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 맨큐 칼럼] 대선 후보들이 경제에 관해 하는 거짓말
* 그레고리 맨큐 (N. Gregory Mankiw)는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입니다. 이 글은 맨큐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쓴 글입니다.
미국 경제에 관해 알고 싶다고 아무 데서, 아무 말에나 귀 기울여서는 안 됩니다. 현재 대통령직에 도전하고 있는 후보들이 하는 말들은 아마도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서 가장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없는 사실을 꾸며내고 현실을 과장하는 것이 정치에서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 대선은 특히 그런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이런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현재 대선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경제에 관한 6가지 대표적인 잘못된 주장을 소개합니다.
미국 제조업이 사라지고 있다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확실시되는 도널드 트럼프는 말합니다. “미국은 더는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에서 이런 주장을 잇달아 펴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적어도 공화당 안에서는 잘 먹히는 주장이었죠.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미국에서 제조업 생산성이 최고조였던 때가 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정답은 바로 지금입니다. 2016년 1/4분기에 제조업 생산성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제조업은 20년 전보다 47%나 많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감소한 것은 제조업 분야의 고용입니다. 20년 전보다 제조업 분야의 고용은 29% 감소했습니다. 더 적은 노동자가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은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생산성 향상은 기술 혁신을 통해서 가능했습니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에게 이러한 변화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경제 전체로 본다면 이는 좋은 현상입니다. 생활 수준의 향상은 생산성이 높아질 때만 가능합니다.
형편없는 무역 협정이 미국 경제를 망치고 있다
트럼프는 지금보다 더 나은 무역 협정을 체결할 적임자가 자신이라고 말합니다. 버니 샌더스는 자유 무역 협정에 반대한 과거 자신의 표결 기록을 선거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과 의견을 달리하면서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전혀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경제학자 대부분은 자유 무역과 무역 협정이 가져올 전반적인 혜택에 동의합니다. 물론, 해외로부터의 경쟁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에게 무역은 전혀 좋은 소식이 아니죠. 하지만 2014년에 시카고 대학교가 저명한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 학자는 “과거의 무역 협정이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혜택을 가져왔다.”라는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소수는 확실히 대답하기 어렵다고 말했지만, 그 누구도 무역 협정이 대부분 미국인에게 부정적인 효과를 미쳤다고 답하지는 않았습니다.
경제 구조가 부당하게 짜여 있다
물론 우리 시대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한 것은 사실입니다. 빈약한 경제 성장이나 증가하는 소득 불평등은 서민들의 소득이 오랫동안 증가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었고, 교육 수준이 낮은 노동자들의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현상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샌더스나 클린턴 후보가 말하는 것처럼 경제의 판 자체가 부당하게 짜여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소수의 사람이 이러한 결과를 의도적으로 만들었다고 가정합니다. 물론 부유하고 권력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려고 하고 때로 이들의 전략이 성공을 거두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제는 근본적으로 복잡하며 분권화되어 있습니다. 그 어떤 소수 그룹도 경제 전체를 좌지우지하지는 못합니다.
예를 들어 기술 변화는 수천 명의 공학자와 기업가들의 결정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혁신의 속도가 느려질 때 경제 성장도 둔화합니다. 숙련된 노동자들이 혁신을 이용해서 비숙련 노동자들을 대체할 때 소득 불평등은 심화합니다. 이러한 기술에 기반을 둔 변화가 미국이 지난 몇십 년간 경험한 소득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부자들은 세금을 충분히 내지 않고 있다
소득 불평등이 증가할수록, 정치인들은 쉽게 부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곤 합니다.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버는 돈에 비해서 충분히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비난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의회예산국의 추정치를 보면 2013년 세제 하에서 소득 상위 1%가 총 연방소득세의 33%를 냈습니다. 반면, 중산층(소득 상위 40~60%)이 낸 소득세는 전체 연방 소득세의 13%였습니다.
감세가 엄청난 경제 성장을 가져올 것이다
민주당 후보들이 부유한 사람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공화당 후보들은 로널드 레이건이 주장했던 감세 정책을 흉내 내고 있습니다. 감세 정책만 시행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 건 공화당 정치인들이 자주 빠지는 덫이기도 합니다. 세금 정책 센터의 분석을 보면 트럼프가 주장하는 세금 계획이 실현되면 미국 연방 정부의 세수(稅收)는 현재보다 29% 줄어들 것입니다.
실제로 트럼프의 세금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연방 정부의 세수 감소 폭은 이보다 더 작을 것입니다. 왜냐면 감세로 경기가 살아나면 이로부터 정부가 얻는 혜택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경제학자도 감세로 인한 경제 성장만으로 거대한 재정 적자를 막을 수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트럼프는 정부 지출 가운데 “낭비, 사기, 그리고 남용”을 제거하면 감세로 발생하는 재정 적자를 쉽게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이번 대선 경선에서 가장 믿기 어려운 주장 중 하나입니다.
다음 대통령은 우리의 모든 문제를 재빨리 해결할 수 있다
모든 대선 후보가 자신이 집권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 혹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물론,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더 좋은 교육 제도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소득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교육의 질을 높이는 마법의 해결책은 없으며, 설사 우리가 이런 마법의 해결책을 찾더라도 그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최소한 몇 년의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저는 단 한 번이라도 대통령의 한계를 인정하는 겸손한 선거를 보고 싶습니다. “저를 뽑아주십시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제가 사회의 골칫거리가 되는 상황은 만들지 않겠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영감 넘치는 위대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우리가 선거 이후에 늘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원인이 결국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