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2022년 전 세계 주요 선거 일정 (2)
2022년 5월 5일  |  By: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  No Comment

남은 선거 가운데 가장 관심이 가는 선거는 아무래도 오는 11월에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일 겁니다. 그 이야기는 하반기에 아메리카노 팟캐스트에서도 다룰 예정입니다.

 

6. 콜롬비아 총선 & 대선 (3/13, 5/29, 대선 결선투표: 6/19)

콜롬비아 국민은 올해 상반기에 의회를 새로 구성하고, 대통령도 뽑습니다. 3월 열리는 총선에서 하원 166석과 상원 102석을 전부 새로 뽑습니다. 이때 의원 선거만 하는 게 아니라 주요 정당 또는 정당 연합이 대통령 경선도 같이 하는데, 좌파와 우파, 그리고 중도 후보가 한 명씩 추려질 예정입니다. 이어 5월에 대통령 선거 1차 투표가 있고, 과반을 얻는 후보가 안 나오면 6월 19일에 결선 투표를 합니다. 현직 이반 두케 대통령은 규정상 재선에 도전할 수 없는데, 만약 할 수 있었더라도 인기가 매우 낮아 당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실업률이 치솟고, 불평등이 심화하자 두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75%에 육박했습니다.

현재 라틴아메리카 각국에서 좌파 물결이 일고 있는데, 콜롬비아에서도 구스타보 페트로 상원의원이 콜롬비아 역사상 첫 좌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페트로 의원은 2018년 대선에서 두케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그 전에는 반정부 무장 투쟁을 벌이던 게릴라 출신입니다.

 

7. 앙골라 총선 (8월)

앙골라는 오는 8월 총선을 치릅니다. 앙골라 헌법은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당의 당수 또는 당 대표가 곧바로 대통령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앙골라는 1975년 포르투갈 식민지에서 독립했고, 앙골라 자유인민운동(MPLA)의 조제 에두아르두 도스 산투스 대통령은 1979년부터 지난 2017년까지 38년간 앙골라를 통치했습니다. 그가 권좌에서 내려온 뒤 치른 2017년 첫 선거에선 MPLA의 후임 주앙 루렌소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루렌소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앙골라 최대 야당인 앙골라의 완전한 독립을 위한 전국연대(Unita)는 도스 산투스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이어진 MPLA 정권의 부패를 문제 삼으며 정권 교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Unita는 다른 정당 두 곳과 애국전선(Patriotic Front)이라는 선거 연대를 꾸렸고, Unita의 아달베르토 코스타 주니오르 당수가 대통령 후보입니다.

앙골라는 원유 수출에 대한 의존도를 오랫동안 낮추지 못했고, 빈부격차 문제도 여전히 심각합니다. 야당은 루렌소 대통령이 법관 임명 권한을 대통령에게 더 많이 부여하거나 선거의 표를 집계하는 권한을 중앙 선관위에 집중시킨 점 등을 문제 삼았지만, 루렌소 대통령은 선거는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질 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8. 케냐 총선 (8/9)

케냐도 올해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새로 뽑습니다. 두 번의 임기만 허용하는 헌법 때문에 현직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은 더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습니다. 같은 주빌리당(Jubilee)당 소속의 윌리엄 루토 부통령이 현재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케냐의 여러 부족을 대표하는 후보들이 난립한 상태입니다.

케냐는 지난 1992년 다당제를 도입했는데, 정치적인 견해보다 인종, 부족에 따라 정치적 균열이 뚜렷하게 나타났고, 선거 때마다 서로 다른 인종, 부족 간 폭력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지난 2017년 대선 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케냐타 대통령은 오랜 정적인 루오(Luo)족 출신의 라일라 오딩가와 타협했고, 여러 부족들과도 권력을 나눴습니다. 문제는 키쿠유(Kikuyu)족인 케냐타 대통령이 9년 전 칼렌진(Kalenjin)족인 루토 부통령에게 자신이 두 번의 임기를 마치고 나면 대통령으로 루토를 지지하겠다고 약속한 점입니다. 그런 케냐타 대통령이 지난해 1월 “키쿠유, 칼렌진 두 부족 외의 다른 부족이 케냐를 정치적으로 이끄는 것”을 골자로 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했습니다.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는 바람에 헌법 개정도 흐지부지됐지만, 케냐타 대통령은 결국 한 입으로 정반대의 말을 한 셈이 됐습니다.

루토 부통령이 오딩가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서는 가운데 누가 당선되든 한동안 정치적 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9. 브라질 총선 (10/2)

브라질 유권자들은 오는 10월 대통령과 부통령, 그리고 국회의원을 뽑습니다. 극우 포퓰리스트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인기는 많지 않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위험을 축소하고 아무런 방역 정책을 세우지 않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의회가 반인권, 고의 살해 혐의로 조사, 기소하려 하기도 했습니다. 과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하는 보우소나루가 임기 중에 아마존 삼림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개발한 것도 젊은 세대의 표심을 잃는 데 크게 작용했습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여유 있는 1위를 달리는 후보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입니다. 룰라 전 대통령은 2017년 부패 혐의로 기소됐지만, 항소심에서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 다시 대선에 출마할 수 있게 됐습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인구, 면적 등이 가장 큰 나라 브라질이 룰라를 다시 대통령으로 뽑는다면, 라틴아메리카의 좌파 바람은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중간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들이 얼마나 많은 표를 받느냐에 따라 트럼프가 2024년에 대선에 다시 나올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Jill Colvin / AP

 

10. 미국 중간선거 (11/8)

짝수 해 중 4의 배수가 아닌 해에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는 대통령은 뽑지 않지만, 하원 435석 전체, 상원 100석 가운데 34석, 그리고 몇몇 주 주지사 등을 뽑는 선거입니다. 보통 중간선거에선 야당이 선전하는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지난 70년 동안 대통령이 속한 당은 중간선거에서 평균적으로 하원 25석을 잃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뒤 처음 치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무려 하원 63석을 잃은 적도 있습니다. (현재는 민주 221, 공화 212, 공석 2로 9석밖에 차이 나지 않습니다.) 이번 중간선거는 지난 2020년 센서스 결과를 토대로 새로 짠 선거구에서 치러지는 첫 선거인데, 일부 재획정한 선거구도 민주당보다 공화당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상원 선거는 그나마 민주당이 기대를 걸 만해 보입니다. 34석 가운데 20석은 현재 공화당 상원의원 선거구에서 치러지며, 민주당이 지켜야 하는 14석 가운데 2020년에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주에서 치르는 선거는 없습니다. 그러나 당내 온건파와 진보파의 갈등, 바이든 대통령의 정체된 지지율 등 민주당으로선 호재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만약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에서 모두 다수당이 된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 동안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