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을 지지하는 싱글맘들의 사연
2013년 11월 6일  |  By:   |  세계  |  No Comment

제니퍼 마지오는 20대 때 월급 750달러로 혼자 두 아이를 키웠습니다. 보조금을 받아 임대 주택에 살면서 야간 대학을 다녔죠. 그러면서도 십일조를 빼먹지 않는 신실한 기독교인이었습니다. 현재 은행에 다니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그녀는 그 공을 정부 지원 대신 신에게 돌립니다. 정치 이야기는 싫어하지만 자신은 매우 보수적인 공화당 지지자라고 말합니다.

미국에 사는 싱글맘의 75%는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표를 줬지만, 마지오와 같이 동지들과는 다른 선택을 한 소수가 있습니다. 이들을 그저 자신의 이해에 반해 투표하는 바보로 치부하는 것은 게으른 결론입니다. 오늘날 진보는 결혼을 예전처럼 평생 계약의 개념이 아니라, 시민권의 하나, 선택의 문제, 나아가 권리 신장의 개념으로 재정립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독립성을 최상의 선으로 보는 이데올로기 속에서 전통적인 결혼과 가족의 가치는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결혼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도 냉소적인 시각을 가질 것 같은 싱글맘 중에서도 이와 같은 진보적인 시각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종교에 설득당한 사람도 있지만, 스스로 진보적 사회 복지 개념을 거부하게 된 사람도 있습니다.

“타락한 여성”인 미혼모들을 수용하는 시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의 일입니다. 당시 이들을 대하는 사회의 시선에는 동정과 혐오가 섞여있었죠. 이러한 시설에서는 가족의 “명예”를 수호하기 위해 입소자의 이름을 가리면서도, 죄악으로 가득찬 속세로부터 분리되면 이 여성들도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날 보수 기독교계는 신앙심이 독실한 집단도 이혼이나 혼외 임신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낙태 반대 운동의 관점에서 싱글맘들에게 접근하고 이들을 포섭하게 되었죠. 신이 자신을 위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믿는 싱글맘들 중에는 종교를 가정처럼, 신을 남편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교회도 동성결혼을 여전히 배척하는 동시에 싱글맘들은 받아들일 수 있는 교리를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교회가 싱글맘들에게 조금만 신경을 써서 마음을 사로잡으면, 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교회일에 나서는 모범적인 신도가 됩니다. 결혼한 여성들이 겪어보지 못한 고난을 이겨내고 거듭난 교회의 아이콘이 되는 것이죠.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교회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견됩니다. 전통적으로 미혼모의 비율이 높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의식해 교회가 더욱 더 혼외 관계를 비난하고 결혼의 가치를 강조해 왔지만,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공화당을 지지하는 싱글맘들이라고 공화당의 정책에 100%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떠한 시점에서건 한번쯤은 정부의 복지 지원을 받아본 적이 있는 싱글맘들이 대다수죠. 하지만 종교를 갖고 있는 싱글맘들은 국가의 보조에 너무 오래 의지하면 신과의 영적인 관계를 해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리버테리언을 자처하는 싱글맘들은 아주 드물지만, 소수의 리버테리언 싱글맘들은 강경파에 가깝습니다. 어린 시절 위탁 가정을 거치거나, 혼자 어렵게 아이를 키우다가 아동복지국과 갈등을 겪은 경험들을 통해 국가와 정부에 대해 뿌리깊은 반감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취재하면서 만난 싱글맘들은 대부분 현대 페미니즘에 반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는데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외치는 사상이고, 자유롭고자 하는 의지만을 인정할 뿐 안정에 대한 열망은 무시하는 사상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오늘날 미국에서는 빈부 간 결혼률 격차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리버럴 엘리트들은 결혼에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실은 구속력있는 결혼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가난한 싱글맘들 중에는 오히려 결혼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고 약속의 신성함을 진심으로 믿기 때문에 결혼에 더욱 신중한 사람도 있습니다. 계급 간 현실은 달라도, 이상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아이를 혼자 키우는 힘든 현실 때문에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를 더욱 중시하게 되는 것은 그다지 이해하기 힘든 사고방식이 아닙니다. 한 여론조사는 싱글맘들을 가장 진보적인 유권자 집단 가운데 하나로 꼽았지만, 민주당이 이들의 지지를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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