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당신의 속삭임이 들려요”
우리는 종종 언어야 말로 인간이 가진 특성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언어를 익히지 못하게 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언어를 전혀 모르는 이가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고 사회에서 행동할 수 있을까요?
덴워쓰(Denworth)의 새 책 “당신의 속삭임이 들려요(I can hear you whisper)”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하는 책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어린 아들 알렉스가 전혀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 아이가 2살이 채 되기 전에 발견했습니다. 그녀가 커다란 고통에 휩싸이게 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습니다. 과연 이 아이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이 아이를 도울 수 있을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인, 침묵속에 살아온 지난 2년을 과연 이 아이는 회복할 수 있을까?
뉴스위크지와 피플지의 리포터와 편집자로 있었던 그녀는 이 문제를 엄마이자 과학저술가로서 풀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책은 그녀의 기억, 청각장애에 대한 과학 연구결과들, 그리고 청각장애자들에 대한 복잡한 정부의 정책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론 그녀의 힘든 투쟁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덴워쓰는 자신이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비록 뇌 신경세포들은 계속해서 만들어지기는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경세포는 어린 시절에 만들어 집니다. 사용되지 않는 연결은 사라지며 자주 사용되는 연결은 더 강해집니다. 어린 시절에 청각 신호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단순히 그 연결이 사라지는 것을 넘어, 청각 신호를 처리하는 뇌 영역이 다른 작업에 사용되도록 바뀔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변환이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한 연구는, 청각장애자들은 비장애인에 비해 수화를 더 잘 이해한다는 것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언어에 의해 만들어지는 다양한 장거리 뇌신경연결이 만들어지지 못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동물 실험에서는 실제로 뇌 신경세포들이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임이 밝혀졌습니다. 한 실험에서 갓 태어난 고양이 새끼의 시각은 3개월간 차단되었고, 그 후 그 고양이는 완벽한 시각을 가지게 되었지만 평생을 시각장애묘로 살아가야 했습니다. 즉 감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든 아이들은 그 감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뇌신경을 만들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덴워쓰는 자신의 아이가 세 살이 되기 전에 인공 달팽이관을 이식해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세 살이라는 나이는 아직 신경세포가 만들어질 수 있는 나이입니다.
덴워쓰는 그러나 청각장애인 협회에서 인공달팽이관 이식수술을 그리 환영하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미국수화(ASL)에서 이식수술은 손가락 두개로 뒷목을 찌르는 것으로, 마치 뱀파이어가 깨무는 모양을 형상화 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부정적 감정은 청각장애를 ‘장애’가 아닌 ‘차이’로 보고자 하며, 따라서 수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바탕하고 있습니다. 물론 수화를 통해 소리가 없이도 개념과 상징을 연결시키는 언어 처리를 익힐 수 있습니다.
덴워쓰는 여기에서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알렉스를 소리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한계가 있는 청각능력을 가지고 살게 해야 할까요? 또는 수화를 완전히 익혀 그 세상에서 살게 해야 할까요?
덴워쓰는 결국 전자를 택했습니다. 알렉스는 이식수술을 받았고, 청각장애자들을 위한 학교를 그만두고 청각능력을 키우기 위한 학교로 옮겼습니다. 물론 덴워쓰와 알렉스는 만약을 대비해 수화 역시 배웠습니다.
책의 말미에 덴워쓰의 가족들은 홍콩으로 이사를 합니다. 알렉스는 이제 8살이며 말하고 읽을 수 있습니다. 독자들은 그녀의 고통이 대부분 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녀는 만족스런 삶을 위해 완벽한 청각능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듯 보입니다.
덴워쓰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신의 경험과 함께 책으로 잘 엮었습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이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일찍부터 시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어린 시절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인 것이지요.
(Scientific Americ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