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방에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허하라?
미국 내 대부분의 호텔에는 방마다 성경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호텔과 식당, 병원, 교도소에 성경을 기부하는 기드온회(Gideons) 활동의 산물입니다. 대부분의 투숙객들이 이를 무심코 넘기지만, 미국 무신론자회(American Atheists)의 회장을 지낸 에드 버크너는 달랐습니다. 조지아 주 주립공원 내 별장에서 무려 9권의 성경을 발견한 버크너는 “헌법에 의거해 부적절한” 책을 비치해 둔 주립공원 관리소를 주 정부에 고발했고, 결국 당국은 공원 내 숙박 시설에 비치된 성경을 모두 치워버립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조지아 주지사는 이 조치를 뒤집고, 성경은 주 정부 예산으로 구입한 것이 아니라 기부받은 것이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발표했습니다. 발표 당시 주지사는 어떤 단체든지 자유롭게 책을 기부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미국무신론자회는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 행동에 들어갑니다. 크리스토퍼 히친스와 리처드 도킨스, 매들린 머레이 오헤어와 같은 유명 무신론자들의 저서를 조지아 주립 공원에 기증한 것입니다.
미국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정교분리의 원칙은 여전히 현실에서 여러 법적 분쟁을 낳고 있습니다. 공립 학교가 교회 공간을 빌려 비종교적인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여전히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뉴욕 주에서는 마을 회의를 기도로 여는 문제를 놓고 법정 공방이 열릴 예정입니다. 공화, 민주 양당도 공금으로 보수를 주며 당 소속 기독교 목사를 두고 있고, 회의 시작 기도가 “미국 사회의 다양한 면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도 1983년에 나온 바 있습니다. 때로는 애매해 보이는 판결도 있습니다. 1989년에 대법원은 공공장소에 아기 예수 탄생 장면을 설치하는 것은 위헌이지만, 크리스마스 트리와 유대교 촛대를 두는 것은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도 나왔습니다. 2005년 판결에 따르면, 켄터키 주 법원과 학교에 십계명을 걸어두는 것은 위헌이지만, 텍사스 주의회 건물 밖의 거대한 십계명 조형물은 위헌이 아닙니다. 한편, 숙박 시설 비치용 무신론 저서를 기증 받은 조지아 주지사는 기증을 받아들이겠지만 “(책들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