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도 테러의 공격 대상?
테러리스트들이 식품회사를 점령하고 상품에 독극물이나 세균을 주입하려 하는 찰나 수퍼히어로가 등장해 이를 저지하고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한다는 이야기, 헐리우드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나요? 9.11 테러 이후 다양한 산업 부문을 겨냥한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온 미국 정부가 “식품 테러”를 막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식품의약청(FDA)은 미국 국내 식품 업체는 물론, 미국으로 들여오는 식품을 생산하는 해외 기업들까지도 테러 가능성에 대비하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규제안을 내놓았다고 밝혔습니다.
테러 이후 각 분야에서 보안이 강화되었지만, 식품 업계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취약합니다. 대규모 생산라인에 접근하여 독이나 세균을 퍼뜨린다면 그 피해는 엄청날 것이 뻔하지만, 시설 관리도 부실하고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임시 고용인들도 많은 것이 식품 업계의 특징입니다. 생물보안(biosecurity)에 대한 인식도 희박합니다. 실제로 미국 오레건 주에서는 1984년 종교 컬트의 단원이 샐러드바에 살모넬라균을 주입해 700명이 집단으로 식중독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FDA 규제가 미처 포함하지 못한 위험 요소들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농축산업계 역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죠. 대평원 지역에서 구제역이 퍼진다면 그 피해는 500억 달러에 달할 거라는 국토안보부의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실제 2002년 아프가니스탄의 한 알카에다 창고에서 미국 농업 부문에 대한 공격 계획을 자세하게 담고 있는 보고서가 발견된 적도 있습니다. 다행히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긴 집단은 아직까지 없었지만요.
전문가들은 “식품 테러”가 대규모 총기 난사나 자살 폭탄 테러에 비해 “그림”이 나오지 않고 충격 효과가 작기 때문에 생각만큼 자주 일어나지 않지만, 그와 같은 안일한 인식으로 인해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도 더불어 지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