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친환경 고무나무 농장 개발 계획, 성공할 수 있을까?
중국 남서부 윈난(雲南)성 징훙(景洪)시 근처의 일대 숲은 고무나무 농장을 꾸려가는 농민들의 삶의 터전입니다. 가구별로 고무나무를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고무 덕분에 가난에서 벗어나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규모가 제법 큰 농장을 운영하는 집은 1년에 억대 수익을 올리기도 합니다. 51살 왕귀잉 씨 가족도 약 4에이커(1 에이커는 약 4천 제곱미터) 정도 되는 고무나무 농장에서 1년에 약 1천 5백만원 정도 수익을 올립니다. 산에서 짐승을 잡아 먹고, 목화를 직접 길러 옷을 지어입던 어렸을 때와 비교하면 분명 삶은 풍족해졌습니다. 그런데 올해 국제 유가가 곤두박질치면서 합성 고무 가격도 함께 떨어져, 고무나무 농장들은 수익에 큰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왕 씨의 사위인 32살 지에어 씨는 “무슨 이유로 값이 이렇게 떨어졌는지 모르지만, 고무에 온 가족의 생계가 달려있는 저희 집안에는 정말 큰일”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징훙시 지방 정부는 고무나무 농장을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장을 바꾸자는 계획을 갖고 농부들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농부들에게도 이득이 될 이 계획을 실천하는 데 고무값이 폭락한 지금이 오히려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개발 계획의 골자는 간단합니다. 원래 다양한 나무와 식생이 있던 숲을 개간해 고무나무만 빽빽하게 심어놨던 농장에 고무나무 외에 카카오, 커피, 마카다미아 나무 등 유실수와 목재로 쓸 수 있는 나무 등 여러 나무를 섞어 심는 겁니다. 토양 침식을 막고, 그나마 다양한 식생을 키워내 지하수 수질도 개선하는 게 목표인데, 현재 165에이커 면적의 농장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중국 남서부의 열대우림에 고무나무 농장이 처음 들어선 것은 1950년대입니다. 당시 중앙정부는 아시아코끼리와 긴팔원숭이 등 다양한 생물들의 보금자리였던 원시림을 개간한 뒤 그곳에 고무나무를 심었습니다. 경제 개방 이후 고무를 비롯한 원자재 값이 계속 오르자 1990년대 들어 고무농장 면적은 빠른 속도로 넓어졌습니다. 현재 윈난성 남쪽의 미얀마, 라오스와 접경지역인 시솽반나다이주 자치구(西双版纳傣族自治州) 땅의 약 20%가 고무농장입니다. 2002년부터 8년만에 고무 재배 면적은 세 배나 늘어나는 사이,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이라 할 수 있는 땅은 빠르게 줄었습니다. 이 지역의 숲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종 다양성이 높은 지역입니다.
정부 산하 농업연구원(Bio-Industrial Crops Office)장인 리칭유 씨는 오는 2020년까지 전체 고무농장의 25%를 친환경 농장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합니다.
“처음에 오로지 개발에만 몰두했을 때 그저 고무나무를 심기만 했었죠.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는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았어요. 이제서야 그런 방식이 환경에도 안 좋을 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효과가 낮다는 걸 깨달았죠.”
지난해 지방 정부는 우리돈 약 17억 원을 들여 총 21,500에이커 상당의 고무농장에 이런 저런 수목을 함께 심었습니다. 올해도 16,000에이커 면적을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장으로 바꾼다는 계획입니다. 리칭유 씨는 고무값이 폭락한 덕분에 정부가 농부들을 설득하기가 오히려 쉬워졌다고 귀띔했습니다. 고무에만 전적으로 생계를 의존하다가 올해처럼 고무값이 떨어지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이 기회에 다양한 종을 가꾸면 토양의 질도 개선돼 고무 작황도 좋아질 거라고 농부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겁니다. 현재 정부는 고무나무 외의 다른 종 묘목 50만 그루를 공짜로 나눠주고, 토양이 특히 심하게 침식되는 해발 800미터 이상에서는 가능하면 고무나무를 심지 말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친환경 방식으로 재배한 고무가 무엇인지 아직 합의된 건 없습니다. 종 다양성을 그나마 살려가면서 경제적으로도 이윤을 내는 가장 적절한 균형점이 어디인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또한 농부들은 고무나무가 아직 덜 자라 어린 상태에는 다른 종들을 함께 심자는 권고를 받아들이곤 하지만, 평균 7년이나 걸려 다 자란 고무나무에서 한창 고무를 수확하는 단계에 이르면 농장에 다른 나무를 심기를 꺼립니다. 하지만 카카오나 커피, 한약재에 쓰이는 작물들, 향수의 원료로도 쓰이는 침향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다 자란 고무나무들 사이에서도 잘 자라기는 합니다.
정부의 계획을 비판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이들은 우선 대부분 고무 농장이 가족들이 운영하는 영세한 규모인데, 정부 정책에 농부들이 적그적으로 호응할 만한 인센티브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정부가 ‘돈이 된다’는 증거도 없이 친환경 운운하면서 독립된 경제 주체인 수많은 개인 농장주들에게 여러 작물을 심으라고 설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겁니다. 친환경 농업의 이점을 하나하나 교육하는 데는 무척 긴 시간이 걸릴 겁니다. 절대 실현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구체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