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프리카계 미국인 커뮤니티, 코로나19의 위협에 더욱 취약합니다
팬데믹이 시작될 때는 늘 초기의 정보가 사람들을 호도할 수 있습니다. 불행히도 취약한 집단에게 잘못된 정보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죠.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이 끔찍한 진실을 최악의 방식으로 깨닫게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 초기에 발표된 데이터에, 많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코로나바이러스를 남의 일처럼 생각해버렸습니다.
오해 1: “코로나19는 백인들의 질병이다”
초기에 확진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백인이었습니다. 해외, 특히 아시에 다녀온 부유한 백인들이 초기 미디어의 집중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런 뉴스에 흑인들은 농담처럼 우리가 모종의 이유로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있는 모양이라고 말하기 시작했죠. 이후 정말로 이 바이러스가 백인들만 죽인다는 어처구니 없는 루머가 생성되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흑인 확진자 이드라 엘바가 흑인들도 걸릴 수 있으니 제발 조심하라는 내용의 영상을 찍어 올려야 할 정도였죠. 그럼에도 제가 고등교육을 받은 사촌에게 팬데믹이 온다고 경고했을 때 그는 자신만만하게 말했습니다. “아니야, 우리한테는 항체가 있다니까!”
이는 AIDS가 초기에 “백인 동성애자 질병”으로 알려졌던 일을 연상케 합니다. 초기에는 백인 동성애자 남성들이 부각된 게 사실이지만, 이후 아프리카계 커뮤니티도 엄청난 타격을 입었죠. 오늘날 AIDS는 빈곤, 인종과 깊은 연관을 갖는 질병입니다. 코로나19도 비슷한 궤적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코로나19가 연령이 높고 부유한 백인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은 곧 가슴아픈 현실로 인해 바뀌게 될 것입니다. 가난하고, 흑인일수록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현실, 또 젊은 사람들도 영향을 받는다는 현실이죠.
오해 #2: “젊은 사람들은 안전하다“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은 안전하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이들이 대부분 나이든 사람이었다는 데이터가 있었죠. 유색인종 인구는 통계적으로 봤을 때 백인 인구에 비해 훨씬 젊습니다. 따라서 유색인종에게는 덜 위험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젊은 사람, 건강한 젊은 사람도 바이러스에 감염 되고, 또 옮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뉴욕주 의 경우 입원 환자 5명 가운데 1명 꼴로 44세 이하이며, 남부에서는 더 암울한 수치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질병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젊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이미 같은 연령대의 백인 미국인에 비해 당뇨병과 AIDS, 암에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이미 면역손상을 입은 사람들은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합병증을 보일 위험이 높습니다. 또한 연령을 가리지 않고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비만율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는 당뇨, 고혈압과 같이 면역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기저질환의 위험도를 높이는 요소입니다.
팩트: ”흑인 커뮤니티는 이미 취약한 상태다“
보건복지부 소수자 보건 부서의 가장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비히스패닉계 백인에 비해 당뇨병 진단을 받을 확률이 60%, 심장 질환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20% 높습니다. 또한 모든 암, 주요암 진단시 사망률 역시 그 어떤 인종 집단보다 높습니다. HIV 양성인 가운데 44%가 흑인이기도 하죠. 코로나19가 흑인 커뮤니티에 침투하면서, 다른 유행병이 하나 추가된 양상인 것입니다. 평시에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이미 건강하지 않고, 의료보험에도 제대로 가입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슬픈 현실입니다. 이를 두고 점잖은 자리에서 우리는 ”불균형한 보건 결과“라고 조심스럽게 말하지만, 이는 진실을 다 담지 못하는 표현입니다. 어떻게 봐도 흑인들은 백인들에 비해서 건강하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코로나19는 특히 고혈압인 사람에게 치명적인데, 고협압은 흑인들 사이에서 유행병에 가까운 질병입니다. 미디어가 고령 환자들에게 주목하는 것에 비해, 고혈압 환자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충분히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건강 뿐 아니라 소득도 문제입니다. 미국에서 흑인들의 소득은 불균형하게 낮습니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환경에 처할 가능성이 높죠. 빈곤층 주거 지역이나 노숙자 쉼터, 교도소 같은 곳에서 바이러스가 더 빨리 퍼질 가능성이 높다면, 이는 빈곤에 발목잡힌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 또 하나의 위험 요소입니다.
