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차별주의(neurosexism): 코델리아 파인과의 대화
유타: 코델리아, 당신은 최근 사이언스에 “남자의 뇌, 여자의 뇌(His brain, her brain)?”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습니다. 그 글에서 당신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남녀의 뇌가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썼지요. 그리고 학계가 이 분야에 대해 좀 더 엄밀하기를 요구했습니다. 당신은 동료들과 함께 2014년 초에 엄밀한 연구방법에 대한 논문을 쓴 바 있지요. 왜 그런 논문을 썼는지 알고 싶네요.
코델리아: 우리는 이 분야의 연구를 더 수준높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실제 과학자와 논문 편집자, 감수자, 과학 저자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려 했습니다. 우리는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고 싶었고, 결국 많은 논란이 발생했지요.
유타: 그렇죠. 남녀의 차이를 말하는 거의 모든 연구들은 여성의 뇌가 다르다고, 곧 남성의 뇌보다 덜 효율적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요. 따라서 독자들 중 절반은 “적어도 남녀의 명백한 차이를 설명해주는 확실한 과학적 증거는 있는 셈이군”이라고 말하는 반면, 다른 절반은 “남자와 여자는 동일하고 뇌에는 차이가 있을리 없어. 이 연구는 심각하게 편향되어 있어”라고 말하게 됩니다.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누군가가 여성이 된다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어떤 하나의 특성을 가지는 것이며, 남성이 된다는 것 역시 그런 것으로 생각하지요. 그런 점에서 그들을 “본질주의자(essentialist)”라고 부를 수 있겠네요.
코델리아: 다행히도 사람들의 생각은 그렇게 극단적으로 양분되어 있지는 않아요. 제가 확실히 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이 분야를 비판하는 이유가 뇌의 구조에 있어 남녀의 차이를 찾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그러나 남녀의 차이에 대한 잠재적인 편견이 연구 디자인과 해석에 영향을 주고 있고, 이 때문에 잘못된 결론에 이를 뿐 아니라, 결국 남녀의 스테레오타잎을 강화하게되는, 그런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되는거죠.
유타: 남녀에 대한 스테레오타잎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이런 연구를 금지하는 것도 이상하게 들리는군요. 그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이를 연구에 고려할 수는 있겠죠. 물론 자연을 연구함에 있어 우리는 과감할 필요가 있어요. 그 결과가 항상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나는 오히려 어떤 연구 결과가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던 믿음에 반하는 것일 때 이를 강하게 반대하는 인간의 본성에 더 우려를 가지고 있어요. 과학이란건 바로 이런 기존의 믿음을 뒤집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코델리아: 나도 우리가 그 결과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특정한 종류의 연구를 금지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에 동의해요. 문제는 그 분야의 연구가 잘못 이루어지고 있을때에요. 곧 ‘정치적 올바름’이 아닌 ‘과학적 올바름’의 문제라는 말이죠. 그리고 우리의 목표는 이런 연구들에 대해 특별히 더 비판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에요. 이런 연구에 포함된 사람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가지는 편견을 밝히자는 것이지요.
유타: 사람들은 훌륭한 저널에 실린 논문은 더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지요. 당신은 2013년 PNAS – 꽤 좋은 저널이죠 – 에 실렸던 논문인 남녀의 뇌가 서로 다른 연결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논문을 언급했어요.
코델리아: 그 논문은 8세에서 22세 사이의 남녀를 조사해 평균적으로 남자는 각 반구 내부의 연결이 많은 데 비해 여자는 반구 사이의 연결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한 논문이에요.
유타: 이건 얼핏 성차의 좋은 예로 보이는 걸요. 적어도 편견과는 관계가 없어요. 하지만 본질주의와는 관련이 많아 보이는군요. 나는 이 논문을 처음 보았을 때 성차가 본질적인 증거가 드디어 발견된 것인가 하고 생각했어요.
