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교황 후보자 살펴보기-②
베네딕토 16세의 사임으로 새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추기경들의 비밀회의 콘클라베가 바티칸 시국의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시작됐습니다. 정진석 추기경은 80세가 넘은 추기경은 참가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콘클라베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콘클라베에 참가한 115명의 추기경의 면면을 소개했습니다. 이 중 교황이 될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Papabile)들을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원문의 사진을 클릭하시면 설명을 보실 수 있습니다)
루이스 안토니오 태글레(Luis Antonio Tagle) – 필리핀 마닐라 대주교
전 세계 추기경들 가운데 두 번째로 젊은 55살의 태글레 추기경이 교황이 된다면 아시아인으로서는 첫 교황이 됩니다. 교회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카리스마 리더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태글레 추기경은 종종 가톨릭 교회가 스스로의 실수를 더 과감히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거침없는 직설로 바티칸의 반감을 사기도 했습니다.
마르크 웰렛(Marc Oeullet) – 명의 사제(titular bishop)
캐나다 퀘백 대주교를 역임한 웰렛 추기경은 교황청 라틴아메리카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2010년 교황청 주재로 열린 낙태반대 회의에서 임신 상태를 강제로 끝내는 건 도덕적인 범죄라고 주장했습니다. 캐나다 의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동성애를 제도적으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오딜로 페드로 셰러(Odilo Pedro Scherer) – 브라질 상파울로 대주교
셰러 추기경은 다른 유력한 후보들에 비해 굵직굵직한 경력은 부족한 편입니다. 하지만 그는 다른 문화권과 새로운 생각에 열린 태도를 갖춘 이가 교황청과 가톨릭 교회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피터 코드보 아피아 툭손(Peter Kodwo Appiah Turkson) – 케이프 코스트 명예대주교
비유럽인 출신 교황이 탄생한다면 1순위로 지목되는 툭손 추기경은 교황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종종 드러내 왔습니다. 베네딕토 16세가 사임한 뒤에도 그는 “가톨릭 교회는 이미 예전부터 유럽인이 아닌 사람을 교황으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말했고, “아프리카 대륙은 동성애를 금기시하는 전통을 고수해왔기 때문에 유럽이나 아메리카의 교회들과 달리 섹스스캔들로부터 자유로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로버트 사라(Robert Sarah) – 교황청 복음화의원회 사무처장
34살 때 고국 기니아의 수도 코나크리의 대주교에 임명되며 요한바오로 2세의 복심으로 불리기도 했던 사라 추기경은 오랫동안 교회의 인도적 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에서 일해 왔습니다.
션 패트릭 오말리(Seán Patrick OMalley) – 미국 보스톤 대주교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 문학을 전공한 오말리 추기경은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워싱턴 대교구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복음화 사업과 인도적 지원에 앞장서 왔습니다.
티모시 마이클 돌란(Timothy Michael Dolan) – 미국 뉴욕 대주교
돌란 추기경은 밀워키 교구에서 사제로 일하던 시절 어린이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그를 꼽지만 정작 본인은 가능성이 없는 일이라며 큰 뜻을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