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위기의 넷플릭스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미래
2022년 7월 12일  |  By: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  No Comment

지난 10년간 꾸준히 성장하면서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판도를 바꾸어온 넷플릭스가 2022년 1/4분기에 사상 최초로 줄어든 구독자 수를 발표하며 충격을 안겼습니다. 넷플릭스의 주가는 하루아침에 35%나 빠졌고,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등 관련 기업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습니다.

미국 언론은 다양한 분석 기사와 칼럼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4월 20일 자 기사는 스트리밍 업계 전체의 위기를 점쳤습니다.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 등 단편적인 요인이 문제가 아니라, 스트리밍 서비스의 수익성과 안정성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기사는 스트리밍 서비스 간의 격화된 경쟁이 곧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계속해서 늘어나는 구독 비용에 지친 소비자들이 구독을 끊었다가 다시 가입하고,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끝나면 또다시 구독을 끊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몇 년간 공격적으로 시나리오와 제작진, 배우를 공략하며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을 늘려왔지만, 오리지널 프로그램의 경쟁력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많은 팬을 거느린 기존의 인기 시리즈들이 종영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넷플릭스에는 당장의 악재입니다.

한편 칼럼니스트 알리사 로젠버그는 워싱턴포스트에 쓴 칼럼을 통해 한정된 시장과 소비자를 두고 몸집을 불려온 넷플릭스의 위축은 불가피한 일이며, 이것이 소비자들에게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넷플릭스로 인한 콘텐츠 붐이 오히려 영상 콘텐츠의 질 저하로 이어졌고, 미국 문화를 “원자화”했다고 로젠버그는 비판합니다. 서비스 초반,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참신한 작품들이 올라온 것과 달리 이제는 “빨래 갤 때 틀어놓는 영상”이 범람하고 있고, 한 에피소드가 끝나면 일주일을 기다리며 온오프라인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생각을 공유하던 시청 문화가 혼자 몰아보기 위주의 “외로운 경험”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사진=Unsplash

아마존, 애플처럼 더 큰 자본력을 갖춘 경쟁자들을 대상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지켜나가면서 혁신의 아이콘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넷플릭스의 목표겠지만, 당장 구독자 수가 줄어들자 넷플릭스의 독특한 경영 원칙도 변화의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수익이 구독료와 광고로 이원화된 대부분 콘텐츠 기업과 달리, 넷플릭스는 지금까지 무광고 원칙을 고수해왔습니다. 한때 “넷플릭스에 광고는 절대 없다”고 단언했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광고가 들어가는 저가 구독상품을 1~2년 안에 출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디즈니나 아마존과 달리 광고 영업에 전혀 경험이 없는 넷플릭스로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는 일이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입니다.

넷플릭스는 지금까지 이용자들이 계정을 공유하는 데도 관용적인 모습을 보여왔죠. 2017년에는 트위터 공식 계정이 “암호 공유는 사랑”이라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제는 같은 집에 살지 않는 사람끼리의 계정 공유를 단속하겠다며 분명히 선을 긋고 있습니다. 광고를 넣는 것, 또 시리즈의 한 시즌 전체를 한꺼번에 공개하던 데서 주기를 두고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것 등으로 변화가 예고되면서 넷플릭스가 오히려 레거시 미디어의 전통적인 전략을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