코델리아: 우리 논문에는 연구자들이 종종 ‘성별 본질주의’모델을 암묵적으로 가정하는 예들을 들어 놓았죠. 이들은 남녀의 뇌와 심리가 전혀 다르며, 그 차이가 타고나는 것이고, 고정되어 있으며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가정하지요. PNAS의 그 논문도 매우 좋은 예에요.
유타: 그 논문에 어떤 문제가 있죠?
코델리아: 그들은 뇌의 연결을 본 이 연구 이전에, 같은 나이 또래의 남녀의 판단력, 기억력, 추론능력, 공간지각력, 운동능력, 사회적 인지능력 등의 행동적 차이를 조사했어요. 그러나 그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았죠. 오히려 남녀의 더 많은 부분이 비슷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남녀 사이의 어떤 해부학적 차이가 이런 행동적 차이를 만들 것이라고 가정했어요. 뇌의 차이와 실제 행동의 차이 사이의 상관관계는 조사하지 않고 말이지요.
유타: 그럼, 당신은 그 뇌의 차이를 어떻게 해석하나요?
코델리아: 그들은 “남자의 뇌는 감각 인지(perception)와 통합 행동(coordinated action)사이의 연결이 활발하도록 만들어진 반면 여자의 뇌는 분석적 사고와 직관적 사고 사이의 연결이 활발하도록 만들어져 있다.”고 추측했지요.
유타: 그들은 남녀의 차이가 그 뇌의 구조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했군요.
코델리아: 그들이 자신들의 본질주의적 관점때문에 놓친 두 가지 가능성이 더 있어요. 하나는 그들이 발견한 남녀 뇌의 차이가 뇌의 크기 때문일 수 있다는 거에요. 남자의 뇌는 평균적으로 10% 정도 더 큽니다. 그리고 그들이 놓친 다른 가능성은 남녀가 자라나면서 경험한 것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연결구조의 차이가 생겼을 수 있다는 것이에요. 나는 이 논문을 한 언론인에게서 받았을 때 아래와 같이 답했지요.
이 연구는 행동적인 측면에 있어서 남녀가 얼마나 비슷한 가 하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행동의 차이와 뇌신경의 차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않습니다. 발달의 측면 역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를 두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드디어 남자는 화성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음을 알려주는 고정된(hardwiring) 증거가 발견되었다고 떠들 것인지를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군요.
유타: 정확히 그런 일이 일어났지요.
코델리아: 예를 들어 인디펜던트 지의 1면 헤드라인은 “과학자들, 남녀 뇌의 차이를 밝히다: 남녀의 차이는 뇌의 고정된 연결구조 차이에 기인할 지 모른다” 였습니다.
물론 이 예는, 연구자들이 그런 ‘고정된’ 프레임 때문에 이런 다소 무모한 추론을 한 보기 드문 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겠네요. 보통 이런 실수들은 연구자들 보다는 대중과학자들에 의해 일어나죠.
유타: 고정되었다는 말은 곧 행동의 차이에는 생물학적 원인이 있다는 뜻이겠죠. 그러나 당신의 말처럼 다른 이유 때문일수도 있겠죠. 곧 뇌 신경의 연결차이가 서로 다른 경험의 결과일 수도 있구요. 학습이 뇌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있으니까요.
코델리아: 그렇죠. 그리고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연구가 뜨기 오래 전부터 페미니스트 뇌과학자들은 남녀가 겪는 사회적 경험의 차이와 뇌와 내분비계의 차이는 서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주장해 왔어요. 우리는 환경 변수와 같은 추가적인 독립변수를 연구에 포함함으로써 이런 상호영향을 고려할 것을 권하고 있지요.
유타: 이 분야의 연구를 더 신중하게 해야한다는 것은 적어도 분명한 사실이군요. 아주 좋은 논문을 써주셨군요.
(코델리아 파인은 “성별이라는 환상(Delusions of Gender)”의 저자이며 멜버른 대학에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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