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2022년 전 세계 주요 선거 일정 (1)
새해가 밝았을 때 올 한해 일정표를 보고 미리 쓸 수 있는 기사 중 하나가 전 세계 선거 일정을 돌아보는 기사죠.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CFR, Council on Foreign Relations)가 정리한 2022년 주요 선거 일정을 두 편에 걸쳐 소개했습니다. 2022년의 1/3이 지난 지금 예정대로 한국과 프랑스는 대통령 선거를 치렀습니다. 아직 남은 선거들도 많습니다. 어느 나라가 선거를 치를지, 쟁점은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한국 대통령 선거 (3/9)
한국 대통령의 임기는 5년 단임제로 헌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22년 한국 유권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임을 뽑습니다. 대통령이 속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 보궐선거에서 서울과 부산시장 자리를 모두 야당 국민의힘에 내줬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 주요 과제로 삼았던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실패했고,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취임한 2017년 이후 58%나 오르면서 지지율이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10월까지 경기도지사를 지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외교 정책에서 중국과 미국 모두와 협력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택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 출신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행정부 주요 인사들을 부패 혐의로 기소했으며, 자신은 포퓰리스트에 맞서는 합리주의자라고 말합니다. 윤석열 후보의 외교정책은 문재인 행정부의 정책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윤 후보는 “미국에 전술핵 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고 핵전력 공유를 요구하겠다”고 공약했다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2. 프랑스 대통령 선거 (4/10, 결선 투표: 4/24)
프랑스 대통령 선거는 모든 후보를 대상으로 1차 투표를 한 뒤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후보 두 명을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치릅니다. 임기는 5년으로 한국과 같지만, 두 차례 중임을 허용하는 프랑스 헌법에 따라 앙마르셰(La République En Marche!) 소속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통은 지금쯤이면 현직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선언했어야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아서 특히 야당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결선 투표에서 맞붙었던 국민행진(Rassemblement National, 구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당수는 세 번째 대선 도전을 선언했습니다. 르펜은 자신보다 더 극우 성향의 주장을 펴는 ‘프랑스의 도널드 트럼프’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TV 정치 평론가 출신 에릭 제무르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보수 정당인 공화당(Les Républicains)은 일드프랑스 주지사 발레리 페크레스를 후보로 내세웠습니다. 다자 대결에선 마크롱 대통령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지지율이 25% 정도에 불과해 이변이 없는 한 차기 프랑스 대통령은 결선 투표가 열리는 4월 24일에 가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3. 헝가리 의회 선거 (4월)
“오르반이냐 유럽이냐.”
오는 4월 치를 헝가리 총선의 화두입니다. 2010년 이후 세 차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장기 집권 중인 극우 피데스(Fidesz)당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4선에 도전합니다. 그는 유럽연합이 헝가리의 주권에 간섭한다고 연일 비난하면서도 자신을 헝가리의 정신과 부합하는 기독교의 수호자로 그리며 헝가리가 유럽연합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헝가리 안팎에서 오르반 총리가 취임한 뒤 헝가리 민주주의가 퇴보했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또 이민자와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 인권 유린도 비판의 대상이었습니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유럽연합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헝가리만 초대받지 못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올해 선거에선 모든 야당이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하나로 뭉쳤습니다. 오르반 총리를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모두를 위한 헝가리(MMM)라는 운동의 기치 아래 모였고, 자체 경선을 통해 중도우파 성향의 피터 마르키자이를 단일 후보로 선출했습니다. 헝가리 유권자들은 국회의원 외에 국민투표 항목 4개에도 답해야 하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학교가 동성애와 성전환자 등 성소수자에 관해 무엇을 가르칠지 규정하도록 하느냐에 관한 질문도 있습니다. 오르반 총리가 보수 표심을 결집하기 위해 질문을 넣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4. 필리핀 총선 (5월 9일)
2022년 필리핀 총선은 한편의 정치 드라마를 연상케 합니다. 필리핀 헌법은 대통령의 연임을 허용하지 않는 단임제입니다. 한동안 퇴임 후 정계에서 은퇴할 뜻을 내비쳤던 포퓰리스트 정치인 두테르테 대통령은 돌연 대통령 대신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이란 이름 아래 자행한 수많은 범죄를 덮기 위해 딸인 사라 두테르테를 대통령에 출마하게 하려는 꼼수를 쓸 거라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필리핀 유권자들은 대통령과 부통령을 따로 뽑습니다. 대통령과 부통령이 같은 당 출신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던 사라 두테르테는 대통령이 아니라 부통령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고, 곧바로 대통령 후보인 독재자 마르코스 시니어의 아들 마르코스 주니어가 사라 두테르테를 지지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독재자 집안 출신의 마르코스 집안과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포퓰리스트 정치인 두테르테 집안이 손을 잡으면 필리핀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질 거라는 우려의 시선이 많습니다.
복싱 챔피언 출신인 매니 파키아오 상원의원, 현직 부통령인 레니 로브레도 등이 대통령 출마를 선언했지만, 마르코스-두테르테의 지지율이 70%에 육박하는 만큼 이변이 없는 한 승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5. 호주 의회 선거 (5월)
호주 헌법에 따라 올해 5월 21일 전에 새로운 총선을 통해 의회를 다시 구성해야 합니다. 유권자들은 하원 151석 전체와 상원 76석 가운데 40석을 뽑습니다. 중도우파 자유당의 스캇 모리슨 총리는 아직 선거 일정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호주가 지금까지 1, 2월에는 한 번도 총선을 치른 적이 없고, 선거운동 기간을 최소 33일에서 최대 58일까지 보장해야 하는 만큼 3월이나 4월에 선거를 치를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당과 국민당의 우파 연합이 3년 임기의 총선에서 네 번째 연승을 노리는 가운데 야당 노동당은 2013년 이후 첫 집권에 도전합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차질을 빚었고, 극심한 산불에 대한 정부의 대처도 미흡해 모리슨 총리와 여당에 대한 지지율도 2020년 3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선 기후변화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노동당은 우파 연합보다 더 적극적인 탄소 감축안을 내놓았습니다. 지난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총리에 대한 선호도는 모리슨 총리보다 노동당의 앤서니 알바니즈 당수가 높았지만, 동시에 노동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본 유권자들이 더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