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에서 노동자는 자유와 불확실성을 같이 맞닥뜨린다
토요일 새벽 4시 모두가 잠들어있는 보스턴 외곽 지역에서 제니퍼 구이드리 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 차를 청소합니다. 35세의 구이드리 씨는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택시 앱 서비스인 우버(Uber), 리프트(Lyft), 사이드카(Sidecar)와 심부름 서비스인 태스크 래빗(Tash rabbit)에서 잡다한 일을 해서 생활비를 벌고 있습니다. 구이드리 씨의 목표는 시간당 평균 25달러를 버는 겁니다. “얼마를 벌 지 예측이 안 되고 하루하루 천지 차이예요.”
최근 뜨고 있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 체제에서, 구이드리 씨는 작은 사업가입니다. 무슨 일을 할지, 어떤 능력을 개발할지, 수입에 따라 스스로 결정하죠. 공유경제에서는 교통수단, 잘 곳, 세탁물 날라주기, 장보기, 음식 배달, 요리, 옷장 정리까지 누군가에게 부탁할 수 있습니다. (관련 뉴스 페퍼민트 기사: 테크 업계의 ‘공유의 경제’) “매일 출근하는 사람이 가는 길에 누군가를 한 명 더 태우고 간다면 운전하는 사람은 공짜로 돈을 벌고, 탑승자도 훨씬 싼 값에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죠.” 사이드카 창업자의 말입니다.
그러나 실업률이 높은 요즘 경기에서 구이드리 씨는 ‘작은 사업가(micro-entrepreneurs)’라기보다 ‘작은 노동자(micro-earners)’에 가깝습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주일 내내 쉴새없이 일하죠. 이들 플랫폼을 사용하는 노동자들은 일정하지 않은 수입의 위험성을 상쇄하기 위해 여러 서비스 플랫폼을 넘나들며 다양한 일을 합니다.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게 최고의 보호막이죠.” 프리랜서 조합(Freelancer Union)의 사라 호로비츠 씨의 말입니다. “(물가에 비해) 임금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소득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살아남기 위해 이런저런 일을 닥치는대로 하는 겁니다.”
구이드리 씨는 새벽에 일하면 공항에 가는 비즈니스맨들이 대부분이라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수요도 안정적이라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일찍 일을 시작합니다. 새벽 4시 반 집을 떠나기 전에 구이드리 씨는 노트북을 열어 태스크 래빗에 들어온 할만 한 심부름이 있나 확인합니다. 그리고 크레이그리스트도 보죠. 그곳을 통해 요리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거든요. 오늘 아침은 우버 요청이 제일 먼저 울렸습니다. 그러나 바로 출발하기 전에 1~2분 정도 기다렸습니다. “출발했는데 손님이 취소하는 것만큼 김빠지는 일이 없거든요.” 오늘은 공항 운전 서비스로 28달러를 벌었습니다. 공항에 한번 더 갔다와서, 구이드리 씨는 아이들 아침이 먹을 아침 식사를 차리기 시작합니다.
공유경제, 피어 경제(the peer economy), 협동의 경제(the collaborative economy), 임시직 경제(the gig economy)라는 신조어가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 스스로 일을 고르고 일정을 조정하는 이 사회는 노동자 누구나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합니다. 보스나 권위주의적인 조직에서 벗어나 나같은 사람들(peer)에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피어 경제는 개인의 독립과 자유를 보장하는 혁명입니다.” “얻어 탄 누군가의 차에서 멋진 사람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재밌는 이야기죠.” 피어의 경제는 실제로 특권층의 전유물이던 운전수, 요리, 비서 서비스를 일반인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노동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찾을 수 없어 이런 임시직에 몰린다고 설명합니다. ‘불안정하다.’(precario)와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를 합친 신조어 프레카리아트(Precariat) 라는 단어도 등장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합니다. “수입이 넉넉한 지금은 좋죠.” “그러나 지금 어떤 사회가 다가오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피어들이 거래하는 오픈 마켓에서는 보험이나 복지 혜택 등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게 됩니다. 심부름 서비스인 태스크 래빗에서는 가장 낮은 가격에 입찰하거나 실시간으로 응답하는 공급자에게 일이 떨어지죠.
유연한 업무시간이 독이 되어 돌아오기도 합니다. 레스토랑에 고용되어 있으면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하면서 정해진 보수를 받게됩니다. 그러나 사고가 나거나 병이 나면 유급휴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우버, 리프트, 태스크 래빗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누군가에게 고용된 것이 아닙니다. 기업들은 그들의 서비스는 이베이 같은 플랫폼이라고 설명하죠. 이곳에서는 복지 혜택, 보험, 연금, 세금, 실직 보험 등에 내는 비용을 절감했습니다.
서비스가 커지면서 대두하는 문제에 태스크 래빗은 최근 3만명 서비스 사용자에게 15달러 최저임금제를 도입했습니다. 일하다 생기는 사고에 대해 보험을 적용하기로 했죠. “프리랜서들이 일하는 경제에 조금씩 맞춰가고 있는 거죠.”
그러나 이들 플랫폼 회사들이 정책을 바꾸면 프리랜서들은 무력합니다. 이를테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30% 서비스 할인을 제공하고 있는 리프트는 운전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이벤트 기간 동안 운전자의 20% 수수료를 면제해주었습니다. “우리는 운전자를 중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러나 바로 그 날, 리프트는 주 50시간 이상 운전하는 사람에게는 완전히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그보다 적게 일하는 사람은 5% 수수료를 내는 걸로 정책을 바꾸었습니다. “회사입장에서 가격 정책을 맘대로 정하고, 운전수의 운전 권한을 빼앗을 자격도 있어요.” 리프트의 운전수는 인터뷰에 응하면서 이름을 밝히기를 꺼렸습니다. “아무도 제 뒤를 봐주지 않을 겁니다.”
아이들 아침을 차려준 구이드리씨는 태스크 래빗을 통해 집안 인테리어를 바꾸는 걸 도와주러 갑니다. “아이를 낳고, 경력이 중단된 상태에서 아이들 봐주는 사람이 있을 때만 일할 수 있는데 그렇게 일정을 조절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게 어려웠죠. “ 태스크 래빗은 구이드리 씨가 일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태스크 래빗이 더 빠르게 양쪽의 요구를 연결시켜주기 위해 해당분야 전문가를 추천해주고 30분 이내에 응답을 권장하면서 구이드리 씨에게 들어오는 일의 종류와 보수도 달라졌습니다. 비슷한 이들이 서로 도와주는 품앗이 같은 개념인 피어 경제가 아니라 점점 전문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죠. (관련 뉴스페퍼민트 기사: AirBnB 를 통해 집을 빌려주는 이들, 정말 ‘일반인’ 일까? )
구이드리 씨는 일을 마치고 내일 요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장을 봐서 집에 돌아옵니다. 그리고 몇 번 더 택시 서비스를 한 후에, 저렴하게 장을 볼 쿠폰들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밤에 클럽에 가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택시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기술은 온라인 오픈마켓을 가능하게 만들고 묵혀진 노동력과 재화를 활용할 기회를 창출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 형태는 장기적인 고용과 보상시스템을 무너뜨릴 겁니다. 피어 경제에서 임시계약직은 사회적 안전망 없이 일하게 됩니다. 최근 태스크 래빗은 이 플랫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건강 보험 할인과 회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리프트는 프리랜서 조합과 함께 운전수들에게 건강보험과 복지 혜택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자유가 좋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죠. 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있다면 절대 못할 거예요.” “오늘은 돈을 많이 벌었어요.” “하지만 계속 이렇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오늘 구이드리 씨가 한 말입니다.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