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인지능력: 자신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
2000년 11월, 주디스 케펠은 영국의 한 퀴즈프로그램에서 첫 우승자가 되어 상금 17억 원을 받기까지 한 문제를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주어진 질문은 “애퀴테인의 엘레노어와 결혼한 왕은 누구인가?” 였습니다. 사회자와의 짧은 대화 후 그녀는 헨리 2세를 답으로 정했습니다. 사회자는 곧, 참가자를 가장 괴롭게 만드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래서 최종 답안은 무엇인가요?” 그녀는 주저 없이 헨리 2세라고 답했고, 그녀는 우승상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케펠은 자신의 메타인지능력으로 인해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메타인지능력이란 70년대 심리학자 존 플라벨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로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또, ‘자기가 생각한 답이 맞는지’, ‘시험을 잘 쳤는지’, ‘어릴 때의 이 기억이 정확한지’, 또는 ‘이 언어를 배우기가 내게 어려울지’ 등의 질문에 답할 때에도 사용되며, 자신의 정신 상태, 곧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정상인지를 결정하는데에도 사용됩니다.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는 능력은 인간 정신의 정수로 여겨집니다. 당연히 이 능력은 인간의 생존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메타인지능력에 의해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인식할 수 있고, 이를 뛰어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자신이 화학시험에 대해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판단할 경우 이 학생은 시험을 잘 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의 목록이나 잊기 쉬운 것들을 기록할 때에도 메타인지능력은 사용됩니다.
메타인지능력은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데에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수영을 배울 때 언제 깊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를 판단하거나 자전거를 배울 때 언제 보조바퀴를 떼도 될지를 판단할 때에 사용됩니다. 즉 뛰어난 메타인지능력을 가진 이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도전을 택함으로써 학습속도를 빠르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판단하는 능력을 처음으로 학문의 영역으로 가져온 것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입니다. 그는 인간의 의식에 스스로가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지식이 부정확할 수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아이들의 발달을 연구한 플라벨은 메타인지능력이 교육의 핵심임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기억에 대한 실험 도중, “성인들은 자신들이 다 외웠다고 말했을 때 실제로 그랬”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이 다 외웠다고 말했을 때에도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메타인지능력이 성장과 함께 발달함을 의미합니다.
메타인지능력은 몇몇 정신질환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치매에 걸린 이들은 자신들의 기억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경우 이들은 적절한 때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게 됩니다. 정신분열증, 약물중독, 발작 역시 메타인지능력에 영향을 끼칩니다.
과거, 정신과 의사들은 이들 환자들이 단순히 자신의 증상을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특정 질환이 메타인지능력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알콜중독자는 과도한 음주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음주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메타인지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90년대에 시작되었습니다. 정신분열증을 겪는 이들에게 클로자핀을 처방했을 때, 이들의 메타인지능력은 향상되었습니다. 최근 한 연구는 리탈린이 건강한 이들의 메타인지능력도 향상시킴을 보였습니다. 두뇌 전기 자극 역시 이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올해 한 연구는 명상 역시 메타인지능력을 상승시켰다고 보고했습니다. 90년대에 알려진 한 흥미로운 연구는 단어 시험을 친 직후보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자기 시험의 결과를 더 잘 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메타인지능력의 향상이 항상 장점만을 가져오지는 않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을 가진 환자들의 경우 자신의 기억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들은 더 큰 고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메타인지능력에 있어 치료라는 행위는 윤리적인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