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는 어떻게 맥주와 위스키의 맛에 영향을 주었는가
“맥주를 만드는 장인과 이스트(효모)의 관계는 개들을 교배해서 최고의 품종을 기르는 사육사와 개의 관계와 같습니다.”
최근 미식학(개스트로노미, gastronomy)은 분자물리를 이용한 분자요리를 넘어 요리에 영향을 끼치는 미생물(microbiology)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류업계는 일찍부터 미생물에 주목해 왔습니다. 하푼(Harpoon)과 도그피쉬 헤드(Dogfish Head)와 같은 주류 맥주회사들은 일단의 미생물학자들을 고용하고 다양한 효모들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최초의 술은 수천년 전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진것으로 여겨집니다. 누군가 우연히 오랜 기간 방치해 둔 과일즙은 공기중의 효모에 의해 거품을 띈 신맛이 나는 음료로 바뀌었습니다. 효모는 음료에 포함된 당분을 알콜로 발효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수천년 동안 맥주장인들은 가장 맛있는 맥주를 만드는 효모들을 골라왔고, 독특한 향을 내는 효모균주들을 섞어 다시 최고의 맥주를 만드는 일을 반복해 왔습니다.
“효모에 설탕을 넣어 발효시키는 것은 효모를 급격히 성장시켜 진화를 촉진하는 효과를 냅니다. 한번의 발효과정에서 효모는 수 세대의 삶과 번식, 죽음을 거칩니다.”
주류회사들은 동일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훌륭한 맛을 내는 효모를 대규모로 제조하여 냉동시켜 보관합니다.
“효모는 맥주의 향을 결정하며, 따라서 맥주의 맛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칩니다. 위스키의 원료가 되는 주정(spirits)의 경우, 참나무(oak)통과 훈연(smoke)이 효모의 미묘한 차이를 덮기 때문에 그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특정 업체들은 그 지역의 공기중의 효모를 이용하며, 이를 이용해 원산지의 특징을 드러내는 것을 자랑스러워 합니다. 이들에게 자연의 효모는 와인업체들이 말하는 ‘토양 떼루와(soil terroir)’에 해당하며, 누군가는 이를 ‘미생물 떼루와(microbial terroi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위스컨신 미들턴의 데스도어 증류회사가 만드는, 숙성이 필요없는 것으로 유명한 “화이트 독(white dog)”위스키의 비밀은 바로 특별하게 만들어진 효모에 있습니다.
“전통적인 위스키 효모들은 참나무통에서 오랜기간 숙성되었을 때 짙은 향을 만들어내는 효모들입니다. 그러나 이들 효모는 숙성되지 않은 위스키에서는 오히려 고약한 향을 냅니다. 우리는 포도에서 과일향을 이끌어내는 샴페인 효모를 옥수수 당분에 가함으로써 매우 훌륭한 향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효모만큼 음식에 영향을 주는 몰드(mold), 박테리아, 곰팡이 등의 다른 미생물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고급 발사믹 식초와 일반 식초의 차이는 신맛을 내는 박테리아에 의한 것입니다. 블루치즈의 독특한 맛은 몰드 페니실리움에 의한 것입니다. 램빅 맥주와 부르봉 위스키는 제조과정 중 박테리아를 이용합니다.
“80년대 맥주 장인들의 붐이 일어난 이래, 효모와 미생물을 이해하는 맥주장인들이 새로운 맛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PopularSc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