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의 분석 야구, 새로운 단계로 진화하다
2015년 5월 4일  |  By:   |  경영, 스포츠  |  3 Comments

1990년대 말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MLB) 오클랜드 애슬러틱스(Oakland Athletics)의 단장 빌리 빈(Billy Beane)은 선수 영입과 선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야구에 과학을 도입한 것이죠. 빌리 빈은 통계학자인 폴 데포데스터와 함께 선수 통계를 분석하여, 시장에서 저평가된 선수를 찾았습니다. 메이저리그 팀들 가운데 예산이 풍족하지 않은 ‘스몰 마켓’ 팀이라는 악조건을 극복하며 4년 연속 팀을 포스트 시즌에 올렸습니다.

빌리 빈의 성공은 ‘머니볼(Moneyball)’이라는 책으로 쓰여지고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이내 메이저리그 모든 야구팀이 통계학적 접근을 차용하기 시작했지요. 처음에는 전통적인 통계를 적용했으나, 더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더 좋은 데이터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MLB가 새로 발표한 스탯캐스트(Statcast)라는 시스템이 이 데이터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스탯캐스트는 야구 경기 내용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기록합니다. 경기장 모든 선수의 움직임과 공의 위치를 세세하게 분석하지요. 투구의 속도와 궤적부터 공이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회전하는지, 투수의 보폭과 자세를 보고 타자가 예측하는 속도와 어떻게 다른지까지도 분석해냅니다. 타격 후에는 기후에 따라 어떻게 공이 날아가며, 수비수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공이 떨어지는 지점까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움직였는지도 추적 대상입니다. 이 모든 행동들을 측정하여 비디오 화면에 보여주는 데까지는 15초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스탯캐스트는 크게 두 가지 장비를 활용합니다. 하나는 선수들을 쫓고, 또 다른 하나는 공을 쫓습니다. 미국의 그래픽 회사 카이론헤고(ChyronHego)의 카메라는 모든 선수들을 1초당 30개의 사진으로 찍어 움직임을 추적하고 분석합니다. 그러나 공의 궤적 분석에는 더 정교한 장비가 필요하죠. 공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데는 덴마크의 레이더 회사 트랙맨(Trackman)에서 들여온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 레이더 카메라를 이용합니다. (도플러 효과: 레이더 카메라가 전파를 발송하면 날아오는 공으로 인해 반사전파의 진동수가 증가하는데, 진동수 변화로 속도와 궤적을 측정합니다.) 이론적으로는 공과 선수, 두 가지만 쫓으면 통계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는 모두 제공 가능합니다. 그러나 스탯캐스트는 TV 중계방송을 위해 한 가지 분석을 더했습니다. 경기장 전체를 큰 그림을 보여줘 그 안에 선수와 공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죠. TV 중계를 흥미롭게 만드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송국은 이 시스템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경기 장면을 분석하고 리플레이를 보여줍니다. 지난 4월 21일 MLB채널에서 처음으로 이 기술을 활용한 중계가 방영됐습니다.

그러나 스탯캐스트에 가장 신이 난 건 단연 각 구단들입니다. 스탯캐스트의 수치는 선수의 기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향상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백스핀을 충분히 주지 못하는 투수에게 스핀이 문제니 공의 그립을 바꾸어보라든가, 반응이 가장 빠른 내야수에게 가장 중요한 핫코너인 3루를 맡긴다든가 하는 식이죠. 어떤 선수를 채용할지 결정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2013년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트랙맨 시스템 데이터를 보고 회전 수가 높은 커브볼을 던지는 콜린 맥휴를 영입해 그 구질을 더 많이 던지라고 주문했지요. 그는 그 시즌 스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새로운 데이터가 누구에게 득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2007년 프로토타입을 발표한 이래 MLB는 원자료를 모두에게 공개해왔습니다. 오픈 소스 데이터에 누구나 달려들어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굴해낼 수 있었지요. 분석 결과를 보고 각 구단이 데이터 전문가를 채용하는 일도 흔했습니다. 그러나 유능한 데이터 전문가들로 무장한 팀들은 이제 진입 장벽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돈없는 팀들이 아마추어의 분석결과에 무임승차하지 못하게,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MLB는 오픈된 데이터를 보장하겠다 말했지만 두고 볼 일입니다. (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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