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쉴러 칼럼] 규제없는 자유 시장에 대한 신념? 너무 믿지 마세요
2015년 10월 13일  |  By:   |  경영, 경제, 칼럼  |  No Comment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Robert J. Shiller) 예일대학교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쓴 글입니다.

아마도 우리가 대학에서 가르치는 경제학 이론 중에서 가장 널리 숭배되는 것은 바로 규제 없는 경쟁적 자유시장 체제가 모두에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개념일 것입니다. 이 최적의 경제에서 개인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을 내립니다. 보수적인 경제학자, 진보적인 경제학자 모두 공통으로 이 근본적인 원칙이 경제의 성공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이 생각에 오류가 있다는 것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조지타운대학의 교수인 조지 애컬로프와 저는 이런 경제학의 근본적인 개념에 내재한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서 행동경제학을 연구해 왔습니다. 최근 펴낸 저서에서 우리는 이런 자유 시장 이론이 우리의 실제 삶과 경제학이라는 학문에 얼마나 적합한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우리는 자유 시장의 중요성을 여전히 믿지만, 동시에 시장을 적절히 규제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앞으로도 이 원칙은 중요할 것입니다.

오해하지는 마세요. 저와 애컬로프 교수는 자유 시장의 가치를 믿습니다. 하지만 저는 동시에 일반 경제학 이론이 규제되지 않은 자유시장 경제를 너무 신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경제학 이론들은 보통 인간이 가진 한계 때문에 규제되지 않은 경쟁 시장은 엄청난 조작과 기만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해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조작들 – 사탕이나 연예인의 사생활을 담은 잡지를 계산대 앞에 놓고 피곤한 고객이나 우는 아이를 달래야 하는 부모가 계산대 앞에서 돈을 더 쓰게 만드는 것과 같은 것 – 을 묘사하기 위해서 ‘피싱(phishing)’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자신이 이런 피싱에 어떻게, 얼마나 기만당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개인을 묘사하기 위해서 ‘바보(phool)’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계산대에 초콜릿이나 잡지를 설치해두는 것과 같은 전략은 흔합니다. 그 이유는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에게 불순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경쟁이 만들어낸 시장경제 구조 때문입니다. 즉, 당신의 경쟁자가 좀 더 정교하고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가지고 나왔을 때, 당신이 이를 따라 하지 않으면 뒤쳐지기 때문입니다. 몇몇 기업은 이러한 추세를 따르지 않으려고 애를 쓰기도 했습니다. 몇십 년 전에 몇몇 슈퍼마켓 체인은 계산대 앞에 두는 사탕을 모두 없애고 소비자들이 이런 기업의 좋은 의도를 알아주기를 기대했지만, 이런 실험은 실패했습니다. 이윤 폭이 좁을 때 남들이 다 하는 전략을 취하지 않은 기업은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많은 경제학자가 시장에서 발생하는 속임수와 기만의 근거를 보지만, 대부분은 이를 규제되지 않은 시장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속임수와 기만은 경제 이론에 관한 교과서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으므로 그 결과 시장 규제는 너무 쉽게 그저 해로운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다릅니다. 미국 경제의 성공은 시장이 어느 정도의 자유를 가진 것과 동시에 시장에 부여된 상식적인 규제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다행히도 많은 국가의 시민 사회는 도덕적 기준을 시장 활동에 어느 정도 부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30여 년 전 시작된 대처-레이건 혁명은 시장 규제를 다시 없애는 분기점이 되었고, 그 결과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학계에서 시장 경제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공고했습니다. 현재 경제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시장 경제보다 더 나은 대안은 없다는 내용을 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레토 최적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는 파레토 최적이라는 개념이 제일 나은 선택이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고안한 최적화라는 개념이 중요한 도덕적 판단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시장 경제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행동하지 않습니다. 20세기 초반에는 효용 극대화라는 가정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오늘날의 경제학에서 이런 논의를 찾기란 어렵습니다.

오늘날 경제학 이론은 만약 외부효과(externality), 즉 기업이 물건을 생산하기 위해서 공기를 오염시키는 것과 같은 것이 발생하면 자유 시장 경제가 최적의 결과를 가져오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 경제가 유도하는 전문적인 속임수와 기만은 외부재가 아니라 자유 경제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속임수가 더 효과적으로 적용되도록 만들었습니다.

경제의 진짜 성공은 정부 규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만들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시장 규제가 거의 없던 1900년 이전에 판매된 특허 의약품 대부분은 가짜였습니다. 이후 이런 속임수는 거의 사라졌는데, 그 이유는 시장 경제 때문이 아니라 이기적인 유인 대신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목소리를 높인 영웅적인 시민들의 노력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유명해지지 않았고 거의 잊혔습니다. 오늘날 영웅으로 대접받는 사람들은 종종 기가 막히게 속임수를 쓰는 사업가들입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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