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루터 킹 이후 50년, 미국의 인종 문제는?
1963년 8월 28일,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워싱턴에서 역사적인 연설을 남긴지 50년이 흘렀고 그간 미국 사회는 엄청나게 달라졌습니다. 흑인이 투표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린치를 당하던 시절을 지나, 수 많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정재계의 고위직에 진출했고 영화 속에서 흑인 배우가 신 역할을 하는 세상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종 격차는 경제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일부 뒷걸음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001년에서 2011년 사이, 흑인 가계 소득의 중간값은 백인 가계 소득 중간값 대비 64%에서 58%로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부동산 거품 붕괴가 저소득 계층에 더 큰 타격을 입힌 관계로 재산 상 흑백 격차도 2005년부터 2009년 사이 더욱 크게 벌어졌습니다. 교육이나 범죄 부문에서도 차이는 여전합니다. 기본적인 읽기와 산수 능력에서도 17세 흑인 학생의 평균 성취도는 13세 백인 학생의 수준에 불과하고, 30-34세 백인 남성 61명 중 1명이 수감 중인데 비해 흑인 중 수감자 비율은 10명에 1명 꼴이죠. 결혼 제도 밖에서 태어나는 흑인 아이들의 비율은 60년대 25%에서 오늘날 72%로 오히려 급증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설명이 있습니다. 우선, 인종차별주의의 잔재가 여전히 흑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흑인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가 재정지원을 못 받고, 사법 체계와 일자리 시장에서 흑인에 대한 편견이 여전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적어도 인종차별주의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는 보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개인이 인종 차별 발언을 했다가는 커리어가 끝장나고, 기업은 가차없이 불매운동과 법적 제재를 마주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죠. 대학 학위를 받은 백인 여성과 흑인 여성의 소득 수준은 거의 같습니다. 때문에 보수주의자들은 오늘날 미국 사회에서 흑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개인적인 책임이라고 주장합니다. 미국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풀타임 직장을 갖고, 21세 이후에 결혼하고서 아이를 낳으면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은 2%로 떨어지는데, 많은 흑인들이 이 기본적인 조건 3가지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빈곤층이 된다는 식의 설명입니다
뿌리깊은 인종 차별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미국의 흑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단순히 인종차별주의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이제 인종차별주의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흑인들이 더 큰 타격을 입는 제도들을 개선해나가야 합니다. 가난한 지역의 공교육이 붕괴하지 않도록 교육 제도를 개선하고, 단순한 마약 사범들을 무조건 감옥에 가두는 사법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오늘날 미국에서 피부색은 예전같은 장벽이 아니지만, 킹 목사가 말한 “행복 추구”의 길은 끝이 없습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