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를 위한 변명: 수하물 요금은 정말 고객들에게 씌우는 바가지일까?
옮긴이: 이번주에는 NPR Planet Money에서 “Hey Big Spender”라는 제목 아래 다시듣기 시리즈로 묶어서 편집한 세 가지 이야기를 하나씩 소개합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이야기로 비행기에 탈 때 부치는 짐에 드는 값, 즉 수하물 요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미국에 비하면 비행기 이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우리나라에서는 수하물 요금을 갖고 차별화를 시도한 항공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만과 항공사들의 변명, 눈속임 같은 이야기가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가끔 ‘도대체 이 큰 비행기에 손님 말고 또 무얼 싣고 갈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면 재미있게 읽고 들을 수 있는 글/방송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 대본은 이 링크를 누르시면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미처 생각하지 못한 수하물 요금을 내고 비행기에 탄 탓에 심기가 아주 불편합니다. ’20kg도 안 되는 (40lb) 짐 하나 더 싣는 데 3만 원 가까운 돈($25)을 더 내라고? 괘씸한 것들!’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 가격을 곰곰히 따져보면 꼭 그렇게 화낼 일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먼저 승객들의 짐을 싣고 가는 비행기 화물칸에 실려 있는 다른 물건들이 무언지 알아볼까요? 빠른 항공 배송이 필요한 물건들은 전부 다 들어 있습니다. 전자제품, 의류, 식품, 심지어 살아 있는 가축도 있습니다. 네, 정말 가축도 있어요. 특히 뉴질랜드와 호주의 비행기들은 양들을 자주 싣고 다닙니다. 여기에 신선함을 생명으로 하는 산지 직송 해산물도 비행기에 자주 오르는 단골 손님이죠.
뉴욕 맨하탄에서 가장 큰 해산물 식당의 경우 매일 1천 개의 석화(굴)을 전 세계 각지로부터 받아 손님들에게 신선한 상태로 내놓습니다. 가장 멀리서는 호주 타즈매니아에서도 굴을 사와 손님들에게 판 적이 있다니, 이런 식당들은 항공 배송이 없으면 장사를 할 수가 없죠. 이 식당이 배송료로 내는 돈은 석화 하나에 55원 정도입니다. 1파운드에 1달러, 킬로그램과 원으로 환산하면 kg당 약 2,400원인 셈이죠. 미국 국내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수하물 평균 무게는 약 17kg, 보통 항공사는 수하물 요금으로 25달러(28,000원)를 받습니다. 석화를 비롯한 다른 화물에 매기는 요금보다 오히려 싼 값에 승객들의 수하물을 실어나르고 있는 것이죠. 17kg 짐을 싣는 승객이 석화와 같은 요금을 낸다면 25달러가 아니라 거의 40달러에 가까운 돈을 내야 합니다.
승객들은 이미 비행기표를 사는 데 적잖은 돈을 썼다는 사실을 들어 여전히 수하물 요금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항공사들이 표 한 장당 남기는 마진은 평균 7천 원도 안 됩니다. 승객들이 화물만큼 무게가 나가지는 않지만 음료수를 제공하고 안전수칙을 숙지시키는 등 기내 서비스에 드는 비용이 또 있기 때문이죠. 이윤만 따지면 항공사들은 아예 승객을 받지 않고 화물만 실어나르는 게 더 남는 장사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화물 수요가 일정하게 보장이 되어야 하겠지만요. 아니, 그 전에 비행기가 존재하는 이유가 기본적으로 여객기로서 승객들에게 빠른 이동 수단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화물의 이윤을 계산하는 것이 전부 부질없는 일이기는 합니다. (NPR Planet M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