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미디어가 무슬림과 이슬람교를 다루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수요일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기숙사에서 무슬림 학생 세 명이 숨졌습니다. 샤를리 엡도 테러 이후 유럽에서 잇따라 일어난 반이슬람교 범죄와 맥을 같이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서구 미디어는 이번 사건 역시 지금껏 무슬림을 겨냥한 혐오 범죄를 다루어온 방식으로 다룰 가능성이 큽니다. 범죄에 영향을 미친 이데올로기나 큰 그림, 시스템은 무시한 채 편협한 미치광이가 단독으로 저지른 범죄라고는 식으로 말이죠.
서구 미디어가 무슬림을 다루어온 방식을 떠올려보면, 미디어와 반이슬람교 범죄 발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전혀 없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에드워드 사이드, 엘리자베스 풀 등 많은 학자들이 서구에서 뉴스가 이슬람교 및 무슬림을 보도하는 방식에 대해 연구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무슬림은 서구 미디어에서 폭력적이고 구시대적이며 서구 문명에 위협이 되는 근본주의자로 그려지는 일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고, 끔찍한 사건과 연관되어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또한 무슬림들을 다양성이 결여된 집단, 원래부터 폭력과 갈등을 좋아하는 집단으로 그리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죠.
폭력 사태에 종교인이 연관된 사건을 다룰 때, 서구 미디어는 일관성마저 결여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무슬림이 다른 종교인을 살해했을 때는 이슬람교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도되는 일이 많았지만, 다른 종교인이 무슬림을 살해한 사건에서는 가해자의 종교가 크게 언급되지 않았죠. 현재 버마의 로힝야 무슬림들이 겪고 있는 고난은 휴먼라이츠워치가 “반인권 범죄”, “인종청소”로 정의했지만, 서구 미디어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의 여러 뉴스 채널에서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 같은 단체를 이슬람교의 교리와 연관짓는 내용을 재차 보도했는데, “이슬람교가 문제”라고 말하는 패널들의 의견이 방송을 탄 반면 무슬림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무슬림이 범죄를 저지르면 각종 이슬람교 단체, 대학, 협회, 법학자들이 나서서 그 범죄를 규탄하지만, 이슬람교는 테러를 옹호한다는 식의 주장도 꾸준히 들려옵니다.
루퍼트 머독과 피어스 모건 같은 유명인들은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와 싸우는 일이 무슬림들의 책임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그러나 무슬림이 다수인 여러 국가에서 많은 무슬림들은 (미국의 비호를 받아 탄생한) 독재 정권, 극심한 빈곤, 공습에 시달리느라 바쁩니다. 그런 환경에서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가 세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이고, 이들에게 살해당하는 피해자 중에는 무슬림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서구 미디어는 평화적인 무슬림이 소수이고, 이들은 오히려 “내재적으로 폭력적인” 이슬람교를 잘못 이해해서 그런 것이라는 뉘앙스를 지속적으로 풍기고 있습니다. 무슬림이 다른 종교인에 비해 오히려 평화적이고, 대다수의 무슬림들이 테러를 혐오한다는 연구 결과는 아예 무시됩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할리우드 100년 역사 속에서 영화가 무슬림과 이슬람교를 어떻게 묘사하는지를 살핀 한 연구에 따르면, 900편이 넘는 영화 가운데 다수가 무슬림을 “잔인하고 무자비하며 미개한 종교광, 돈만 밝히는 문화적 타자”로 그리고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 상당수에 실제로 무슬림들이 개입되어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서구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무슬림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일거에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비이성적인 짓일 겁니다. 그러나 맥락을 포함하는 보도, 공정한 보도, 무슬림 목소리의 반영, 테러의 원인에 대한 보다 비판적인 분석을 촉구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닙니다. 언제쯤 우리는 서구 미디어 산업에 반이슬람 정서 고조의 책임을 부분적으로나마 물을 수 있게 될까요? 서구의 미디어가 자신의 이러한 역할을 자각하는 날이 오기는 할까요? (알자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