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저궤도의 일론 머스크, 손정의, 존슨 영국 총리
(이코노미스트)
슘페터는 아마추어 천문학자입니다. 런던은 불빛 공해가 심해서 관측 장비를 사용해도 교외에서 맨눈으로 별을 보는 것보다 못합니다. 하지만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때로는 국제우주정거장이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장면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슘페터는 최근 몇 년간 스타링크(Starlink) 인공위성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스타링크는 테슬라의 창업자인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미국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SpaceX)가 쏘아 올린 수백 기의 인공위성입니다. 흰 점들이 밤하늘에 빽빽하게 이어져 마치 열차와 같은 궤적을 그립니다. 7월 8일 여러 기의 스타링크를 날려 보내려던 계획은 궂은 날씨로 연기됐습니다. 이 위성들이 궤도에 안착한다면 스타링크 위성은 거의 600개에 달하게 될 것이고, 스페이스X는 세계 최대의 위성 통신회사로 자리매김합니다.
스페이스X는 놀라운 기업입니다. 2002년 머스크는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스페이스X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상식을 끊임없이 파괴해왔습니다. 로켓 분야에서 아무런 실적이 없었던 스타트업인 스페이스X가 보잉이나 록히드 마틴을 비롯한 기존 강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눌렀습니다. 1단 추진 로켓을 바다에 버리는 기존 업계의 관행을 따르는 대신에, 추진 로켓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덕분에 로켓 가격을 경쟁사들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죠.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스페이스X는 에어비앤비(Airbnb), 도어대쉬(DoorDash), 팔란티어(Palantir)와 같은 더 유명한 테크 기업들보다 높은 360억 달러(43조원)의 회사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스페이스X의 로켓 사업만으로 이러한 높은 가치 평가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로켓 발사체 시장은 규모가 작고 정체돼 있기 때문이죠. 머스크도 로켓 사업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의 최대치는 연간 30억 달러(3조 6천억원)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머스크가 화성 식민지의 꿈을 이루려면, 그리고 스페이스X의 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올리려면, 로켓 이외에 다른 사업이 필요합니다. 스타링크가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아마추어 천문학자 슘페터가 관측했던 스타링크 인공위성은 전 세계 구석구석까지 인터넷을 연결하게 될 1천여 개 위성들의 선발대입니다.
위성 광대역 통신망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하지만 기존의 위성통신은 비싸고 속도가 느리죠. 스페이스X는 싼값에 대량 생산한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이 지상 광대역 통신에 필적하는 서비스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이 잘 연결되지 않는 아프리카의 시골 마을(때로는 미국의 시골), 바다 위 석유 굴착기나 화물선에도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죠. 머스크는 글로벌 통신 시장의 규모를 대략 1조 달러로 평가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스페이스X가 그 시장의 일부를 차지할 수 있다면 기업 가치가 500억(60조원)~1,200억 달러(144조원), 또는 그 이상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는 현재 평가받는 가치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비슷한 이야기는 이전에도 있었죠. 1990년대 후반 이리듐(Iridum)은 스타링크와 유사한 계획을 요란하게 발표했습니다. 미국 앨 고어 당시 부통령과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후손 간 위성통신 전화로 첫 서비스를 시작했죠. 하지만 불과 9개월 뒤 이리듐은 위성 발사에 따른 막대한 초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했습니다. 2013년에 설립된 룩셈부르크의 레오셋(LeoSat)은 투자자들의 관심 부족으로 작년에 사업을 접었습니다.
스타링크의 대표적인 경쟁업체는 원웹(OneWeb)입니다. 이 회사는 72개의 위성을 궤도에 올렸고, 위성 수백 대를 추가로 쏘아 올릴 계획입니다. 하지만 원웹은 기존 핵심 투자자인 일본의 억만장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한 끝에 지난 3월에 파산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지원군이 등장했습니다. 지난 3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 정부가 원웹의 지분 45%와 절대적인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를 5억 달러(6천억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인도의 통신사인 바티 글로벌(Bharti Global)도 5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존슨 총리의 인수 결정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영국 정부의 원웹 인수 배경을 둘러싼 온갖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국내 첨단산업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영국은 오랫동안 자국의 우주산업 분야를 육성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원웹의 본사는 영국 해협에 있는 영국령 저지섬에 있기도 합니다. 물론 실제 위성을 제조하는 일을 비롯한 많은 사업이 미국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 추측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혹시 전략적인 이유는 아닐까요? 중국이 원웹 인수를 노리고 있었고, 성사 가능성이 커지자 영국이 이를 좌절시키기 위해 뛰어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는 원웹의 인수자를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미국 연방 파산법원이 중국에 회사를 넘기려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입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정치적 이유가 인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면서 유럽판 GPS인 갈릴레오(Galileo)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50억 파운드(7억 5천만 원), 혹은 그 이상을 투입하여 영국만의 위성 항법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장밋빛 계획은 크게 미덥지 못합니다. 만약 원웹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위성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영국 정부는 못 이기는 척 체면을 살리며 원웹의 사업을 그만둘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원웹 인수는 브렉시트로 영국이 편협한 지역주의에 빠졌다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이벤트입니다.
하지만 내부 관계자들은 생뚱맞아 보이는 이번 인수가 사업 측면에서도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희망도 가지고 있습니다. 원웹은 우주에서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전자기 스펙트럼 비트에 대해 스페이스X보다 우선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리듐처럼 파산하지 않는다면 크지 않더라도 수익을 남길 수 있습니다. 19세기의 철도나 그 이후의 인프라 구축 사업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 걸친 위성 통신 사업은 초기에 큰돈을 쏟아부은 투자자만 손해를 떠안고 빠져 준다면, 그 이후부터 구축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사업에 뛰어든 이들에게는 사업성이 있죠.
머스크에게도 라이벌의 존재가 도움이 됩니다. 또 다른 테크 분야 거물인 제프 베조스가 유사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인공위성을 띄우지는 못했습니다. 당분간 스페이스X는 원웹과의 경쟁을 통해 우주 사업의 독점적인 지위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을 촉진할 것입니다.
영국 정부가 이 분야에서 의미 있는 경쟁의 한 축이 될 수 있을까요? 영국 정부의 기업 경영 실적은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더라도 흠잡을 곳이 많습니다. 1968년 브리티시 레일랜드(British Leyland)의 부분 국유화 이후 제작된 오스틴 알레그로나 모리스 마리나와 같은 최악의 자동차를 산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명확히 답이 나오죠. 영국 정부와 국민들은 원웹의 위성 발사에 투입될 자금과 투자 수익을 회수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쟁을 통해 머스크를 잠시라도 긴장하게 할 수 있다면, 영국은 손실을 보겠지만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는 이익이 될 수 있겠네요. 우주에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