도 맞서고 있습니다. 2014년 미국 일리노이 주의 한 중학교에서 여학생들의 레깅스 착용을 금지하는 교칙이 생기자, 여학생들은 “내 바지 때문에 니 성적이 떨어지니?”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에 나섰습니다. 브라질에서 트랜스젠더 학생이 치마를 입고 왔다가 벌을 받자, 남학생들이 이 학생을 지지하기 위해 몽땅 치마를 입고 등교한 일도 있었죠.

작년에 아프간에서는 행위 예술가 쿠브라 카데미(Kubra Khademi)가 가슴과 사타구니, 엉덩이를 강조하는 금속 갑옷을 만들어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당시 길거리 남성들은 카데미를 따라오며 성희롱에 협박까지 해, 이 작품의 주제를 잘 드러내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전세계 여성들은 또한 일상 속에서 매일같이 접하는 성차별주의에 대해 나름의 방식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일상 속 성차별주의 프로젝트(Everyday Sexism Project)”가 제보받은 몇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 한 어머니는 매번 “그 댁 가장분”과 통화하고 싶다는 텔레마케터의 말에 지긋지긋해서 6살 난 아들을 바꿔주고 상대가 전화를 끊을 때까지 “I am sexy and I know it”을 부르도록 했습니다.
  • 한 수영 코치는 팀의 한 남학생이 친구에게 “넌 계집애같이 헤엄치는구나”라고 놀리는 것을 듣고, 다른 학생들과 함께 그 남학생을 향해 “너도 열심히 연습하면 언젠가는 여자애처럼 헤엄칠 수 있을거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 회의에 들어와서는 대뜸 “커피는 어딨죠?”라고 묻는 남자 직원에게 (간식 담당이 아니었던) 이 여성이 “나도 몰라요. 혹시 어딨나 찾으시면 저는 설탕 한 스푼 들어간 블랙으로 부탁해요.”라고 답했다고요.

여성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반드시 어떤 단체에 속하거나 특별한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직된 활동이든, 일상 속에서의 대처든, 우연히 목격하게 된 상황에 대한 개입이든, 세계 곳곳의 여성들은 이렇게 만연한 성차별주의에 맞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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