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성급한 승리 선언에 준비한 대로 대응한 미국 언론
버라이어티, Brian Steinberg
옮긴이: 지금까지 이번 미국 대선에 관해 우리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한 가지입니다. “아직 누구도 승리하지 못했다”는 거죠.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또 앞서 여러 차례 뜻을 내비친 대로 아직 주요 경합주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개표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선거 이튿날 새벽 2시 반에 “사실 내가 이번 선거에서 이겼다.”라고 선언했습니다. 객관적으로 살펴볼 만한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할 줄 알고 있었습니다. 예상하고 대비를 했죠.
2000년 대선 때 앨 고어 후보가 플로리다를 이겼다고 확정했다가 다시 취소한 전력이 있는 언론들은 너도나도 “선거 방송에서 중요한 건 가장 빨리 결과를 발표하는 게 아니라 정확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속보 경쟁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언론사가 선거를 중계하는 상황에서 방송사들은 예전만큼 순간 시청률에 목을 맬 필요가 없어지기도 했습니다.
미국 선거의 승패는 원래 개표가 100% 마무리되고 주 선관위가 개표 결과를 발표하는 순간 결정되지 않습니다. 그보다 전에 상황을 보고 선거에서 진 후보가 졌다고 인정하는 순간, 그 연설(concession speech)을 할 때 승패가 결정됩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선거에서 진 측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어젯밤, 트럼프 대통령이 근거 없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쏟아내던 그 시점에 선거 방송이 한창이던 미국 방송사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짚어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벽 2시가 넘어 대국민 연설을 한다고 했을 때 어떤 말을 할지 모른다고 판단한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에게 미리 주의를 줬습니다. CBS의 노라 오도넬 앵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화면을 넘기기 전에 시청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먼저 말씀드리지만, CBS는 아직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날지 개표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주요 경합주에서 아직 수백만 표가, 또 조지아에서도 수만 표가 아직 개표되지 않았거나 개표 중입니다. 선거를 통해 목소리를 낸 유권자들을 묵살해선 안 됩니다. – CBS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선언하고 나자 이번에는 NBC가 카메라를 스튜디오로 돌렸습니다. 두 번째 TV 토론을 대체한 트럼프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을 진행했던 사반나 거스리 앵커를 비롯해 브라이언 윌리엄스, 셰퍼드 스미스 앵커는 시청자들에게 곧바로 방금 대통령이 한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설명해줬습니다.
방금 나온 이야기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방금 대통령이 한 말 가운데 여러 가지 부분이 전혀 사실이 아니거든요. 대통령의 발언을 자르고 시청자들께 말씀드릴 땐 늘 조심스럽지만, 또 정확한 사실을 말씀드리는 것도 언론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방금 ‘우리가 선거에서 이겼다, 이미 승패는 갈렸다.’라고 한 말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주장입니다. – NBC
폭스(Fox) 뉴스도 시청자들에게 주의를 줬습니다. 첫 번째 대통령 후보 TV 토론을 진행한 폭스 뉴스의 일요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크리스 왈라스는 “마른 장작이 잔뜩 쌓여있는 데다가 방금 트럼프 대통령이 불쏘시개를 던진 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주 법에 따라 우편 투표를 비롯한 사전 투표를 선거일 전에 분류할 수 없는 주들이 있었기 때문에 개표가 늦어지고 선거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몇 일이 걸릴 거란 예상이 있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선언하자 CNN의 제이크 태퍼 앵커는 오늘 밤 안에 최종 결과를 알 수 없을 거라며 “이번 선거는 넷플릭스 10부작 미니시리즈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