뼈아픈 현실: ”이대로라면 코로나19는 ‘블랙 아메리카’에 엄청난 타격을 입힐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코로나19는 흑인들 사이에서 엄청난 사망자를 낳을 것입니다. 각국 정상들이 예측한 것보다 사망자의 연령도 다른 인종에 비해 낮을 것이고, 숫자도 훨씬 많을 것입니다. 각지에서 이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 뉴욕 시 자료에 따르면 흑인 비율이 높고 서비스직 종사자가 많은 저소득 커뮤니티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 미시건 주에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확진자의 33%, 사망자의 40%를 차지합니다.
- 지역 언론에 따르면 흑인 인구가 33%인 맥클렌버그 카운티 확진자의 44%가 흑인입니다.
- 흑인 인구가 27%인 밀워키 카운티에서는 첫 사망자 8명이 모두 흑인이었고, 지난 금요일 기준 전체 사망자 27명 가운데 81%가 흑인입니다. 확진자 945명 중 절반 가량이 흑인입니다.
- 일리노이 주의 흑인 인구는 6%지만, 확진자의 28%가 흑인입니다.
- 멤피스 시에서는 코로나 검사 자체가 부유한 교외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가난한 흑인 주거지역을 놓치고 있습니다.
- 필라델피아 시에서는 소수 인종 비율이 높은 지역의 확진자가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결론: ”경종을 울릴 시간“
일부 흑인 미디어와 유명인사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즉시 전국적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야 합니다. 흑인 미디어와 인플루언서, 지도자들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내놓아야 합니다.
- 코로나19의 위협이 심각하다는 점을 알린다: 현 상황은 훈련 상황이 아닙니다. 지도자들은 코로나19에 대해 알려진 오해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당국에 대한 불신의 세월이 길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친구와 가족, 커뮤니티에 진실을 알려야 합니다. 흑인들은 이미 가지고 있는 기저질환, 주거 환경, 직업, 의료 서비스에 대한 낮은 접근성 등으로 인해 훨씬 더 큰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 인종별 데이터를 요구하자: 코로나19가 인종을 가리는 병은 아니지만,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인종을 가립니다. 당신이 흑인이라면, 지원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는 것은 역사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가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면, 시스템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미 연방 정부에 코로나 사태 속 인종 불평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을 지지해야 합니다.
- 수감자를 석방하자: 미국 내 수감자는 230만 명에 달합니다. 흑인은 전체 인구의 13%에 불과하지만 수감자 중 흑인 비율은 34%에 달합니다. 교도소 안팎은 바이러스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감자들이 분리되어 있다고 해서 다른 행성에 사는 것이 아닙니다. 교도관들이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매 주 20만 명이 교도소를 드나들고 있습니다. 두 가지 방향의 적극적인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정치인들을 압박해야 합니다. 안전하게 수감시설 수용인원을 낮추고, 이들 시설로 들어가는 의료 및 위생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 흑인 교회는 예배를 중단하고 공간을 쉼터로 사용하자: 아직도 너무 많은 흑인 교회 지도자들이 예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신이 우리에게 믿음을 요구하지만, 신이 만들어 놓은 세상의 이치도 따라야 합니다. 기도의 힘만 믿고 중력의 존재를 무시한 채 100층 건물에서 뛰어내릴 크리스천은 없을 것입니다. 바이러스의 위력에 대한 과학적 경고를 무시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짓입니다. 신에 대한 믿음과 바이러스에 대한 경외심은 양립가능한 것입니다. 흑인 교회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유행병이 지나갈 때까지 대면 예배를 중단하고, 아프고 불안한 자들이 교회 시설을 격리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웁시다. (CNN)