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제력을 사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자제력을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Laverl Z Williamson, Psyche)
당신은 힘든 한 주를 보냈습니다. 이제 드디어 금요일이 되었고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힘을 짜내 금요일을 버틴 다음 퇴근 길에 당신은 저녁 거리를 사기 위해 마트에 들렀습니다. 재료를 모두 산 당신 눈에 쿠키 한 상자가 들어옵니다. 당신은 다이어트 중이지만, 나는 힘든 한 주를 보냈고 이제 즐거운 주말이 왔으니 쿠키를 딱 하나만, 최대 두 개만 먹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합니다. 집에 도착한 다음 당신은 즐겁게 쿠키를 먹습니다. 맛있게 두 개를 해치운 다음에도 남은 쿠키가 눈에 어른거립니다. 우유랑 같이 먹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 딱 하나만 우유 한 잔과 같이 먹을까?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당신 눈 앞에는 빈 우유곽과 빈 쿠키 상자만 남아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한심한 자제력을 두고 탄식합니다.
물론 그 우유가 무지방 우유였다고 위안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이와 비슷할 것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실제로 사람들의 일상을 기록하게 한 연구들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리고 자주 이런 자제력과의 싸움에서 진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피자, 맥주, 운동 미루기 등 수많은 유혹에 사람들은 넘어가며 모두가 자신이 더 나은 자제력을 가지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사실 여기서 말하는 자제력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임시적 정의는 이렇게 내릴 수 있습니다. 곧, 체중 조절과 같은 장기적 이익을 쿠키를 마음껏 먹는 것과 같은 단기적 즐거움보다 우선시 하는 능력입니다.
2007년, 미국의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가장 널리 알려진 자제력의 심리학적 모델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의지력을 근육에 비유했습니다. 팔굽혀펴기를 할 때 처음 몇 개는 힘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계속 하다보면 더 이상 할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하게 됩니다. 바우마이스터는 자제력을 사용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자제력의 근육을 과도하게 사용할 때, 의지력은 바닥나게 되고 더 이상 자제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바우마이스터가 존 티어니와 공저한 “의지력의 재발견(Willpower: Rediscovering the Greatest Human Strength (2012))”의 대성공은 이 의지력과 근육의 비유에 많은 이들이 동의했다는 것을 말합니다. 자제력을 연구하는 박사과정 학생으로서 나는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모델은 우리가 겪는 자제력의 실패를 잘 설명합니다. 위에 예로 든 쿠키 이야기에서 당신은 힘든 한 주를 보냈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의지력을 다 소모했기 때문에 쿠키의 유혹에 저항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이 비유는 우리의 상식과도 일치합니다. 곧, 자제는 힘든 것이며 유혹을 이기기 위해서는 엄청난 의지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의지력이 근육처럼 작용한다면 자제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근육의 비유를 그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자제력의 근육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2주 동안 평소 쓰지 않는 손으로 이를 닦도록 함으로써 이를 실험해 보았습니다. 이는 오래된 습관을 ‘억지 자제력(inhibitory self-control)’을 이용해 바꾸어야 하는 매우 힘든 일입니다. 그럼 이 자제력 훈련은 성공했을까요? 관련 연구들을 종합한 2017년의 메타 분석연구에 따르면 이런 자제력 훈련은 ‘자제력 지구력’, 곧 억지 자제력을 더 오래 사용하는데는 효과적이었음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방법을 자기절제력(self-discipline)의 향상에도 사용할 수 있을까요? 곧, 자제력 근육 훈련을 통해 억지자제력을 키울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위에서 자제력(self-control)과 억지자제력을 번갈아 사용한 것을 눈치챈 이들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이 두 단어는 동의어가 압니다. 억지자제력 또는 의지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 이를 통해 마치 다른 손으로 양치를 한 것처럼 쿠키의 유혹을 무시할 수 있을 것 같은 – 억지자제력이 일상에서 그런 방식으로 작용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2017년, 자원자들로 하여금 일상의 유혹을 일주일 동안 기록하게 한 연구를 봅시다. 더 많은 유혹을 경험한 이들은 더 많은 억지자제력을 사용했지만 장기적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더 낮았습니다. 이는 억지자제력이 쿠키의 유혹을 참는데는 유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익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즉, 양치 훈련과 같은 방식을 통해 억지자제력 근력을 크게 키우더라도, 이런 노력 자체는 당신을 헤라클레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돌을 언덕위로 올려야 했던 시지프스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행한 연구나 다른 이들의 연구 또한 자제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유혹에 반항하기 보다는 그럴 기회를 미리 없애는 것이 더 중요함을 말해줍니다. 다행히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기 앞서, 미국의 심리학자 안젤라 덕워스와 그녀의 동료들이 제안한 “자제력 과정 모형(the process model of self-control)”을 봅시다. 이 도표는 유혹의 형태에 따라 어떤 자제력 전략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여기서 유혹의 형태란, 우리가 그 유혹에 대해 구체적으로 행동하기 전에 겪어야 하는 단계별 형태를 말합니다. 아래의 그림을 봅시다.
