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워싱턴포스트가 꼽은 2021년에 일어난 좋은 일 21가지
2022년 4월 28일  |  By:   |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  No Comment

1년 내내 코로나19 팬데믹과 싸워야 했던 2021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워싱턴포스트가 한해를 돌아보며 쓴 사설을 정리한 글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2017년부터 매년 한 해를 되돌아보는 사설을 냈는데, 그해 연도만큼 좋은 일을 꼽는 거라서 지난해에는 목록이 21개였습니다.

좀처럼 쉬이 사라지지 않는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모두가 정말 힘들었던 한 해였습니다. 워싱턴포스트 논설위원들도 21개를 채우기 쉽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주요 코로나19 백신 세 가지에 각각 번호를 매기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합니다.

내년에는 숫자가 하나 더 늘어 22개를 채워야 하겠지만, 올해보다 떠오르는 후보가 풍성하길 기원하며 워싱턴포스트가 정리한 목록을 다시 추려 소개합니다. 미국 맥락에 국한된 이야기들은 생략하거나 더 큰 주제로 묶었습니다.

어느덧 1/3이 지난 2022년 지금 시점에 읽어도 그때와 달리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항목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팬데믹과의 싸움에서 가장 큰 힘이 된 건 역시 백신이었습니다. 작년에도 ‘백신만이 희망’이라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백신 상황을 희망적인 일 20가지에 꼽았던 워싱턴포스트는 모더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존슨앤존슨 등이 개발한 백신 덕분에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일상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사진=Unsplash

  • 혁신

인류는 새로운 바이러스에 듣는 백신과 약을 서둘러 개발해야 했습니다. 사무실에, 병원에, 학교에 모일 수 없게 되면서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는 업무, 의료, 교육 환경을 구축해야 했습니다.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혁신이 필요한 순간이 오자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바이러스의 유전자 구조를 분석하고 원격 의료, 교육, 업무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 바이든 대통령 취임과 환경 규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4년이 끝나고,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메시지와 함께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파리 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한 것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이 지적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최소한 기후변화를 주요 의제에 포함해 다루고, 규제를 복원하고 있습니다. 유타주의 베어스 이어즈(Bears Ears) 등 트럼프 행정부가 송유관을 짓거나 자원을 캐기 위해 해제하려던 자연보호구역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 미국과 닮은 백악관

백악관과 행정부 관료 등의 인사에서는 전례 없는 다양성이 눈에 띄었습니다. 카말라 해리스(Kamala Harris)는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 됐습니다. 흑인 부통령도, 남아시아 이민자 출신 부통령도 최초의 기록입니다. 이밖에 재닛 옐런(Janet Yellen)은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에, 뎁 할란드(Deb Haaland)는 최초의 아메리카 원주민 내무장관에 발탁됐습니다.

 

  •  실패한 반란, 진실을 외면하지 않은 몇 안 되는 공화당 정치인들

1월 6일, 부정선거를 외치며 의사당을 점령했던 폭도들은 원하던 바를 끝내 이루지 못했습니다. 선거 결과에 끝내 정식으로 승복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두 번째로 탄핵당했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선거인단의 투표를 추인하며 우여곡절 끝에 정권교체가 이뤄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공화당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선거 승리를 도둑맞았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쏟아져도 이를 바로잡으려 하지 않죠. 공화당 내에서도 사실을 직시하자고 주장한 이들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아담 킨징어(Adam Kinzinger), 리즈 체니(Liz Cheney) 등 몇몇 의원은 패배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동료 공화당원을 독려했죠. 그 결과 이들은 당에서 사실상 퇴출당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진 체니 의원은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직을 박탈당했습니다.

 

  • 21세기 들어 더 귀해진 초당적 협력

당리당략을 앞세우지 않는, 당적을 뛰어넘는 협력을 좀처럼 보기 힘든 요즘입니다. 비록 원안에서 한참 후퇴하긴 했지만, 여전히 1조 달러가 넘는 엄청난 재원을 쏟아붓기로 한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재건 및 일자리법(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이 의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의 협력이 빛을 발했습니다.

 

  • 노동자의 협상력, 다양해진 노동 형태

2021년 한 해 미국에선 역대 가장 많은 노동자가 일을 그만뒀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구인난에 시달렸고, 협상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전에는 요구하기 어렵던 것들을 요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임금을 올려주거나 더 나은 노동조건을 약속하지 않으면 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이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정체된 임금 인상분을 만회하기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제라도 임금이 오르기 시작한 건 고무적인 일입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졌고, 몇몇 사업장에서 노조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기존 대기업에서 나와 직접 회사를 차리거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도 늘어났습니다. 이런 추세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팬데믹을 거치면서 그동안 해보고 싶던 것들을 ‘지금 아니면 영영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늘어난 결과로 보입니다.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자신을 옥죄고 있던 후견인의 족쇄를 마침내 풀게 됐습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터무니없는 계약에서 해방된 건 잘된 일이지만, 그가 스타덤에 오른 2000년대부터 미디어가 시대의 아이콘이던 여가수를 대하던 방식의 기저에 깔린 여성혐오, 그로 인해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받아야 했던 정신적 고통에 관해서는 우리 사회가 모두 반성해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썼던 글로 대신합니다.

 

흑인 시민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인 경찰 데릭 쇼빈에 대해 법원이 살인 혐의 세 가지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조지 플로이드 씨의 사망 사건은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에 여전한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M, Black Lives Matter)” 운동의 불씨를 댕겼습니다.

쇼빈이 법의 처벌을 받는다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미국에선 경찰이 시민들을 향해 과도한 물리력을 정당한 절차를 지키지 않으며 행사해도 대부분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의 배심원단이 데릭 쇼빈의 행위를 정당한 순찰 업무가 아니라 살인으로 판단한 것은 이례적인 결정으로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 새로운 국경일 6월 19일과 노예제를 상징하던 남부 연합기

1865년 6월 19일, 텍사스주 갈베스톤에 있던 흑인 노예들은 2년 전에 모든 노예를 해방하는 선언이 있었다는 사실을 듣습니다. 흑인들은 지난 150여 년간 이날을 ‘진짜 독립기념일’로 기렸습니다. 마침내 6월 19일, “Juneteenth”는 올해 국경일로 지정됐습니다.

반대로 남북전쟁 당시 남부의 유산들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게 됐습니다.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 있는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은 철거됐습니다. 동상의 받침대에 시민들은 BLM이란 글귀를 써놓았습니다. 남부군의 깃발도 점점 더 혐오의 문양 취급을 받게 됐습니다.

사진=워싱턴포스트

  • 쿠오모 형제의 몰락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오랫동안 지속해온 성추행 혐의가 제기되자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CNN의 간판 앵커 크리스 쿠오모도 사회의 공기가 돼야 할 언론의 역할을 저버린 대가로 CNN에서 해고됐습니다. 쿠오모는 형에게 제기된 혐의를 믿을 수 없다며 자신이 진행하는 뉴스에서 관련 의혹을 보도하지 않았고, 뒤로 몰래 법적 대응에 관해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화성 탐사와 소행성 궤도

화성탐사 로봇 인제뉴이티(Ingenuity)가 마침내 화성 표면에 착륙했습니다. 나사의 발표에 따르면, 바로 이번 달에 에펠탑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를 아슬아슬하게 비켜 갔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보다 훨씬 더 끔찍한 재앙이 닥칠 수도 있던 겁니다.

 

어쩌면 가장 좋은 소식은 힘겨운 일로 가득했던 2021년이 저물고 있다는 점일지도 모릅니다. 2022년엔 뉴스페퍼민트 구독자 여러분께도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