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무기 시장일까?
2016년 3월 4일  |  By:   |  세계, 한국  |  No Comment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게릴라 무장세력의 수중에 있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이 활개치는 곳도 있고 국지적 내전이 일어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베트남을 침략한 1979년 이후 이 지역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아시아가 전 세계 대규모 무기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시아 국가들은 전쟁으로 얼룩진 중동의 2배, 그리고 유럽의 4배에 이르는 돈을 무기를 사는 데 씁니다.

무기 거래를 추적해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스톡홀름 평화 연구 재단은 지난주 대규모 무기의 가장 큰 수입국인 10개 국가 중에서 6개가 아시아 국가 – 인도, 중국, 호주, 파키스탄, 베트남, 그리고 한국 – 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2011~2015년 전 세계에서 다른 나라로 수출된 무기의 46%가 향한 종착지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시아에서 1차대전 이전에 영국과 독일 혹은 냉전 기간 미국과 소련이 경험했던 것과 같은 강대국들 간 군비 확장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전략 연구를 위한 국제재단 (IISS)은 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지속해서 몇 년간 군사비를 늘려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의 부상이 아시아 국가들의 군사비 증가를 늘렸다고 흔히 인용됩니다. 동중국해에서 중국과 일본의 갈등은 고조되었습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은 베트남이나 필리핀과 같은 몇몇 남아시아 국가들과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2011~2015년 베트남의 무기 수입은 2006~2011년보다 8배나 증가하면서 전 세계 무기 수입의 2.9%를 차지했습니다.

중국이 다른 국가들과 해상에서 갈등을 빚지 않더라도 중국의 군사력 증강 자체가 다른 나라들의 군비 증강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은 큽니다. 특히 중국이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우위를 바꿔놓기 위해서 해군력을 증강한 것은 중국 군사 전략의 큰 변화를 보여줍니다. 다른 국가들 역시 해군력의 선진화를 내세우며 모두 잠수함을 샀습니다. 베트남이 잠수함 두 척을 산 것을 비롯해 인도는 6척을 프랑스로부터 주문했고, 파키스탄도 6척을 중국으로부터 샀습니다. 중국은 방글라데시에도 잠수함 두 척을 팔았습니다. 이밖에 독일이 잠수함 두 척을 싱가포르에, 그리고 다섯 척을 한국에 팔았습니다. 한국은 국내에서 제작한 잠수함 세 척을 인도네시아에 팔기도 했죠. 호주 역시 8~12척의 잠수함을 사려고 하는데, 호주 시장을 노리는 프랑스, 독일, 그리고 일본 사이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하지만 전략 연구를 위한 국제재단의 아시아 디렉터인 팀 헉슬리는 아시아 지역의 군사비 증가를 단순히 “중국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정확한 분석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는 아시아의 군사비 증가는 급속한 경제 성장과 그에 따라 국가 소득이 증가한 결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은 다양한 내부, 혹은 외부의 안보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은 영토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는 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군사비 지출을 하고 있는데 인구가 싱가포르보다 45배나 많은 인도네시아보다 군사비 지출이 많습니다. 하지만 싱가포르가 남중국해에서 현재 갈등을 겪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싱가포르는 이웃 국가들의 상황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우려해 군사비 지출을 늘리고 있는 것입니다.

여전히 과거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는 정세도 군사비 증강에 한몫 하고 있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이후 계속 카슈미르를 두고 전쟁을 하거나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1949년의 내전은 대만이 건재하는 한 불완전한 승리를 의미할 뿐입니다. 아직 중국이 “통일”을 위해서 무력 사용을 배제하겠다고 선언한 적은 없습니다. 한국전쟁은 1953년에 끝났지만, 반세기 넘도록 평화 협정은 없었습니다. 북한의 독재자는 그 이후 갈등을 부추겨 왔습니다. 중국이 1962년 북부 인도를 침략한 뒤 철수한 것은 인도와 중국 사이의 영토를 둘러싼 끊임없는 갈등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캬슈미르를 둘러싸고 간간이 일어났던 막후 협상은 인도와 파키스탄 관계에 큰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주기도 했지만, 평화 협정 논의까지 이어진 적은 없었으며 한 번도 그 단계가 구체적으로 논의된 적조차 없었습니다. 최신 무기를 사기 위해 국방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로비하는 군 조직은 항상 갈등이 군사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고 따라서 전쟁 억제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한 국가가 전쟁 억제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다른 나라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실험에 대응해 남한의 보수 정치인들은 한국 정부가 스스로 핵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한국이 스스로 핵 억지력을 갖추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고고도 지역 방어 체계(Terminal High-Altitude Area Defense), 혹은 사드 (THAD)라고 불리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배치하는 것을 미국과 논의중입니다.

중국은 무척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중국은 사드에 사용되는 레이더가 중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사드를 설치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책의 확고함을 보여주는 다른 단면은 다른 나라의 안보 정책에 언제든 간섭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호주 정부에 2차 세계대전을 둘러싼 역사적 민감함을 언급하며 일본산 잠수함을 사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중국의 외교 확장주의는 중국이 해상에서 다른 나라들과 벌이고 있는 갈등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는 지역의 경계심을 높이고 소란을 일으키며 주변 국가들이 미국에 더 가까이, 그리고 군사 무기 판매 업체에 더 의존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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