예를 들어, 힘든 한 주를 보내고 이제 쿠키를 마음껏 먹으려 하는 순간, 당신은 쿠키의 유혹을 견뎌야 하는 상황 단계에 진입한 것입니다. 다음 단계는 쿠키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주의 단계입니다. 그리고 쿠키가 우유 한 잔과 함께라면 얼마나 맛있을지를 생각하는 평가 단계를 가지게 되며, 마지막으로 규칙을 깨고 모든 쿠키를 다 먹게되는 반응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쿠키의 유혹에 넘어가기 위해서는 이 모든 단계에서 당신은 잘못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이는 당신이 최종 단계에서 억지자제력(또는 ‘의지력’)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그 앞의 여러 단계에서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상황 단계를 생각해봅시다. 상황의 힘을 이해하기 위해 복잡한 사회심리학을 다 알 필요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앞 자리에 앉은 학생들이 집중을 더 잘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곧, 덕워스 연구팀이 ‘상황 자제력 전략’이라 부른 것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쿠키 상자 앞에 앉아 있으면서 쿠키를 먹지 않기 위해 참기보다는 처음부터 쿠키를 사지 않거나 (이는 ‘상황 선택’이라 불립니다) 그저 쿠키를 찬장에 넣는 (혹은 쓰레기통에 던지는) ‘상황 변화’ 전략을 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전략이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보이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눈앞에서 치우라는 지시를 받은 고등학생들은 그저 억지자제력을 발휘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고등학생들에 비해 더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다이어트 연구에서도 고칼로리 음식이 보이는 상황을 그저 피하도록 한 방법이 효과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음식을 살 때 빵 코너 앞을 지나가지 않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빵의 유혹을 강력하게 만드는 향긋한 냄새와 먹음직한 모양이라는 신호를 피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곧,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것이죠.
상황 전략을 사용하지 못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때로 어쩔 수 없이 빵코너 앞을 지나가야 하거나, 아니면 쿠키를 버릴 경우 아이가 화를 낼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다행히, 이렇게 상황을 제어할 수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주의 단계와 평가 단계에서 쓸 수 있는 “심리적 전략”이 있습니다.
이는 월터 미쉘의 고전적 실험인 ‘마쉬멜로 테스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 아이들은 마쉬멜로 하나를 15분간 참을 때 두 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 중요한 요소 가운데, 미쉘과 그의 동료들, 그리고 미국의 심리학자인 오즐렘 아이덕은 유혹을 잘 참은 아이들은 “냉각 전략(cooling strategy)”을 사용했음을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미쉘의 연구팀은 아이들이 그저 다른 것에 관심을 쏟음으로써 더 오래 참을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또, 아이들에게 마쉬멜로우를 “동그랗게 부푼 구름”이라고 “재평가(reappraise)”하게 만들었을 때에도 아이들이 참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전략이 어른들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와이오밍 대학의 벤 윌코프스키와 수행한 연구에서 우리는 대학생들에게 다른 생각을 하게 했을때(예를 들어 외출 대신 특별히 재미있는 다른 일을 생각하게 만들어 주의를 분산시켰을때), 또 상황을 재평가하게 했을때(외출할 기회는 많이 있지만 시험 준비를 할 시간은 지금 밖에 없다고 말해줌으로써) 대학생들의 성적은 더 나아졌습니다. 즉, 흥미로운 책을 읽거나 쿠키를 덜 맛있어 보이도록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보니 쿠키가 눅눅하니 맛이 없어 보이는군, 같은 식으로 말이죠.
이 모든 연구들은 한 가지 사실을 말해줍니다. 이제 자신의 자제력이 부족하다고 탄식하기 보다는, 자신의 자제력이 약하다는 사실을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래 쓰던 손이 아닌 다른 손으로 양치를 하는 건 흥미로운 일일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키운 자제력은 더 중요한 목표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다시 굴러떨어질 것이 뻔한 바위를 일부러 더 힘들게 밀어올릴 이유가 있을까요? 신의 저주를 받은 이가 아니라면, 굳이 그런 일을 할 일유는 없습니다. 당신은 시지프스가 아닙니다. 힘을 쓰기보다는 전략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것이 당신의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훨씬 더 큰 도움을 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