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또 다른 해외 전선, 반동성애 십자군 원정
몇몇 서구 국가에서는 동성애자들의 인권 상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지구 반대편에서는 상황이 오히려 반대로 치닫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활로를 잃은 미국의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해외 십자군 원정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불법 피해자를 위한 배상청구법(Alien Tort Statute)’에 따라 우간다의 동성애자 인권단체가 미국의 스캇 라이블리(Scott Lively) 목사를 상대로 낸 소송이 현재 매사추세츠 주 법정에서 진행 중입니다. 라이블리 목사는 동성애가 나치즘을 낳았다는 주장을 담은 책을 펴낸 인물로, 2009년 우간다를 방문해 정치인을 만나고 방송에 출연해 동성애자들이 청소년들을 노려 ‘모집’한다는 자신의 이론을 설파했습니다. 그 후 우간다에서는 ‘악성 동성애자’를 사형까지 시킬 수 있도록 동성애 처벌법이 강화되었는데, 인권 단체가 이에 대해 라이블리 목사의 책임을 묻게 된 것입니다. 라이블리 목사는 자신이 처벌 아닌 예방과 치료를 설파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짐바브웨와 케냐에도 있습니다. 이들은 아프리카에서 동성애가 서구의 유산이라며, 제국주의 피해자들의 마음을 삽니다. 반동성애 전선 구축을 위해 자신들이 평소에는 같은 크리스천으로 인정하지도 않는 가톨릭이나, 나아가 무슬림들과도 손을 잡습니다. 이미 동성애 불법화가 자취를 감춘 구 소련 국가들에서는 ‘확산 방지’를 목표로 활동합니다.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으로 진출한 미국 목사들도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도입과 동성애 불법화 폐지에 반대하는 이들은 본국에서 편협한 괴짜 취급을 받지만, 해외에서는 유력 인사를 만나고 주류 언론에 등장하는 등 영향력을 만끽하며 사기를 충전합니다. 이들은 도덕적으로 타락한 모국 대신 아직 희망이 남아있는 곳에서 뜻을 펴겠다는 명분을 갖고 있지만, 해외 활동을 통해 얻는 재정적 이득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들 사이에도 활동 무대를 두고 경쟁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일 지경입니다. 한 전문가는 이들이 활약하는 국가의 성소수자들이 받는 고통이 미국이 수행 중인 문화전쟁의 ‘콜래트럴 데미지(부수적 피해, 전쟁의 민간인 사상자)’라고 표현합니다. (Econom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