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 칼럼] 위기에 처한 아프간 여학생들과 STEM의 역설
집권 첫 해였던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치른 가장 큰 시험은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제외하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한 일일 겁니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포함한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탈환하자, 이슬람 율법을 매우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탈레반이 여성 인권을 극도로 제약하고 탄압할 거라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글은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8월 23일 올린 “스템(STEM)의 역설”에 관한 글입니다.
지난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고 사실상 정권을 장악하면서 여성 인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군이 점령한 지난 20년간, 아프간 여성들은 교육도 받고 직업도 가질 수 있었지만,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탈레반 치하에서는 상황이 급격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탈레반은 “율법의 한도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성의 사진이 들어간 광고가 지워지는 사진이 소셜미디어에서 퍼져 나가고, 여성들의 직장, 학교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아프가니스탄의 여권은 빠르게 신장했습니다. 바깥출입도 자유롭지 않던 여성들이 할당제에 따라 상원의 50%, 하원의 27%를 채웠고, 1999년 기준 중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이 한 명도 없던 것에 비해 대학교 재학생의 3분의 1이 여학생일 정도로 교육도 확대되었습니다. 지난 2017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 로봇 경연대회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아프간 여학생 팀은 아프가니스탄 변화와 희망의 상징으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변화와 희망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들이 최근 다시 지면에 등장했습니다. 탈레반 점령이 임박하자 팀원 중 일부가 활동 거점이었던 서부 헤라트에서 수도 카불을 거쳐 카타르로 피신했다는 기사가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미국 매체에 보도된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어떤 이유로 어떤 전공을 선택했든 고등 교육을 받은 아프간 여학생들이 개인적인 성취와 경제적 자립을 이룸은 물론, 이를 통해 자기 분야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고, 나아가 아프간 여권 신장에 큰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로봇 연구팀원들은 계속해서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2019년 화상 탐사 콘퍼런스에서 팀원들을 만나 인연을 맺고, 주카타르 미국 대사관 인맥 등을 통해 이들의 탈출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미국 여성 앨리슨 르노가 남은 소녀들의 출국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