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안드레센 칼럼] 저는 로봇이 모든 직업을 없앨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 “로봇이 미래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다”는 주장이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관련 뉴스페퍼민트 기사 보기: 로봇이 미래 일자리를 대체할까요? 이미 그러고 있어요) 오래 전 산업혁명 때 나온 러디즘(Luddism: 기계화와 새로운 기술에 반대하는 러다이트 운동)이라는 책에서는 세상에 해야 할 업무의 양이 정해져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만은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므로 해야 할 일이 끝없이 생길 것이라고 반박하지요. 산업 혁명 후에도 해야 할 업무가 있었던 것처럼, 지금의 로봇 혁명 후에도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겁니다.
소비자로서, 더 좋은 삶의 질을 누리게 해줄 상품과 서비스가 나타나는 건 당연히 환영할 일입니다. 그렇다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직업을 잃게 될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첫째, 평등한 교육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는 기술의 발전을 통해 가능해질 것입니다.
둘째, 시장이 제대로 그 기능을 발휘하여 자본과 노동력이 효율적으로 재분배되어야 합니다.
셋째, 튼튼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여 기술 발전의 소용돌이에서 직업을 잃은 사람도 기본적인 삶의 기반은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관련 뉴스페퍼민트 기사(폴 크루그만 칼럼) 보기)
로봇이 생산을 담당하는 것이 인력 투입보다 적은 비용이 적게 든다면 경제학의 원리 상 물가가 내려갈 겁니다. 농업이나 제조업에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면서 생산가가 떨어지고 인간의 삶의 질이 올라간 걸 예로 들 수 있죠. 가난한 이를 보호하기 위해 로봇의 도입을 막는다면 가난한 이들은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누릴 수 없게 됩니다. 자유무역의 원리에서 흔히 나오는 이야기로, 관세를 붙일수록 자국인이 같은 상품을 더 비싸게 구매하게 되어 오히려 손해를 입게 된다는 이야기지요.
인류의 생산성 향상은 연 1%에서 2011년 이후 0.8%로 완화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경제 침체로 자본의 움직임이 둔화되었던 걸 감안하면 기술로 인한 생산성 발전은 여전히 빠른 속도를 자랑합니다. 2020년이면 지구 상의 모든 인간이 스마트폰, PC, 타블렛 등의 단말을 가지고 인터넷에 접속해 세상의 정보, 커뮤니케이션, 교육에 접근하고 글로벌 시장 경제에 참여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겁니다.
살아남기 위해 하는 업무를 로봇이 대체하면 어떤 세상이 열릴까요? 저는 인간이 깊은 내면의 질문에 귀를 기울일 것이로 생각합니다. 문화, 예술, 순수과학, 창의력, 철학, 실험, 더 많은 아이디어와 모험이 나타나지 않을까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인간이 왕만이 누릴 수 있었던 삶을 살게 됩니다. 100억 인구 중 60억 인구가 문화, 예술, 과학, 탐방과 배움에 종사하는 세상을 생각해보세요.
자, 다시 한 번, 저는 로봇이 모든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빋지 않습니다.
첫째, 벤쳐캐피탈라스트로서 최첨단 기술에 투자해오면서 로봇이 그 정도 경지에 다다르려면 아직도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둘째, 로봇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창의력, 혁신, 예술, 오락 등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분야가 여전히 있습니다.
셋째, 자동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노동력 가치가 올라갑니다. 레코드 가격은 내려가도 콘서트 입장권은 점점 오르는 것, 수제 가죽 가방이나 정성 들여 로스팅한 고급 커피의 가격이 오르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지요.
넷째, 100년 전 인류가 할 일이 무엇이 될지 몰랐듯이 앞으로 100년 후에는 또 새로운 직업이 나타날 겁니다.
저는 인간의 창의력이 미래에 더욱 꽃피리라 믿습니다. (마크 안드레센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