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데이가 지난 뒤 11월 초에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썼던 글입니다.
세상의 많은 일은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따라서 어떤 현상의 원인을 딱 하나만 꼽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과 관련된 현상이라면 더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조금 이상한 상태라면 더욱더 그렇겠지요.
사람들은 귀신을 봅니다. 아마 인류의 조상이 언어를 사용하고 자연 현상의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한 이래 사람들은 우리가 알 수 없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해답으로 귀신을 생각해왔을 것입니다. 무언가를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괴로움을 주며, 따라서 귀신이 그 현상의 원인이라는 답은 매우 솔깃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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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는 왜 귀신을 보는 걸까요? 지난해 미국의 과학 매거진 파퓰러 사이언스는 우리가 귀신을 보게 되는 정신적, 육체적 이유 일곱 가지를 들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우리가 그 귀신의 존재를 믿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일리노이 대학은 한 폐쇄된 극장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두 그룹 중 한 그룹에만, 이 극장에서 귀신을 본 사람들이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투어 프로그램이 끝나고 사람들에게 무언가 이상한 형체를 보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이곳이 귀신이 나오는 극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그룹에서 훨씬 많은 사람이 그렇다고 답한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사실 이런 현상은 ‘파레이돌리아’라는, 무의미한 정보에서 자신에게 익숙한 신호를 발견하는 현상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달의 표면에서 사람의 얼굴을 본다든지 음반을 거꾸로 돌렸을 때 악마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정말로 귀신은 보는 이의 눈 속에 있는 것이죠.
두 번째 이유는 우리가 위험을 회피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숲속에서 그저 바람 때문에 나뭇가지가 움직였다 하더라도 혹시 그것이 표범이나 뱀 때문일 수 있으니 그쪽으로는 가지 않는 것이 안전했을 겁니다. 즉,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위험한 것이고, 따라서 귀신을 피하는 것은 위험을 피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우리가 어둡고 음침한 곳을 무서워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귀신이 우리의 친구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1971년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은 영국의 과부 중 절반 이상이 죽은 남편을 보았다는 조사를 발표했습니다. 죽은 남편과 만남은 두려움보다는 위로를 주었습니다. 아이가 따돌림을 당할수록 초자연적인 환상을 더 경험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가상의 친구를 만드는 것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여러모로 가슴이 아프네요.
네 번째 이유는 뇌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든 세 이유 모두 뇌의 문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질병이라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조현병 초기 증상 가운데는 환상과 환청이 있습니다. 물론 마약도 이런 경험을 하게 만듭니다.
다섯 번째 이유는 외부 환경의 문제로, 저주파 진동에 노출되면 사람이 귀신을 보게 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1980년대 영국의 한 엔지니어는 연구실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른 존재가 여기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이죠. 이후 그 연구실을 조사해본 결과, 18.9Hz의 소리를 내던 환풍기가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이 소리는 20Hz 이하라서 우리가 들을 수는 없지만,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런 느낌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이 연구는 1998년 논문으로 발표되었고, 18.9Hz는 “공포 주파수”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습니다.
여섯 번째 이유도 환경의 문제입니다. 바로 곰팡이입니다. 오래된 건물에 있는 푸른곰팡이는 사람들의 마음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클라슨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공부하는 한 학생은 최근 몇 년 동안 유령이 나타난다는 건물을 조사했고, 그 건물에서 푸른곰팡이가 발견되고 공기 중에 포자가 떠다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는 아직 충분한 근거가 있지는 않지만, 상당한 근거가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1600년대 살렘 지역을 강타한 마녀사냥 사태의 원인으로 호밀빵의 맥각균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일곱 번째 이유는 다시 뇌의 문제입니다. 최근 연구들은 시각과 청각을 처리하는 뇌의 측두엽을 전기적으로 자극했을 때 귀신을 목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특히 한 연구는 초자연적 현상이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에 더 보고되는데, 이 시간은 같은 뇌의 전기적 이상인 발작이 많이 일어나는 시간입니다.
오늘날의 과학은 종교나 신과 같은 까다로운 문제는 회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적어도 귀신과 같은 초자연적 존재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지난 수십 년을 생각해 보아도 귀신을 실제로 믿는 이의 비율은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기업 총수나 유명 정치인이 역술인에게 결정을 맡긴다는 소문은 여전하고,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에는 사주, 관상, 궁합 등을 보는 점포들이 성업 중입니다. 물론 세상의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기 때문일 것이고, 또 그들에게 이유를 묻는다면 분명 재미로 본다는 답이 돌아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