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생명의 미묘함(Life on the Edge)”: 양자생물학의 세계
2014년 12월 17일  |  By:   |  과학  |  4 Comments

상큼한 오렌지의 향과 하늘을 나는 울새(robin)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짐 알-칼릴리와 존조 맥파든은 자신들의 신작 “미묘한 생명(Life on the Edge)”에서 이 현상에는 아인슈타인조차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난해한 물리법칙이 자리 잡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바로 양자역학입니다.

물론 우주의 모든 존재는 전자와 양성자, 그리고 다른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의 충돌, 진동 등의 행태는 기묘한 양자역학의 법칙을 따릅니다. 그러나 이런 까다로운 현실은 거시세계에서는 쉽게 드러나지 않으며 저자들 역시 이렇게 말합니다. “미시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양자 현상들은 자동차나 토스터와 같은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커다란 물체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물체의 수준에서는 이것이 꼭 사실만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암컷 울새가 겨울에 길을 잃지 않고 이동하기 위해 사용하는 체내 나침반은 양자역학으로 설명되는 “자기 수용(magnetoreception)”원리에 의해 작동하는 듯 보입니다. 울새의 눈에 있는 화학물질은 특정한 에너지를 가진 빛을 흡수해 자신의 전자 준위를 바꾸게 됩니다. 이때, 전자구름은 양자역학에 의해 동시에 두 가지 형태를 가질 수 있으며, 그 중 어느 형태를 가지게 될 것인가는 지구 자기장의 방향에 의해 결정됩니다. 즉, 양자역학은 울새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알려주는 데 영향을 끼치는 셈입니다.

사실 인간 역시 양자역학의 효과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가진 효소가 화학반응의 속도를 높이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에도 양자역학이 사용되며, 오렌지의 리모넨 향을 후각세포가 느끼는 데에도 역시 양자역학의 효과가 등장합니다. 곧, 리모넨 분자와 같은 분자식을 가지고 있으나 분자 구조의 회전방향이 다른 거울상 분자는 우리에게 오렌지 향이 아닌 테레빈 기름의 냄새를 맡게 합니다.

이 책에는 여러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등장합니다. “18세기말, 미국의 뉴잉글랜드 목장에서 매우 짧은 다리를 가진 양이 태어났다. 그리고 이 양으로부터 짧은 다리를 가진 앵콘 양(Ancon sheep)이라는 품종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펜스를 뛰어넘을 수 없었고, 사람들은 이들을 쉽게 관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들이 바라는 것처럼 이 책의 모든 내용이 그렇게 쉽게 사람들에게 전달될 지에는 의문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식물의 잎이 마치 양자컴퓨터처럼 작동한다는 사실을 열정적으로 설명하지만, 그 뒤의 30페이지에 달하는 무거운 설명을 읽고 나서야 그나마 이 말의 뜻을 어렴풋이 이해한 듯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말이 알칼릴리와 맥파든의 비유가 훌륭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들이 말하는 예들은 독창적이면서도, 화학의 핵심을 잘 꼬집어 설명합니다. 단지 이 책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각 장들은 비운의 공룡이나 수수께끼의 새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이 책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자들은 기본적인 화학이나 물리학 상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저자들은 복잡한 개념과 이야기들을 하나로 연결시키기 전에 너무 많이 꺼내는 듯 보입니다. 물론 이런 어려움은 결국 보상받습니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들은 어떻게 생명이 원시 수프에서 발생했는지를 이야기하며, 이제 당신은 세상을 그전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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