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우여곡절 끝에 막 올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지금으로부터 약 100일 전 국제 정세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던 사안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둘러싼 주요 국가들의 보이콧 논란이었습니다. 동계올림픽이 폐막한 뒤 푸틴 대통령은 계획한 대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전쟁이 다른 모든 이슈를 삼켰죠. 오늘은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2월 2일 쓴 글을 소개합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전히 불안한 코로나 상황과 중국의 인권 상황을 둘러싼 외교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세계인의 축제”는 예정대로 막을 올리게 됐습니다.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는 것이 올림픽 정신에 맞는 태도라고 하지만, 사실 올림픽은 늘 정치와 외교의 각축장이었습니다. 냉전 시기에 열린 LA 하계올림픽과 모스크바 하계올림픽이 각각 동구권과 서방의 불참으로 반쪽짜리 대회가 됐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신장 위구르족 탄압과 홍콩 민주주의 시위대 탄압 등을 문제 삼으며 정부 차원에서 베이징 올림픽에 불참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인권 상황에 너무 관대하다고 비난해 온 공화당 측에서는 보이콧 선언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불참 선언은 상징적인 의미일 뿐 인권 문제 해결에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부터 소수이기는 하지만 선수들도 불참해야 한다, 나아가 처음부터 올림픽을 중국에서 치르지 못하게 해야 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올림픽에 가느냐 마느냐를 두고 고민에 빠진 것은 정부뿐이 아닙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앞세워 온 기업들도 인권 단체들로부터 올림픽 후원을 철회하라는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의 수익과 윤리적인 기업으로서의 평판을 두고 나름의 저울질을 했겠지만, 현재로서는 삼성, 코카콜라, 비자, 프록터앤갬블, 아우디 등 주요 후원 기업들이 모두 올림픽 파트너 스폰서 명단에 남기로 한 상황입니다. 과거 기업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팀의 인종차별 정책을 비판하는 등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냈던 적이 없지는 않지만, 시장의 압도적인 규모 때문에 중국과 관련된 사안만은 여전히 예외가 적용되는 듯합니다.
기후 조정 기술의 역사는 수십 년에 이릅니다. 미군도 베트남전 때 장마 기간을 늘려 전술에 활용하려고 극비리에 인공 강우 작전을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중국만의 문제로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기후 조정 기술이 자국은 물론 주변국의 기후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 위험성이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임에도 중국이 일방적, 공격적으로 기술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후 조정 기술 부문의 문제점으로 기술에 대한 견제, 윤리 문제에 대한 논의, 그리고 투명성 부족을 꼽습니다.
중국이 이런저런 비판과 악조건에도 이번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된 배경에는 동계올림픽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점들도 있습니다. 동계 스포츠에 관심이 있거나 즐길 여건이 되는 소수의 국가가 시상대를 독점하다 보니 “세계인의 축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은 벌써 수십 년째 제기돼 왔습니다. 전 세계 200여 개 국가 중 90개국은 동계올림픽에 한 번도 출전한 적이 없고, 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금껏 단 한 개의 메달도 가져가지 못했죠. 동계올림픽 개최에 필요한 환경과 인프라를 갖춘 도시가 극소수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개최에 필요한 비용은 하계올림픽과 맞먹는데, 입장권이나 중계권 수입은 절반 수준이다 보니,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국가, 도시가 많지 않아 개최지를 선정할 때마다 IOC가 애를 먹고 있습니다.
국제 스포츠 행사의 순기능이나 스포츠만이 자아낼 수 있는 감동은 틀림없이 존재합니다. 골치 아픈 외교 갈등과 존재론적 고민도 앞으로 2주간 선수들이 펼쳐 보일 감동의 드라마 앞에서 잠시 잊힐지 모릅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와 새로운 시대가 가져온 문제가 자명한 만큼, 올림픽에 대한 인식과 우선순위도 재조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올림픽 정신인 세계 평화와 대회의 본질인 동계 스포츠 자체를 지키고자 한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