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줄리안 반즈의 틀리지 않은 또 다른 예감
저작권 대리인이던 팻 카바나가 뇌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은 5년 전입니다. 그 후 그녀의 남편이었던 줄리안 반즈는 단편집 하나, 수필집 하나, 그리고 2011년 부커상을 받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The sense of ending)”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4일 영국에 출간된 반즈의 새 책, “삶의 균형(Levels of Life)”은 수필과 단편, 그리고 그녀에 대한 추억들이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방법으로 뒤섞여 있습니다.
“슬픔은, 삶의 모든 형식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형식이 존재한다는 믿음마저 파괴하고 맙니다.”
“삶의 균형”은 쉽게 설명하기 힘든 책입니다. 이 책을 읽는 경험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없습니다. 이 얇은 책을 읽어 나가는 동안 우리는 무언가가 어렴풋이 눈 앞에 나타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의 끝장에 이르러 우리는 충격으로 눈앞이 캄캄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첫 두 챕터는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여배우였던 사라 베른하르트와 덜떨어진 영국의 기병 프레드 버나비, 그리고 네이더로 알려진 모험가이자 사진가, 열정적인 기구 탐험가였던 가스파르-펠릭스 투르나송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네이더의 사진은 그 아름다움 만큼이나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 곧 주관적인 것을 객관적으로 만드는 것은 정신적인 충격을 줍니다.”
이것은 우리가 슬픔에서 얻는 충격과 유사합니다. 한 인물이 갑자기 모든 배경에서 사라질 때, 우리는 오싹함을 느낍니다. 에셔 역시 이런 느낌을 그림에서 나타내려고 했습니다.
후반부의 삼분의 일은 반즈 자신의 슬픔의 고백입니다.
“나는 에우리디체의 신화를 이용해 슬픔을 드러낼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는 이것을 직접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소설이 아니라 직설적으로 말입니다.”
“그녀의 죽음으로 내가 빼앗긴 것은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것보다 더 큰 무엇입니다. 말이 안 되게 들리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낍니다.”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