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비율 따위는 없었다
2009년 출간된 바바라 프레드릭슨의 책 “긍정성(positivity)”의 부제는 “3대1의 비율이 당신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였습니다. 이 책은 바바라 프레드릭슨과 마샬 로사다의 2005년 논문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350회 이상 인용된 이 논문에서 그들은 다양한 자료들과 고급수학기술을 이용해 인간이 가장 성공할 수 있는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의 비율을 계산했습니다. 오늘날 로사다(losada) 비율로 알려진 3대 1, 정확히는 2.9013 대 1은 그 이후 긍정심리학 분야의 마법의 비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동런던 대학의 대학원생 닉 브라운은 수업 중에 이 논문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는 곧 이들의 주장에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수식에서 오류를 찾아냈습니다.
“나는 프레드릭슨과 로사다의 수식이 자료와 무관하게 항상 같은 값을 낸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즉 수식에서 데이터들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는 곧 90년대 “지적사기” 사건의 주인공이며, 연성과학(soft science)의 약점을 지적하기를 즐기는 뉴욕대의 물리학자 앨런 소칼에게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물론 소칼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곧 이들은 플로리다 대학의 심리학자 해리스 프리드먼과 함께 프레드릭슨과 로사다의 논문을 비판하는 논문을 제출했고 지난 7월 미국심리학자(American Psychologist)지에 이 논문은 발표되었습니다. 그들은 로사다의 논문이 “수많은 오류들과 사람을 현혹시키는 수식으로 가득차 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그들은 논문이 이런 오류를 가지게 된 근원적 이유를 로사다의 1999년 논문에서 발견했습니다. 로사다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점성이 높은 유체의 흐름과 매우 유사하며, 따라서 이를 이용해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브라운과 소칼은 로사다의 논리를 다음과 같은 식으로 비유했습니다.
“로사다의 논리에 따르면, 우리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꽃’을 강한 전기장속의 유전체가 내는 불꽃에 비유해 사람들의 감정을 예측하는 법칙을 유도할 수 있게 됩니다. 또는, 같이 논문작업을 하는 연구자들의 상호작용을 ‘연기와 거울(어떤 사실을 숨긴다는 뜻)’로 비유한 후 연소되는 입자의 운동 방정식과 광학 법칙을 이용해 모델링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들의 지적에 대해 프레드릭슨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접근방식에 의문을 가질 수 있으며, 자신은 로사다가 사용한 수학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논문은 비율을 유도한 수학적인 부분을 제하고도 충분한 가치가 있으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피어리뷰가 완벽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심리학계의 또 다른 스타 마틴 셀리그먼 역시 최근 자신의 새 책 “번영(Flourish)”에서 이 비율을 여러 차례 인용한 바 있습니다. 그 역시 자신은 이 논문이 피어리뷰를 통과했기 때문에 신뢰했다고 이야기하며, 자신이 이 비율을 피상적으로만 이해한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소칼은 이 논문에 사용된 수학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며 연구자가 논문이나 책을 쓸 때 다른 사람의 결과가 피어리뷰를 통과했다고 해서 무조건 신뢰하는 것은 옳은 자세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로사다는 이 소란에 대해 그저 침묵하고 있습니다. 논문의 공저자인 프레데릭슨조차 “로사다가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아 고민입니다”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로사다는 “더 크로니클(The Chronicle)”이 보낸 이메일에 대해, 자신은 브라운과 소칼 등이 쓴 논문을 읽기 시작했으나 곧 흥미를 잃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논문은 매우 많은 호평을 받았고, 이번 논문이 첫번째 부정적 반응이며, 자신은 자신이 운영하는 ‘로사다 라인 컨설팅 회사’의 일로 매우 바빠 이 문제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미국심리학회지가 그에게 반박논문을 쓸 것을 요구하자 그는 거절했습니다.
“나는 더 이상 학계에 있지 않습니다. 나는 2013년 말까지 컨설턴트로서 예약이 가득차 있습니다. 내 우선순위는 나의 고객이지 논문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논문에 오류가 발견되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수년간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중요한 논문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었다는 것은 심리학계에 있어 커다란 문제입니다. 2년전 스타 심리학자였던 다이데릭 스타펠 역시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것이 드러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프레드릭슨과 셀리그만 같은 심리학계의 대가들이 자신들이 인용하는 논문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또한 문제입니다.
브라운과 소칼은 지금까지 아무도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데 놀라움을 표합니다.
“프레드릭슨과 로사다의 주장은 너무나 그럴법 하지 않기 때문에 진작 문제가 제기되었어야 합니다. 이 사건이 18년전 나와 ‘소셜텍스트’지 사이에 있었던 그 사건을 자꾸 떠올리게 만든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Chron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