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에 분노한 한국인들이 거리로 나서다
*옮긴이: 강남역 살인사건에 깊은 분노를 느끼는 한 개인으로서, 이번 사건이 외신에서도 깊이 있게 다뤄져 한국 사회의 변화를 촉진하는 데 영향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번 기사를 번역합니다. 이번 추모 열기가 장기화 및 조직화되어, 여성을 상대로 한 혐오범죄를 강력하게 제재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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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칼에 찔려 사망한 23세 여성을 추모하기 위해 서울의 가장 붐비는 번화가로 나섰습니다. 그녀의 죽음은, 그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져 왔음에도 수많은 여성이 남성에 의한 협박과 학대, 공격이 부쩍 늘어나 두렵다고 말하는 이 나라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흰 마스크를 쓰고 우비를 입은 시위 참여자들은 강남역 입구에서부터 지난 화요일 일면식도 모르는 남성에게 피해자가 살해당했던 건물 화장실 앞까지 행진했습니다. 사건에 뒤이어 추모와 여러 집회가 이어진 지 나흘째입니다.
강남역 입구는 수천 개의 포스트잇 쪽지로 뒤덮였는데, 쪽지 대다수는 우연한 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와 슬픔을 표현하려는 여성들이 적은 것이었습니다. 다른 주요 도시인 부산 및 대전에서도 포스트잇이 붙은 벽이 등장했습니다.
역 입구에 붙은 한 포스트잇 쪽지에는 “같은 20대 여성으로서, 그게 나였을 수도 있었기에 깊은 충격과 슬픔을 느낀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조심하라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쪽지도 있었습니다.
경찰은 조현병 병력이 있는 무직자인 34세 남성 용의자를 체포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화요일 새벽 한 시경 피해자를 가져온 칼로 찔러 죽이기까지, 용의자가 약 40여 분간 화장실을 맴돌며 여성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피해자를 공격한 이유를 묻자, 그는 “여성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라고 대답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2014년 한국 대검찰청이 발표한 가장 최근 통계를 보면 살인, 강도, 성폭력을 포함한 흉악범죄의 피해자 34,000명 중 85%가 여성이었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취업 및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한 경쟁에서 밀려나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는 남성이 그 좌절감을 여성을 향해 돌리기 시작하면서, 여성들이 일상 속 폭력과 위협에 더 빈번하게 노출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