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성차를 발견하는 연구들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2/2)
2020년 8월 8일  |  By:   |  과학  |  No Comment

(Grace Huckins, 와이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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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회백질의 크기가 어떤 의미가 있을 수도 있으며, 이를 지지하는 증거들도 있습니다. 20여년 전, 런던대학의 과학자들은 당시 크게 인기를 끈 런던의 택시 운전사에 대한 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런던의 택시 운전사들은 복잡한 도시의 수많은 길을 자신의 기억력에 의존해 찾아가야 했는데, 이들의 해마가 남들보다 확실하게 더 컸던 것입니다. 해마는 공간기억력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 연구는 뇌 영역의 크기가 그 영역이 관련된 능력과 어떤 관계가 있음을 보인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기술을 배웠을때 그 영역이 커진다고 해서, 그 영역의 크기가 해당 능력과 일반적인 관계가 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즉, 위의 연구로부터 날때부터 해마가 큰 사람은 더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특정 영역이 “감정”이나 “의사결정”과 같은 기능을 관장한다는 것은 과도한 단순화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영역은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또 각 기능들은 대부분 다른 여러 영역과의 협력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자신들이 발견한 뇌 영역의 성차가 어떤 특정한 기능과 관련이 있는지를 보기 위해 라즈나한은 뉴로신스(Neurosynth)라는 뇌영역과 기능 사이의 관계를 연구한 수천의 인간 뇌연구를 모아놓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습니다. 자신의 데이터와 뉴로신스 데이터를 통해 그는 한 가지 분명한 결과를 발견했습니다. 그가 찾은 영역들이 얼굴을 인식하고 표정의 감정을 분석하는 안면 처리와 관련된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라즈나한이 찾은 뇌의 안면처리 영역이 여자보다 남자에게 더 컷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안면 처리에 더 뛰어남을 보였습니다. 즉, 라즈나한이 발견한 회백질의 양이 실제 행동적 특징과 어떤 관계가 있다는 말을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 사실을 먼저 분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라즈나한은 말합니다.

조지아 주립대 뇌과학 연구소의 생물학부 부장인 기어트 드브리스는 라즈나한과 그의 연구팀이 해부학적 특징과 기능적 차이 사이의 직접적인 관계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에 전혀 놀라지 않습니다. “남녀 뇌의 차이는 어쩌면 남자의 뇌는 남자의 몸을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그리고 여자의 뇌는 여자의 몸을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 생긴 차이일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뇌의 성차가 서로 다른 행동을 만들어내기 보다는 오히려 유사한 행동을 하도록 하기위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 대부분의 기능은 생존을 위한 것이므로 서로 달라서는 안됩니다.” 드브리스의 말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르게 생존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라즈나한과 그의 동료들은 그들이 발견한 회백질의 차이에 대한 생물학적 이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뇌의 전사체, 곧 각 뇌 영역에서 쓰이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 대한 정보이며 이는 그들이 발견한 뇌의 성차가 어떤 유전자에 의한 것인지를 말해줄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이 차이가 성염색체에 의한 것임을 발견했습니다. 다른 염색체와 달리, 성염색체는 남자가 여자보다 회백질을 더 많이 가진 영역에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이 사실이 성염색체가 인과적으로 해부학적 성차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상관관계를 의미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범죄현장에 반복해서 나타나는 동일 인물을 의심하는 형사처럼, 라즈나한은 성염색체의 발현이 뇌의 회백질 양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심증을 가졌지만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만약 성염색체의 역할에 대한 라즈나한의 가설이 옳다면, 이는 성차 연구에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드브리스는 과학자들이 성염색체는 뇌의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오랫동안 믿어왔다고 말합니다. 성염색체의 영향은 보다 간접적인 것이라 생각해왔다는 뜻입니다. 유전자는 생식선을 결정하고, 이 선은 뇌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식으로 말입니다. “사람들은 유전자가 고환과 난소 중에 선택을 하며, 나머지는 호르몬이 알아서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라즈나한의 연구는 성염색체 자체가 호르몬이라는 중재자 없이도 뇌의 구조에 영향을 미침을 보였습니다. “그가 발견한 유전자가 성염색체에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새로운 사실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는 생식 호르몬(에스트로겐이나 테스토스테론)의 역할만을 강조해왔기 때문입니다.” 맥카시의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성염색체가 어떻게 뇌의 구조에 영향을 주는지를 밝히지는 못했습니다. 상관관계는 인과관계와 다릅니다. 드브리스는 라즈나한의 이번 연구가 “성염색체가 이러한 뇌의 성차를 만들었다는 것을 보였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그럼 어떤 다른 가능성이 있을까요? 성역할이나 억압에 의한 심리적 자극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런던의 택시 운전사들이 복잡한 시내 거리를 외우는 과정에서 뇌의 구조가 바뀐 것처럼, 남자와 여자의 뇌 또한 사회가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의 차이 때문에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아직 이 분야를 연구한 사람은 없습니다. 이를 밝히는 것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죠.” 엘리엇의 말입니다. 하지만 라즈나한과 드브리스, 맥카시는 이런 환경 가설이 별로 그럴듯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이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이는 이번 연구에 사용된 데이터는 부유한 백인 국가인 미국과 영국에서 수집되었기 때문입니다. “뇌과학 분야는 문화적 다양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라즈나한은 말합니다. “서로 다른 사회적 구조 하에서 뇌의 특징이 유지될지 바뀔지는 매우 중요한 질문 입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지금 상황은 이렇습니다. 라즈나한의 연구팀은 뇌의 성차와 그 패턴이 성염색체의 발현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이 차이가 심리적 혹은 행동적 의미가 있는지는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사람들은 이를 가지고 남자와 여자는 생물학적으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뇌와 실제 현실, 곧 행동, 인지, 감정 등의 관계가 이러한 연구를 논쟁적으로 만든다고 드브리스는 말합니다. “뇌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 마음속의 무언가를 건드립니다. 나는 이 질문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엘리엇은 한 발짝 더 나아갑니다. 그녀는 뇌에 있어 남자와 여자의 근본적인 차이를 찾는 모든 연구자들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뇌의 성차에 대해 왜 그렇게 많은 연구가 있을까요? 콩팥의 성차나 폐의 성차에 대한 연구를 한 번 찾아보세요. 아마 더 많은 성차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라즈나한, 드브리스, 맥카시는 설사 어떤 이들이 그들의 연구를 가지고 성차별적 주장에 사용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정신 질환에 대한 이해를 더 깊게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연구를 하기에 충분한 윤리적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실이 오용될 가능성 때문에 가능한 발견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맥카시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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