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를 탈출하는 사람들
샌프란시스코는 21세기에도 굳건히 살아남은 몇 안되는 19세기 산업도시들 중의 하나입니다. 탈산업화 과정 이후, 샌프란시스코 경제는 성공적으로 IT, 기술, 전문 서비스, 금융산업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었고, 현재는 많은 고소득 직종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유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는 살기 좋은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쾌적한 날씨와 인접한 해변, 고유의 정취가 묻어나는 도시풍경과 그 속을 채우고 있는 많은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는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삶의 이상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샌프란시스코의 매력들이 사람들이 점점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도록 하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하는 집세 때문입니다.
샌프란시스코시는 그동안 시민들로 부터 사랑 받는 도시의 고유한 풍경 혹은 정취를 보존하기 위해 다운조닝(Down Zoning: 신축건물에 대해 예전보다 더 낮은 용적률을 적용하여 도시의 밀도를 서서히 낮추는 지역제 기법 중 하나)을 실시해왔습니다. 그 결과로, 샌프란시스코는 고유한 도시 풍경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대가로 신규 주택 보급에 무척이나 인색한 도시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운조닝으로 인한 낮은 용적률 때문에 도심지 내 주택 공급은 비슷한 경제력과 인구를 가진 시애틀에 비해 절반 밖에 되지 않은 연간 1500 세대에 그치고 있으며, 특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이상 이 공급량이 증가할 가능성은 아주 낮습니다. 결국, 역사적 가치를 지닌 도시 조직들을 보존하려는 시도가 신규 주택 공급량을 크게 제한하여 집값 상승을 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향후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샌프란시스코의 경제를 고려해봤을 때,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주택 가격과 집세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신규 주택의 공급량을 늘려야만 합니다. 동시에, 이 주택은 보통의 경제력을 지닌 사람들이 충분히 감당할만한(affordable) 수준의 가격으로 보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샌프란시스코는 더많은 어포더블 하우징(affordable housing)을 짓거나, 극소형세대(micro-unit)의 신축을 도심지 내에서 유도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지리적 관점을 넓혀서 주변의 산호세(San Jose), 오클랜드(Oakland)를 포함하는 광역 지역을 이용하여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할 대책을 고안해 볼 수도 있습니다. (the Atlantic C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