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세의 새 뮤직비디오 티저, 아프리카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Danielle Paquette)
나이지리아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그레이스 베시는 미국 미디어가 아프리카를 다루는 낡은 방식에 질려 있었습니다. 비욘세의 새 비주얼 앨범 “블랙 이즈 킹(Black is King)” 티저 속의 이미지들(페이스페인팅, 깃털, 동물 가죽 등) 역시 낡은 선입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느꼈죠. “아프리카 사람은 다 아침에 눈 뜨면 동물들이 막 돌아다니는 풍경을 본다고 생각하나 봐요.”
전 세계가 인종 문제에 눈을 뜨고 있는 요즘, 70초가량의 “블랙 이즈 킹” 티저가 해외에서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비욘세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인스타그램 포스트를 통해 “흑인들이 스스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세상의 축을 옮길 수 있고, 역사책에는 나오지 않는 풍요로운 소울의 진짜 역사를 들려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2020년에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이 이런 메시지에 더욱 맥락을 더한다고도 밝혔죠. “현대적인 비틀기와 보편적인 메시지가 담긴 흑인의 역사, 아프리카의 전통을 보여주고 싶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나 댓글난을 보면 비판적인 댓글이 많습니다. “이런 서사는 이제 지루하다, 우리는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하고 잠에서 깨어나거나 푸른색 오두막집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아프리카는 당신이 그려낸 것 이상의 존재가 되었다”는 댓글이 달렸고, 새 비주얼 앨범을 스트리밍할 수 있는 ‘디즈니 플러스’가 아프리카에서는 서비스되지도 않는다는 사실, 비욘세의 최근 월드 투어 콘서트에서 아프리카는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댓글도 달렸습니다.
영국계 가나인 영화감독 스테파니 보아텡은 서구 미디어가 아프리카라는 대륙을 하나의 동질적인 개체로 그려내는 잘못된 전통이 오래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보아텡은 아프리카가 54개의 국가와 수많은 문화권으로 이루어진 대륙이며, 좋은 의도를 가진 창작자라 하더라도 중요한 뉘앙스를 놓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비욘세의 홍보담당자는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비욘세의 모친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딸이 나이지리아와 가나, 남아공의 아티스트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비욘세가 아프리카 중심주의 콘텐츠로 벌어들이는 돈이 상대적으로 적고, 오랜 시간에 걸쳐 아프리카의 의상 등을 연구했다면서 아프리카를 상업적, 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비욘세의 팬을 자처하는 보츠와나 국적의 22세 대학생 루츠 치쿠마 역시 티저 비디오를 보고 당혹감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사자나 하얗게 분칠한 얼굴이 아프리카의 전부가 아니거든요.” 금융학 학위 수여를 앞두고 주식 거래를 공부 중인 치쿠마는 비욘세의 비디오에서 자신과 또래 친구들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합니다. “아프리카에는 와이파이도 없고, 우리가 오두막에 살고 있다는 식의 선입견이 짜증 나요.”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바이오테크 기업에 다니는 29세 파발로 차우케는 긴 트위터 타래글을 통해 아프리카인들이 입체적으로 그려지기를 원하는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사랑하는 퀸 비욘세가 흑인다움과 아프리카다움을 그저 하나의 그림으로 축소시키고 있다”며, “이런 작업이 이제는 팔리는 것이 되었다는 점도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티저를 보면서 몇 년 전 미국인들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며, 가나에서 5000마일 떨어진 남아공에 사는 자신이 “가나에 사는 아무개를 아세요?” 같은 질문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말을 보여주면 람보르기니도 보여주자는 거예요. 사바나를 보여 줄 거면, 최신식 마천루도 보여주자는 말입니다. 저도 결혼식 갈 때 전통의상을 입을 수 있겠지만, 수트를 선호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